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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460 vote 0 2005.01.24 (21:22:57)

진보니 보수니 혹은 좌파니 우파니 하지만 애매할 때가 많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유가(儒家)와 법가(法家)가 각각 진보의 축과 보수의 축을 맡아 대결해 온 것이 역사의 큰 줄기가 된다.
 
개혁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둘이다. 첫째는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이다. 둘째는 인간 개개인의 인격적 향상이다. 전자에 치우치면 법가고 후자에 치우치면 유가다.
 
유가는 진보에 가깝고 법가는 보수에 가깝다. 이것이 역사의 주된 흐름이 되는 이유는 제도의 개선이 짧은 시간에 끝나는데 비해, 인간 개개인의 인격적인 향상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진보는 인격적 향상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진도 나가자는 거고 보수는 제도개선으로 이번에 딱 한 번만 개혁하고 다음부터는 하지 말자는 거다. 대개가 그렇다. 
 
예컨대 마르크스주의는 진보를 표방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또 법가다. 파시즘적, 극우적 요소가 분명히 있다. 문제는 마르크스가 본래 극우를 지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그 ‘결과’에 역사의 필연이 숨어있음은 물론이다. 그 필연을 보아야 한다.
 
무엇인가? 정치의 역설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옆길로 샌 것이다. 히틀러도 처음에는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생각했다지 않는가. 개혁을 하다가 중단하면 극우가 된다. 이렇게 꼬이는 이유는 역사의 진보에 따른 시대정신의 변화 때문이다.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법을 개량하기를 단기간에 끝낸 다음 인간을 업그레이드하기를 중도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유가를 아테네, 법가를 스파르타에 비유한다면 현실 사회주의권은 아테네가 아닌 스파르타를 지향한 것이다.
 
구소련이 처음부터 스파르타를 지향한 것은 아니다. 혁명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레닌은 아테네의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다 보니.. 스탈린에 와서 인간의 얼굴을 한 아테네가 아니라 괴물의 얼굴을 한 스파르타로 변해간 것이다.
 
중국의 문화혁명도 그렇다. 그들은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으로 부족해서 인간 자체를 개량하기를 원했다. 구소련의 혁명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문제는 법가적 방법론으로 유가적 이상을 강제하려 한 데 있다.
 
처음엔 모두가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스파르타의 부국강병은 쉽고 아테네의 문예부흥은 어렵다. 제도를 고치기는 쉽고 인간을 업그레이드하기는 어렵다. 샛길로 빠진 것이 스파르타의 방법으로 아테네를 지향한다는 생뚱맞은 모택동 발상이다. 지름길을 탐한 결과로 초심을 잃고 점차 보수로, 수구로, 괴물로 변해가는 것이다.
 
두 명의 비스마르크는 필요하지 않다
제도의 완비는 1회로 끝난다. 오늘 보수를 완료했는데 내일 또 보수할 건더기가 남아있지는 않다. 그러나 인간의 업그레이드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두 명의 비스마르크는 필요 없지만 열 명 혹은 백 명의 공자는 필요하다.
 
박정희는 좋게 보아주기로 하면 한국의 비스마르크라 할 수 있다. 비스마르크가 존경받는다면.. 그래서 1백 명의 비스마르크가 이 땅에 나타난다면 그런 나라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진보니 보수니 하지만 역사에 있어서 실제로 입증된 모델은 둘 뿐이다. 아테네를 선택할 것인가 스파르타를 선택할 것인가다. 예외는 없다. 아테네가 유가면 스파르타는 법가다. 인문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부국강병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인문주의를 추구하면 유가, 부국강병을 추구하면 법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범은 아테네를 선택했고 박정희는 스파르타를 선택했다. 오늘날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역사의 흐름은 진보나 보수 혹은 좌파나 우파의 득세가 아니라.. 스파르타모델에서 아테네모델로의 변화이다.
 
용기있게 이러한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는 스파르타모델, 진시황모델, 박정희모델, 법가모델을 추구한다. 우리는 아테네모델, 조광조모델, 백범모델, 유가모델을 추구한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유가는 호주제 철폐에 반대하는.. 종교적 일탈에 빠진 썩은 유림들이 말하는 삼강오륜식 유가가 아니라.. 서구를 기독교문명으로 보고 동양을 유교문명으로 보는 즉 큰 틀에서의 유가를 말함이다.)
 
강단학계에서 말해지는 ‘진보.보수’ 혹은 ‘좌파.우파’의 논리로는 이러한 역사의 진실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필자는 ‘유가.법가’, ‘아테네.스파르타’, ‘인문주의.부국강병’모델로 설명하는 것이 더 진실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는 역사의 경험칙을 통하여 실제로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왜 임지현들이 문제인가?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나약한 군중이 아닌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강함이 어디에서 오는가이다. 생각하라! 전태일열사의 강함, 지율스님의 강함이 도무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왜 나는 임지현들을 비판하는가? 그들은 도무지 인간이 덜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말하는 강한 개인은 인격적으로 고양된 인간이다. 그 인격은 석가와 공자와 노자가 말한 그 인격이다.
 
임지현들의 망동은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일탈이며 지나치면 범죄다.(임지현의 망동이 학문의 자유에 속하며 그 학문의 자유가 개인의 강함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서입니다.)
 
책상머리를 떠나지 못하는.. 창백한 얼굴을 한.. 양비론의 중립지대에 숨는 나약한 지식인상은 결코 한국인의 지성인상이 아니다. 퇴계의 지성인상, 율곡의 지성인상은 임지현류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의 지성인상은 강하다. 회색 속으로 숨지 않는다.
 
도무지 5천년 한국사에서 이 나라의 어떤 지식인이 나약하다는 말인가? 원효가 나약했나? 조광조가 회색이었나? 사육신이 양비론이었나? 내가 알기로 오천년 한국사에서 임지현이나 김훈류의 중립에 숨는 나약한 회색의 지식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서구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에서 지식인이라 하면 곧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 말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학문이라면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있다. 동양에서는 인문과학만이 학문대접을 받았다. 인문과학의 목적은 인간 만들기에 있다. 도무지 인간이 안 된 임지현, 문부식, 김영환, 손호철, 박홍, 이문열류가 감히 지식인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공자가 말한 바 조문도이 석사가의(朝聞道而 夕死可矣) 곧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그 지식인이 아니다.
 
임지현이 말하는 일상성의 파시즘이 무엇인가? 임지현에 따르면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야 말로 파시스트가 아닌가? 선뜻 목숨을 내놓아버리는 조광조야 말로 폭력적이지 않은가. 전태일열사, 지율스님이 파시스트란 말인가?
 
천만에! 이것이 한국에서의 지식인상이다.
 
개인이 강해야 한다. 한국인은 본래 개인이 강하다. 불교와 도교와 유교가 공통적으로 강한 개인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강함은 인격적 고양에서 온다. 임지현, 문부식으로 인간이 썩어서는 결코 지식일 수 없다.
 
진도 나가야 한다.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으로 부족하다. 인간 개개인이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전태일처럼 강해지고 지율스님만큼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약한 군중이 아니라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지론에 대해서 더 알기를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하오.
 
 
 
덧글 ..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벼랑에서 잡은 가지 마저 손에서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장부이다.  
 
백범의 이 말씀이야 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 싯귀는 백범의 스승이었던 유교 선비 고능선선생의 가르침이나 본래는 불교의 게송에서 나왔다. 유교, 불교, 도교가 공통적으로 강한 개인을 주문하고 있다.
 
책상머리를 떠나지 못하는.. 강단에 안주하는.. 양비론의 중립지대에 숨는.. 김훈류 임지현류.. 나약하기 짝이 없는 사이비 지식인상은 일제가 속임수로 퍼뜨린, 혹은 서구에서 수입된 가짜다. 한국에서 그런 지식인은 단 하나의 예도 있어본 일이 없다.
 
 
 
서프라이즈에도 설날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군요. 이른 세배를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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