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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2004년 한 해를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대강의 정국 스케치를 해보겠습니다.
 


수첩공주의 외출 !
 

우리는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두 가지 기본적인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정치자원의 선점입니다. 역량있는 신인들이 대거 우리당으로 몰리고 있다는 거죠.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인재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투옥을 겪으면서 정계에 투신하게 된 것입니다. 전대협이라는 막강한 자원이 100프로 우리당에 올인하고 있는 점은 특기할만한 사실입니다.
 
두 번째 비교우위는 인터넷이라는 물적 토대의 선점입니다. 오마이뉴스의 활약과 데일리서프라이즈의 도약에서 보듯이 적어도 인터넷은 우리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돈이 수구의 유일한 무기라고 말한 사람은 빌어먹을 조갑제입니다. 우리의 약점은 물적 기반이 약하다는 거죠. 자칭 잡놈 김훈이 한국일보에서 헛소리 한 것도 이거구요. 그러나 최근 벤처분야에서 몇 가지 좋은 조짐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물적 기반으로 겨뤄도 우리가 크게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운동하던 사람들이 그 특유의 발상의 전환을 기초로 해서 경영도 잘하더라.. 하는 신화가 쓰여지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이 전선을 가르는가?
그 모든 것의 배경은? 세대차입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확연한 성향 차이죠. 왜 우리나라에서만 특별히 이 점이 두드러지는 것일까요? 보안법과 햇볕정책 때문입니다.
 
분단, 그리고 보안법..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입니다.(한나라당이 햇볕정책과 보안법 철폐의 최대 수혜자가  될 기회도 있었으나 정치무뇌아 수첩공주 박근혜가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문제는 확연한 세대차로 인해.. 기성세대의 성공해본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우리쪽의 수권능력으로 승계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참여정부 들어서 일부 아마추어리즘이 노출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는 집권 7년 째입니다. 서서히 경험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점차 집권역량이 강화되고 있다는 거죠. 중앙일보 홍석현씨의 투항이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조짐입니다. 적들의 심리적 타격은 클 것입니다. 왜인가? 노무현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를 보고 적들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짜식들 조도 못먹나. 어렵게 빼앗은 권력을 도로 내주다니 바보 아녀?”
 
이렇게 된거죠. 사실이지 그랬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순진하게도(?) 권력을 도로 내준 결과 헌재의 반란, 검새의 반란, 군부 일각의 불순한 태도, 정치판사들의 우리당에 불리한 판결.. 등등 일련의 권력누수현상이 나타난거죠.
 
홍석현의 투항은 역으로 그 허를 찌른 것입니다. 조기 레임덕을 기대하던 그들은 낭패를 당한 거죠.(최근 유행하는 강소국전략, 혹은 강중국전략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은밀한 반란, 재벌들의 공공연한 반기.. 등 아직도 도처에 진압되지 않고 있는 소요들이 있습니다만 이해찬 총리를 필두로 정동영, 김근태의 3두체제가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강희제의 권력기반 강화전략
청나라 집권 초기에 오삼계의 난을 비롯하여 삼번의 난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란들은 일정부분 청나라 집권세력이 방조한 측면이 있습니다.
 
명을 배신하고 청에 붙은 한족 장군들이 조만간 반란을 일으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놔둔 거지요.(한족 배신자들은 누르하치를 이용해서 명을 전복한 다음 누르하치를 토벌하여 집권한다는 괴상망칙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음.)
 
반란을 방조한 다음 차례로 반란을 진압하면서 청나라는 정치적 정통성을 획득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허허실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가 헌재와 재벌을 비롯한 권력 주변세력의 수구성을 낱낱이 노출시킨 결과가 되었습니다. 국민들은 그 배신의 현장의 똑똑히 지켜보았구요.
 
조중동 삼번 중에서 홍석현의 투항은 강희제가 삼번의 난을 토벌하는 과정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지에 몰린 조중동
지금 적들은 사방에서 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권력이 그렇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희망과 자부심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조중동은 언제부터인가 절망과 증오를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독약이지요. 독자연령대가 날로 높아진다는 것. 예컨대 어떤 업체가 5년전에 조선일보에 구인광고를 내니 200여명이 지원했는데.. 같은 크기의 구인광고인데도 작년에는 5명이 지원했다고 하더군요.
 
구직난인데 왜 지원자가 없느냐고요? 조선일보나 보는 60대 할아버지가 구인광고를 볼 이유가 있겠습니까? 젊은 세대가 조선일보를 안본다는 거죠. 어떤 바보가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는지.. 두고 봅시다.
 
밀실정치냐 참여정치냐
이번 보안법 싸움은 인터넷 직접민주정치의 가능성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참여정치의 기세와 밀실정치를 획책하는 정치업자들과의 한 판 싸움인 거죠.
 
이부영의 망언이 그렇습니다. 감히 네티즌들이 정치업자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드느냐는 식의 분노지요. 하기사 개도 밥그릇을 빼앗으면 주인을 문다는데.
 
무엇인가? 만병통치약이 개발되면 의사들은 폐업을 해야 하겠지요. 정치업자들은 개혁을 세일즈하기 위해 개혁과제들을 조금은 남겨두어야 합니다.
 
무엇인가? 우리당 지도부는 자신이 개혁네티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중도보수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걔네들이 설친다구? 괜찮아. 걔들은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날 믿어.”
 
뭐 이런 거죠. 이걸 정치라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도파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습니다. 진보는 좌파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어필하고 보수는 자기네가 수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어필하는 거지요.
 
그러나 착각입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인터넷 참여정치는 대세입니다. 밀실에서 흥정하고.. 정치 그런 식으로 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한나라당은 대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결정은 총선때 의석 수로 난것이고 지도부의 역할은 기왕에 결정된 사실을 집행하는 것 뿐입니다. 자기들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여겼다면 오판입니다.
 
병사도 많고 장수도 많다
유방이 항우와 싸워 연전연패 하고도 결국 승리한 이유는? 군대의 주력을 보존했기 때문입니다. 유방은 항우의 의제시해를 명분으로 해서 제후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주요한 전투에서 유방은 자신의 주력을 뒤로 돌리고 제후연합군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그 결과 유방군의 주력은 살아남았고 항우에게 깨져도 주로 제후연합군이 깨졌습니다. 제후연합군은 거듭된 패전을 통해 항우와 초나라에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유방이 번쾌와 주발 같은.. 고향 패현에서부터 줄곧 자신을 따라온 주력을 전면에 배치하여 이들을 희생시켰다면? 그 경우 제후연합군의 군세가 유방의 본진 군세보다 커집니다. 그렇게 된다면? 유방은 내부에서 무너지는거죠.
 
개혁세력의 주력을 보존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에서 투항한 이부영그룹, 김혁규그룹, 그리고 천신정그룹은 유방의 고향 패현에서 줄곧 따라온..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탄 냄새 맡고 자란 개혁세력의 주력이 아닙니다.
 
무엇이 우리의 주력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천신정이 깨져도, 김혁규가 깨져도, 이부영이 깨져도, 안희정-이광재들이 깨져도 우리의 큰 손실은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병사도 많고 장수도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고조 유방이 그랬던 것처럼 제후연합군을 전면에 배치하여 소모시키는 것입니다. 정동영과 김혁규의 실용주의는 제후연합군이 대세를 장악하여 중도노선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입니다.
 
말은 다 같이 실용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실로 그 내용은 정반대입니다. 이러한 본질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부영그룹이든, 김혁규그룹이든, 천신정그룹이든 스스로 자신을 일회용의 소모품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아직은 우리에게 병사도 많고 장수도 충분합니다. 겁날거 없다구요. 착각하지 말라는 거죠.
 
노무현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두번 생각하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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