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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437 vote 0 2011.06.05 (00:40:24)

 

진정한 창의

창의는 다르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가? 다 필요없고 오직 구조 하나를 다르게 해야한다. 그러므로 창의하려면 먼저 구조를 알아야 한다.


구조의 기본은 대칭성이다. 대칭은 둘이 어떤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다. 밤과 낮,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남과 여, 하늘과 땅, 음과 양은 서로 마주보고 얽혀 대칭구조를 이룬다.


닫힌계에 에너지를 투입하여 밀도를 걸어주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하나의 영역에 둘이 공존하며 서로 얽혀서 이와 같은 대칭구조가 만들어진다.


대칭은 하나를 둘이 사용한다. 밤과 낮은 하루를 공동으로 사용한다. 원인과 결과는 하나의 사건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부부를 이룬 여자와 남자는 하나의 가정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음과 양, 빛과 그림자, 플러스와 마이너스, 앞과 뒤, 시작과 끝, 하늘과 땅은 모두 둘이 짝지어 대칭을 이룸으로써 어떤 하나를 공유한다. 그러므로 거기서 누가 위고 누가 아랫니며, 누가 앞이고 뒤인지를 다투어서 질서가 생겨난다.


건물의 입구와 출구는 하나인데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둘이면 필연적으로 공존의 질서가 요구된다. 하나의 출입문, 하나의 화장실, 하나의 통로를 두 사람이 동시에 쓸 수는 없으므로 반드시 질서가 있어야 한다.


만약 출입문도 둘, 화장실도 둘, 통로도 둘로 만들면 공존의 질서가 필요없지만 그만큼 비효율적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는가? 공유에서 나왔다.


◎ 에너지 – 어떤 하나를 둘이 공유함에 따라 얻어지는 이득.


중력이든 강력이든 약력이든 전자기력이든 우주 안의 모든 힘은 어떤 하나를 둘이 공유하는 데서 유도되었다. 그 에너지의 결집을 가능케 하는 공존의 질서가 모든 진리의 기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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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은 시소처럼 하나를 둘이 공유한다. 이 중에서 하나가 빠져나가면 다른 하나도 소용없게 된다.

 

자연에서 효율성을 낳는 공존의 대칭구조는 다섯이 있다. 존재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타자와 공존할 수 있다. 다섯가지 방법으로 한 집을 둘이 함께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다섯 대칭의 공존방법을 알고, 현장에서 새로운 공존의 방법을 구조적으로 조직해 내는 것이 창의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창의는 오직 이 하나의 원리를 따르며 다른 창의는 없다.


소설이라도 여러 에피소드가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고, 회화라도 여러 표현이 하나의 캔버스를 공유한다. 음악이라도 마찬가지고 패션이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하나 안에 둘을 집어넣는 것이 창의다. 과연 그 둘이 그 하나의 공간에 예쁘게 들어가주느냐가 창의의 문제로 된다.


리듬과 하모니와 멜로디의 강약과 고저와 장단을 기술적으로 대칭시켜 하나 안에 둘을 탈없이 집어넣을 수 있다.


◎ 모든 창의는 어떤 하나를 둘이 공유하여 에너지 작용의 효율성을 도출하는 존재의 다섯가지 대칭을 구조적으로 조직해 내는 것이다.


사람이 집을 사용해도 하나의 건물을 밤낮 2개대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고 또 월세를 들어 건물을 같이 쓰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듯이 자연계에는 다섯가지 공존의 방법이 있다. 100층 건물을 지어도 하나의 출입문을 모두가 공유한다. 모든 발명과 아이디어는 공유의 아이디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은 수백 개의 코스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아이디어를 내도 출발점과 도착점은 하나로 공유된다. 총을 발명해도 하나의 총알을 사수와 표적이 공유하는 것이며, 칼을 발명해도 하나의 칼날을 무사와 적이 공유하는 것이다.


하나를 둘이 사용할 때 둘은 서로 얽히게 되며 바로 그것이 구조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발명과, 아이디어와, 혁신과, 창의와, 개척은 구조의 조직이며 그것은 둘이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다.


◎ 1자 공존 – 점 : 대지를 공유한다.(오두막)
◎ 2자 공존 – 선 : 대지, 건물을 공유한다.(기차역)
◎ 3자 공존 – 각 : 대지, 건물, 대문을 공유한다.(연립주택)
◎ 4자 공존 – 입체 : 대지, 건물, 대문, 통로를 공유한다.(월세임대)
◎ 5자 공존 – 밀도 : 대지, 건물, 대문, 통로, 방을 공유한다.(빌딩로비)


빌딩을 지으면 1층 로비는 대지, 건물, 대문, 통로, 방을 모두 공유하게 된다. 그 건물을 출입하는 누구라도 1층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 하나를 월세로 내주면 집주인과 세입자는 대지, 건물, 대문, 통로를 공유한다.


연립주택은 대지와 건물과 대문을 공유한다. 요즘 인기가 있다는 땅콩주택도 하나의 건물을 두 집이 반씩 나누어 쓰는 형태라고 한다. 기차역이나 공항, 부두는 대지와 건물만 공유한다.


기차역은 단지 통과하여 갈 뿐이므로 담장이나 대문이 필요없다. 아프리카 부족민의 작은 오두막이라면 대지만 공유할 뿐 다른 그 무엇도 공유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섯 구분이 각각 공간의 차원들인 점, 선, 각, 입체, 밀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0차원에서 4차원까지다.


오두막, 역, 연립주택, 셋방, 빌딩 등의 구분은 필자의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분류이므로 해석하기에 따라 구분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점, 선, 각, 입체, 밀도의 차원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된다.


어떻게 창의할 수 있는가? 이러한 공존의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창의다. 이들 다섯 공존형태 사이에 일정한 서열이 있다. 빌딩로비>임대>연립>역>오두막 순으로 공유의 정도가 높다.


◎ 오두막 - 독점한다.
◎ 기차역 - 시간을 정해놓고 교대로 쓴다.
◎ 연립주택 - 칸을 나누어 각방을 쓴다.
◎ 월세임대 - 비용을 지불하고 빌려쓴다.
◎ 빌딩로비 - 공유한다.


하나의 건물 안에도 자기 방이 있다면 오두막이고, 화장실은 교대로 쓰고, 식탁은 칸을 나누어 쓰고, 부엌은 엄마만 쓰고(노동을 제공하고 대신 독점하므로 임대와 같다.) 거실은 TV처럼 모두가 공유하는 식이다.


거실을 혼자 쓴다면 거실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원룸이라면 거실과 부엌과 방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러하다. 요강을 사용하던 시절이라면 거실이 화장실도 겸했다.


여기서 거실, 부엌, 식탁, 화장실, 방의 구분은 필자의 임의적인 표현이고 중요한 것은 어떤 공간이라도 이런 다섯 공유형태는 반드시 있다는 점이다. 거실의 소파처럼 공유해야만 의미가 있는 공간이 있고, 독점해야만 하는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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