이 글은 2011년 6월 23일 행정자치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한 ‘행복한 디지털세상을 위한 정보문화포럼' 에서 토론자로 참여하여 우리나라의 SNS의 실태와 명암에 관하여 기술한 원고 내용임을 밝힌다.
SNS(Social Media Service)는 개인과 개인의 연결고리가 수백 수만으로 확장한 거대한 바다와 같다. 개인을 위한, 개인에 의한 미디어이고, RT(retweet)을 통하여 순식간에 정보가 퍼져나갈 수 있어서 하루에도 수 억의 메시지가 사이버 공간에서 전달되고 있다.
역사상 개인이 미디어를 소유한 적은 없었다. 이제까지 미디어는 하나의 권력이었고, SNS의 등장으로 그러한 권력의 성벽은 상당부분 무너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힘없는 개인에게 마이크가 하나씩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듣는 입장이었다면, 이제 말 할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무엇을 말할 것인가? 개인에게 매체가 생김으로서 무분별하게 저질스러운 말이나 떠벌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술의 발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굉장히 빠르고 편리해졌지만, 정작 말하는 입장에 서면 하나의 메시지가 나오기까지 충분히 숙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근거가 바로 트위터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담론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전체 사용자의 10% 정도라는 어느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나머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거나 RT(Retweet) 하는 부류인 셈이다. RT 역시 모든 트윗이 RT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여 그것이 가치 있다고 판단 될 때만 RT 되는 것이다. 어떤 의제에 관하여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진다.
나의 말 한마디를 나와 연결된 1만 명이 듣는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말 한마디에 신중을 할 수 밖에 없다. 메시지의 내용은 형식이 규정한다. 팔로워가 10명일 때와 100명 일 때의 메시지의 내용이 달라지고,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때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달 될 때의 내용이 또 달라진다.
SNS는 광장이다. 광장에 혼자 있다면 어디로든 어느 방향이든 갈 수 있겠지만, 수 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있다면 일정한 방향성대로 흘러가게 된다. 그것은 집단지성의 모태가 되어 집단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2. 인터넷과 SNS의 차이점
정보매체의 발달과 함께 그것을 통한 잘못된 정보의 유통으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SNS(Social Media Service) 매체를 통해 집단이 개인을 공격하거나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경우(일명 ‘신상털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위한 논거로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SNS의 문제라기보다는 인터넷 전반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를 얻는 곳도 SNS가 아닌 인터넷(PC기반)이고, SNS는 정보를 좀 더 빠르게 유통시키는 역할 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터넷과 SNS의 차이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인터넷은 사이버상의 ‘공간’ 개념이라면, SNS는 여기에 ‘시간’ 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타임라인 혹은 뉴스피드는 나와 연결된 많은 사람의 메시지를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은 기업이나 포털이 중심이 되어 닫힌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적은 반면 축적된 정보가 오래 간다. SNS의 경우는 개인이 중심이 되어 열린 공간에서 전달속도와 파급력이 엄청난 대신 정보의 휘발성이 있어서 메시지가 금방 사라진다. 정보가 빨리 순환하는 만큼 빨리 사라진다.
SNS 에서는 메시지의 내용이 유익한 것이든, 유해한 것이든 빨리 사라질 수 있기에 설혹 잘못된 정보라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 간의 유기적인 소통으로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견과 의견이 충돌하고,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진실이 밝혀지고 결국 공공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게 된다.
3. 본질은 개인과 집단의 구도
SNS로 인한 사생활 침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의 문제 등이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SNS는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의 현상이 SNS에 가깝다고 하여 그 원인 또한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SNS는 공간적으로 이미 국경을 넘나들고, 매우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메시지의 속성상 특정 사람이나 메시지를 제한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법의 테두리에서 개인의 표현을 규제한다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 철학에 역행한다.
1983년 네덜란드에는 법적으로 동성애, 매춘, 존엄사, 마약 등을 합법화 하였다. 주변의 여러 나라에서는 네덜란드의 변화로 인하여 국가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 중에 하나가 되었다. 요컨대 모든 문제의 해결이 법률적 규제가 아니라, 요구를 수용하면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방법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악행은 제한하되, 인류의 지성은 신뢰하여야 한다. SNS를 통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의 본질은 욕설이나 비방, 개인정보 공개 등이 아닌 그것이 ‘개인 대 집단’의 구도에 놓일 때 비로소 폭력이 된다. 개인을 향한 다수의 폭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을 향한 다수의 폭력은 SNS와 같은 열린 공간이 아닌 오히려 폐쇄된 공간에서 다양한 주장이 공존하지 못할 때에 나타나곤 한다. 이것은 비단 SNS나 인터넷 상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된다.
얼마 전 군대 - 신병교육대에서 중이염을 앓고 있는 훈련병을 소대장이 꾀병으로 몰아 많은 훈련병 앞에서 모욕을 주어, 그것이 억울해 자살한 어느 훈련병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본질은 개인 대 집단의 구도에 놓일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스트레스이고, 이것은 주로 폐쇄된 공간에서 나타나게 된다.
4. 타블로 사건과 임태훈 닷컴의 사례
과거 가수 타블로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에 의심을 품고, 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그에게 폭력을 퍼부었던 주체가 되었던 곳이 바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였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폐쇄적인 카페에 다양한 의견을 담지 못하고, 운영진과 다른 의견을 가진 회원을 ‘강퇴’ 시키거나 묵살시켜 담론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되었고, 기성 언론에서는 타진요 내부의 게시글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기사화 시켜 사건을 확대시켰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지아 닷컴’, ‘옥주현 닷컴’, ‘임태훈 닷컴’ 등의 사이트 역시 특정 사건에 관한 개인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논거로서 개인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앞선 타진요의 사례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5.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오히려 SNS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서 메시지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SNS는 개인의 판단력을 끌어올리고, 보다 민주적인 매체이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SNS와 같이 많은 사람들의 메시지가 흐르는 것이 좀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며, 반대로 폐쇄적인 공간에 일방적인 주장은 폭력으로 나타난다.
온라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사람의 도덕성을 탓하기 이전에,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도 쉽게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현실, 또 때로는 개인정보가 기업이나 브로커에 의하여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은 충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트위터가 미디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필자는 SNS를 크게 세 가지로 Twitter = Media, Facebook = Community, Blog = Contents 로 분류한다.
말하자면 미디어를 이용해 전달할 내용과 커뮤니티에 전달할 내용은 달라야 하고, 메시지의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도 트위터의 글을 페이스북으로 전달하기는 쉬워도, 페이스북의 글을 트위터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도록 되어있다. 트위터와는 달리 외부에서 검색이 되지 않도록 제한된다. 그것은 페이스북이 개인과 개인의 관계 속에서 사생활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SNS 중에서도 이러한 속성을 사용자 스스로가 인지하여 그에 알맞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SNS에서의 잘못된 정보와 비방에 대하여 합리적인 반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NS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시간’ 개념이 추가된 새로운 매체다. 잘못된 정보나 주장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에 반론이 힘을 얻으면 다시 여론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많다.
SNS의 특징은 바로 이동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SNS가 존재하는 것이고,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기술이 퇴보하여 다시 유선전화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을 적게 사용하는 국가가 많이 사용하는 국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어있다.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은 의견이 오갈 수 록 사회가 건강해진다.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국가보다 선진국인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SNS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발견되었다. 역사적으로 외부로부터 새로운 문명이나 문화, 도구의 유입이 그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SNS 역시 외부로부터 새로운 도구가 유입된 것이다. 그로인해 우리나라의 사회변화가 생길 것이다. 현재의 입장에서의 문제가 미래에 동력이 될 수도 있고, 개인 간의 선이 공동체의 악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치적인 의미를 배재하고 말하자면, ‘보수는 단점을 최소화 하고, 진보는 장점을 극대화 한다.’ 는 말이 있다.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장점까지 훼손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는 단지 SNS의 기능만이 우리 손에 들어왔을 뿐이고, 앞으로 SNS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SNS 역시 한국의 환경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화가 될 것이다.
SNS에 관한 명쾌한 정의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