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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761 vote 0 2005.02.28 (15:03:43)

빨간색은 좋은 색깔이다. 어디서나 눈에 확 띄기 때문이다. 조선닷컴만 빨간색을 로고에 사용하고 있다. 자유대한에서 자유는 조선일보에게만 허용이 되어 있다. 조선일보만 빨간색을 쓸 자유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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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닦아놓으니 용천배기 지랄한다'는 속담이 있다. 민주화가 되니 그 혜택을 전두환과 조선일보가 본다. 역설이다. 참여정부 2년의 가장 큰 치적은 탈권위주의라는 말이 나왔다. 탈권위주의의 혜택을 지금 전여옥이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의원들을 상대로 자체 여론조사를 했는데, 참여정부 2년간 잘한 일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탈권위주의가 1위로 선정되었고 ‘아무나 대통령이 될수 있다는 교훈을 준 사실’이 7위로 나왔다고 한다.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좋은 거다. 특권층도 아니고, 학벌도 없고 혈연에 지연에 아무것도 없고,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거다. 그것이 민주화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노무현이 ‘아무나’는 아니다. 고졸에 판사라는 드문 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엘리트 중에 엘리트이다. 국회의원에 장관에 경력도 화려하다.
 
그러나 그들은 대통령을 아무나로 믿고 싶어한다. 왜?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아무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박근혜가 혜택을 보고, 아무나 국회의원이 된 대표적인 사례인 전여옥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야 말로 아무나다. 100단어 수첩에 머리가 좋기를 하나, 학벌이 좋기를 하나 지가 장관이라도 해봤나.. 전여옥은 더하다. 표절이나 했지 지가 한게 무언가? 친일로 밥벌어 먹는다는 조영남과 막상막하가 아닌가.
 
무엇인가?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로 손해를 본 사람은 스스로 권력을 놓아버린 결과로 날마다 사법부에 줘터지고 있는 집권여당이요. 이익을 본 세력은 한나라당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제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익을 본 세력과 손해를 본 세력의 싸움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의 한판승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이명박 편들기.. 또한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와 전여옥들은 명백히 노무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로 이득을 본 신흥세력이다.
 
전여옥.. 지금은 만인이 혐오하는 흉물이 되어 있지만 한 때는 자칭 페미니스트였고 왕년의 진보주의자(전여옥 본인 주장)가 아니었던가? 박근혜? 남북통일을 지지하고 김정일과 면담하는 등 개혁파 행세를 해서 점수 딴 사람 아닌가?
 
무엇인가? 탄핵의 부메랑은 이회창파 강남 기득권층을 날려 버렸다. 한나라당 안에서 상대적으로 기득권과 거리가 멀다는 박근혜, 전여옥에게 기회가 왔다. 전통적인 기득권 입장에서 보면 박근혜, 전여옥이야 말로 노무현의 탈권위주의 바람에 어물쩡 편승해서 꿩 먹고 알먹은 기회주의 집단이 아닌가?
 
차떼기 이회창이 개쪽을 까고 최병렬이 단식투쟁을 해서 결국은 남 좋은 일 시킨 꼴이 되고 말았지 않은가? 말하자면 한나라당 신주류인 박근혜, 전여옥들은 강남특구를 중심으로 한 이 나라 기득권층의 적자가 아닌 것이다.
 
권위란 무엇인가?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질서가 없을 수는 없다. 구질서는 가고 새질서는 온다. 신분세습의 구질서는 아직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고 자유경쟁의 새질서는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반짝 틈새시장이 열린다. 이런 때.. 그 무질서에 편승하여 목청 큰 사람, 쇼맨십 있는 사람들의 시대가 열린다. 전여옥이 목청은 크다. 박근혜가 이미지로 정치하는 쇼맨십은 제법 된다.
 
정리하자. 문제는 질서다. 민주주의는 무질서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다. 두 가지 질서가 있다. 하나는 낡은 권위주의 질서요 하나는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다. 새질서는 무엇이 다른가? 경쟁이다.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경쟁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생각하라! 그들이 자랑하는 학벌이나 혈연이나 지연이나 돈들은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던가.
 
결론은? 지금은 신분세습의 구질서가 사라지고 자유경쟁의 새질서가 자리잡히기 전 잠시 반짝 하는 과도기 상황이다. 이런 때 목청 큰 전여옥, 쇼맨십이 되는 박근혜가 먹는 반짝장세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흐른다. 결국은 다 적응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제는 이 역사의 흐름이 되물릴 수 없는 대세임을 깨닫고 서서히 새질서에 순응하기 시작했다.
 
과도기에 이득을 본 박근혜일당과 손해를 본 이명박일당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의 탈권위주의는 한나라당 마저 변화시키고 만 것이다. 한나라당 안의 아무나라 할 망둥이와 꼴뚜기들이 일제히 뜀박질을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 너 마저도".. 조갑제와 김용갑의 탄식이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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