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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260 vote 0 2005.01.05 (19:59:33)

아래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

문제는 질서다. 지금 우리당은 질서가 없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어떻게 질서를 부여할 것인가? 누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정치집단에 질서를 부여하는데 성공할 것인가이다.

두 가지다. 하나는 핵심역량의 결집이다. 곧 우리당의 주력을 확인하기다.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개혁주체가 과연 누구인가이다.

누가 우리당의 주력인가? 창당을 주도한 천신정? 부산팀이니 혹은 대구팀이니 하는 대통령 측근그룹? 노사모를 위시한 네티즌세력? 전대협세력? 아니다. 누구도 우리당의 주력은 아니다.

둘은 우리당의 전통이다. 또 당헌 당규다. 창당과정에서 개혁당을 포함한 제 정파가 나누어 가진 지분이다. 계파들 간의 역학관계이다. 그것들이 또 질서를 만들어낸다.

누가 우리당에서 최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가? 어느 계파가 이 마당에 우리당을 한번 이끌어 보겠다고 감히 나서겠는가? 없다. 누구도 나설 수 없다. 계파도 없고 지분도 없다. 설사 있다해도 인정할 수 없다.

루쉰의 말마따나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가지만 나중에는 두 사람이 간다. 이윽고 우리 모두가 그 길을 가게 된다. 그 자취가 쌓이고 쌓여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질서가 만들어지고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질서는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당은 아직도 창당 중인 실험정당이다. 우리당은 대통령이 만든 것도 아니고 정동영 장관이 만든 것도 아니다. 누구도 우리당의 정체성을 임의로 규정지으려 해서 안된다. 오직 역사가 응답할 뿐이다.

길은 우리가 만든다

지금 전면에 노출되어 대립하고 있는 힘들은 무엇인가?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기세와 밀실정치의 관행이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강경파라는 것은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열망을 반영하는 역사의 흐름이다.

 
이것은 어떤 특정인이 모사하고 꾀를 내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필연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터넷이 무엇인가? 누구도 모른다. 중요한 점은 속단해서 안된다는 거다. 지난 대선 때 인터넷은 2프로의 플러스 알파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선 98프로의 몸통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알수 없다는 말이다.

둘 중 하나다.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기세가 우리당의 핵심역량이라면 이제는 그 기세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부를 띄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밀실정치의 관행이 우리당의 핵심역량이라면?

 
창당 때 천신정이 모사를 잘 꾸민 결과로 우리당이 탄생하게 되었고 또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면?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당의 주력이다. 그 모사꾼들에게 당을 맡겨야 한다.

대답하라. 어느 쪽인가?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기세가 우리당의 핵심역량인가 아니면 의원 40명 가지고 창졸간에 원내과반수 집권여당 하나를 너끈히 만들어내는 천신정의 놀라운 기획력이 우리당의 핵심역량인가?

 
동교동의 추진력이 민주당을 만들었다면 천신정의 기획력이 우리당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천신정이 주도했으므로 우리당은 천신정의 당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이 논리에 동의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또 그렇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옳다면 그것은 이른바 3김정치, 보스정치, 계보정치, 권위주의시대의 룰이다.

과연 그런가? 천만에.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당은 그 룰을 깨고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당은 천신정의 당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구의 당인가? 누구의 당도 될 수 없다. 우리당의 주인은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천정배, 이부영의 잘못은 아니다

이번의 보안법싸움을 통해 드러난 바는 무엇인가? 천정배, 이부영들은 우리당의 주력과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거다.

무엇인가? 좋은 말로 하면 대화와 타협이고 나쁘게 말하면 밀실야합이다. 그 방법을 구사하는 천정배, 이부영들의 낡은 리더십으로는 우리가 가진 힘의 100프로를 끌어낼 수 없다.

우리가 진 것은 힘이 달려서 진 것이다. 힘이 달린 이유는 이부영, 천정배들이 우리의 실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누가 우리의 실세인가? 누가 우리당의 핵심역량인가?

없다. 김근태도 아니고 유시민도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가 전통을 쌓아가기 나름이다. 그 방법은? 투쟁을 반복하는 것이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 그 무수한 싸움의 끝에 호흡이 맞아지고 코드가 만들어지고 전통이 쌓여가는 것이다.

누가 모사를 꾸민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전략 전술을 잘 짠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 천정배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이부영이 잘못한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딱 하나다. 부족했던 것이다. 무엇이? 싸움이.

 
원래 이 싸움이 일합의 겨룸으로 끝나는 게임은 아니었다. 우리는 부단한 싸움걸기를 통하여 코드를 맞추고 호흡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의 역량을 쌓아가야 한다.

유시민이 나서야 한다

천정배, 이부영들은 끝났다. 무엇이 끝났는가? 손발맞춰보기 테스트가 끝난 것이다. 이제 새로운 리듬과 새로운 템포와 새로운 호흡을 결정해서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춰봐야 한다.

 
누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정치집단과 호흡과 기세를 일치시켜 우리가 가진 힘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누가 진정한 우리당의 주인인가? 공(空)이다. 무(無)다. 그것은 비워 있으므로 하여 절로 채워지는 것이다.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지만 누구도 독점할 수는 없다.

 
유시민이 나서야 한다.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이로서 순서가 한바퀴 돌았다. 이제 유시민의 호흡과 리듬과 템포가 개혁세력이 가진 힘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시험할 차례가 온 것이다.

둘 중에 하나다. 역사의 필연이 결정한다. 우리당의 핵심역량이 무엇인가이다.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기세인가? 아니면 천정배의 놀라운 기획력, 혹은 이부영의 뛰어난 지도력, 혹은 김근태의 숨겨둔 무엇인가?

우리는 그동안 시험했다. 이부영의 지도력도 천정배의 기획력도 우리의 핵심역량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새로이 시험할 때다.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기세가 우리당의 핵심역량인지를 테스트 해야 한다. 유시민이 총대를 매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그때 가서 또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싸움걸기는 계속된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면 승리의 방법이 찾아진다. 그렇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예서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조선일보붙이들은 닿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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