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일전에 개봉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알렉산더를 보셨는지? 알렉산더는 스무살에 왕이 되어 33살에 죽을 때 까지 13년간 전쟁을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전쟁이 무려 13년 간이나 계속 되리라고는.

누가 알렉산더를 죽였는가? 영화는 암시하고 있다. 그 전쟁을 그만 끝내고 싶은 무리들이 전쟁을 그만두기 위해 알렉산더를 죽였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렉산더가 죽어버리기를 원했다. 전쟁으로 얻은 땅을 나눠받아 왕노릇, 귀족노릇 하며 고향에서 편히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럴 때 알렉산더는 죽었다. 모두가 그가 죽기를 원하던 그 시점에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들은 알렉산더를 죽이는 방법으로 전쟁의 종결을 원했지만 이후 제국은 4개로 분할되어 40년간이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거듭하고서야 간신히 전쟁을 멈출 수 있었다.

그들은 실수한 것이다. 알렉산더를 죽이지 않았다면 전쟁은 훨씬 빨리 끝났을 것이다.

무엇인가? ‘역사’라는 이름의 판도라의 상자.. 겁도 없이 열어버린 것이다. 끝을 봐야만 한다. 중간에 멈추면? 두 배, 아니 열 배로 먼 길을 돌아가게 된다. 한 걸음 더 내딛어 보는 것이 더 빨리 사태를 종결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이기명들은 그만 화해하자고 한다. 일시 휴전하였다가 나중에 2라운드를 하자는 말이다.(그들은 이 싸움이 시대정신을 두고 벌어지는 노선싸움이 아닌 개인들의 감정싸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누가 알렉산더를 죽였는가? 그들이 알렉산더를 죽인 것이다. 나는 2라운드가 싫다. 이걸로 그만 끝내고 싶다. 나도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화해는 없다.

누가 노무현을 찔렀는가?
노무현의 의미는? 그것은 지역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탄핵은 동쪽과 서쪽의 지역주의자가 손잡고 지역주의를 없애려는 대통령을 저격한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주의다. 지역주의를 통한 철밥통이다.

우리는 졌다. 지역주의자가 승리했다. 염동연들은 지역주의를 활용하여 다음 선거에 이기겠다는 전략을 짰고 명계남, 이상호, 송영길, 정청래들은 노무현의 의미를 부인하는 그 사악한 거사에 가담했다.

등 뒤에서 노무현을 찌른 것이다. 이건 제 2의 탄핵이다.(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주의 반대가 시대정신이 아닌 노무현의 정치 술수인 것으로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노무현을 모른다.)

역사라 불리는 이름의 벌집을, 판도라의 상자를.. 아예 건드리지 말든가.. 아니면 끝까지 가든가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어물쩡 화해한다는 것은 두 배로 앓으면서 두 배로 먼길을 돌아간다는 것이다.

제 2라운드, 제 3라운드..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이참에 확실하게 정리하고 갈 것인가?

대통령이 유인태식 해석 발언으로 염동연들의 지역주의 전략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정분리로 당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서 말을 돌려서 했을 뿐 이는 명백한 명계남, 이기명들에 대한 꾸지람이다.

(대통령이 염동연을 꾸지람하지는 않을 것이다. 판세를 장악하고 있는 고수의 입장에서 볼때 염동연은 적의 숨은 힘을 남김없이 끌어내기 위해 응수타진으로 필요한 존재다. 써먹을 만 하다.)

명계남의 김두관 두 번 죽이기

문희상은 김두관을 지명하지 않은 데 대해.. “김두관이 원치 않았고, 전당대회 결과를 하위일 수 있는 상임중앙위에서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이유를 들었다.(신문기사 발췌)

맞는 말이다. 명계남의 문제는 기본 상식의 부재다. 역으로 생각해 보라. 김두관이 아니라 염동연이라 치고, 우리가 애써서 염동연을 떨어뜨려 놨는데 문희상이 억지로 염동연을 구해준다면? 그런 식으로 정치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면?

그 경우 국민적 저항이 일어난다.(억울하게 떨어진 사람 구해주는 것은 국민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빼앗는 것은 국민을 왕따시키는 행동이다.)

우리가 김두관에게 미안해 하는 것이 김두관이 얻은 정치적 자산이다. 명계남의 구원은 김두관이 간신히 얻은 그 정치적 자산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김두관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초딩도 아니고 참말로. 사람이 그렇게도 분별이 없나.

서영석님을 흉내내어 이번 경선을 총결산 하면

● 최대 피해자는 범DY그룹.. 머리 나쁜 집단이라는 비밀이 드러났다. 그들의 모든 작전은 실패했거나 역효과를 낳았다. 작은 승부라면 몰라도 큰 승부에서 국민은 결코 머리 나쁜 집단에 자신들의 권력을 위임하지 않는다.

신기남을 배제하여 천신정이 깨졌다. 원래 당의장 욕심이 없던 유시민을 과잉방어 하여 유시민, 장영달연대를 만들어 주었다. 문희상과 염동연은 친정동영도 아니어서 언제 DY그룹을 배신할지 알수없다. 문희상과 염동연이 실패하면 그 책임은 전부 범DY그룹이 지게 된다. 그들은 최악의 구도를 만든 것이다.

● 본전 장사는 범재야파.. 임종석, 송영길, 김영춘 등 살림밑천인 재야파 386이 대거 이탈하여 정동영 그룹으로 말을 갈아탔다. 장영달을 올려 체면치레를 했지만 항상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재야파 입장에서 386의 이탈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는 치명적이다.

손발이 잘리고 본부대만 남은 형태가 되었다. 대신 유시민의 조력을 받을 희망이 생겼지만 시스템 밖에 모르는 재야파가 시스템에의 의존을 극도로 싫어하는 자유주의자 유시민그룹을 통제할 수 있을까?

● 최대 수혜자는 범개혁그룹.. 판을 유리하게 짰다. 캐스팅 보드의 잇점을 얻게 되었다. 유시민은 당분간 더 깨지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재야파의 엄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리하다.

김두관이 낙마했지만 나쁘지 않다. 개혁그룹은 당분간 유격대를 해야하는데 고정된 진지를 가지는 것이 더 불리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은 자신에게로, 모든 화는 저쪽으로 돌릴 수 있는 꽃놀이패를 잡았다.

덧붙여서..

서프가 유시민을 밀수록 유시민이 더 불리해진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유시민 대세론이라도 나왔을 때나 맞는 말이다. 지금은 유시민이 분전하여 공을 세울 타이밍이지 상을 받을 때가 아니다.

당분간은 유격대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유격대를 하려면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야 한다. 너무 많은 지지도 유시민에게 부담이 된다. 적당히 욕도 먹고 칭찬도 듣는 지금이 좋다.

알아야 한다. 정치인이 칭찬만 듣고 욕은 먹지 않을 때.. 자신이 군중들에게 길들여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도자는 군중의 오류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칭찬만 듣는 지도자는 그러한 카리스마를 획득할 수 없다. 비토그룹의 존재야 말로 카리스마 있는 정치가의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진정한 지도자란?

지도자란 모든 사람이 내심으로는 이쪽이 맞다고 여기면서도.. 그러나 나혼자 그리로 가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어쩔수 없이 군중의 발걸음에 휩쓸려서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과감히 앞에 나서서

“저쪽이 아니고 이쪽이야!”

하고 바로잡아주려 들면 군중들은..

“그렇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잖슈. 다들 저쪽으로 몰려가고 있으니.”

하고 체념할 때 한 용기있는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편들어주며..

“그래도 나는 한번 이쪽으로 가보겠어. 왜? 그를 믿으니깐"

하고 한 사람, 두 사람 따라 나서더니.. 마침내 그것이 천이 되고 만이 되어, 결국은 모두가 이쪽 길을 택할 때.. 그 점입가경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승리의 쾌감을 선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80 민노당과의 연정 못할 거 없다 김동렬 2005-07-04 13904
1379 노무현 한방으로 사태평정 김동렬 2005-07-04 13937
1378 전인권을 생각하며 김동렬 2005-06-29 15435
1377 전여옥의 전성시대 김동렬 2005-06-29 14663
1376 위험인물 강준만 김동렬 2005-06-24 16115
1375 조선일보 불 내가 질렀다 김동렬 2005-06-23 14006
1374 강준만 아직도 더 망가질 건수가 남았다 김동렬 2005-06-22 14054
1373 전복의 전략 2 김동렬 2005-06-15 13368
1372 전복의 전략 1 김동렬 2005-06-15 13760
1371 전여옥의 질투 김동렬 2005-06-14 14309
1370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생각 김동렬 2005-06-12 14423
1369 정동영은 뭣하고 있나? 김동렬 2005-06-11 14323
1368 전여옥과 박근혜의 막상막하 김동렬 2005-06-09 14644
1367 문희상은 왜 버티고 있나? 김동렬 2005-06-08 14417
1366 서영석님의 위세론을 읽고 김동렬 2005-06-08 14919
1365 깨닫는다는 것은? 김동렬 2005-06-06 13510
1364 전여옥에서 황우석까지 김동렬 2005-06-05 12916
1363 와카슈와 대게대게 김동렬 2005-06-03 14181
1362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김동렬 2005-06-03 15607
1361 이상주의자가 되라 김동렬 2005-06-02 13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