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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젓한 뜨락에 장미꽃, 나리꽃, 백합꽃들 만발하여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낮고 어두운 구석자리에 청초한 제비꽃 한송이도 피어 있었다.
 
착한 제비꽃이 그 파란 입술을 열었다.
 
“아 신은 나를 작고 보잘 것 없게 만드셨어. 키 큰 꽃들 사이에 하늘은 가리워졌고 햇님을 바라볼수도 없어.”
 
화려한 장미가 제비꽃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너는 모르고 있지만 네게도 향기와 아름다움이 있어. 자신을 낮추면 높아지고 스스로 높이면 몸을 망친다는 걸 알라구.”
 
착한 제비꽃은 슬퍼졌다.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비참한 사람을 위로한답시고 던지는 충고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오 하느님! 저의 간청을 들어주세요. 단 하루만이라도 장미꽃이 될 수 있다면.”
 
하느님이 착한 제비꽃의 기도를 들었다.
 
“나의 어린 제비꽃아. 너는 본래 겸손하고 온유하였다. 욕심이 생겨 정신이 흐려졌구나. 필시 후회하게 될 것인데도.”
 
하느님의 손길이 미치자 제비꽃은 어느새 장미꽃으로 변해 있었다. 이윽고 저녁이 되자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세찬 비바람을 퍼부었다. 꽃들은 줄기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혀나갔다. 남은 것이라곤 구석자리에 몸을 낮춘 제비꽃들 뿐이었다.
 
수다쟁이 제비꽃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폭풍이 저 오만한 꽃들을 어떻게 했는지 보렴. 우리는 키가 작아서 볼품이 없지만 하늘의 벌을 받진 않았어.”
 
그들은 장미가 되려했던 욕심많은 제비꽃도 발견했다.
 
“저 거만한 가짜 장미를 봐. 제비꽃의 분수를 모르고 날뛰던 자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기억해두는게 좋을걸.”
 
장미가 되었던 착한 제비꽃이 죽어가면서 마지막 힘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며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겨울의 차가운 죽음을 기다릴수 있겠지만 그것은 비겁한 안도에 지나지 않아. 단 하루였지만 나는 장미였었고 우주의 진실을 보았어. 나는 하늘과 태양과 친구였었고 너희들이 밑바닥에서 별들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 단 하루동안이지만 천년보다도 값있었어.”
 
그는 죽었지만 얼굴은 신의 미소를 담고 있었다. [칼릴 지브란의 우화]
 
이 우화는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봉건시대의 우화들은 신분질서를 유지하려는 권력측의 의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이솝우화 역시 그러하다. 이솝우화들은 방자하게 날뛰는 하인들, 분수를 모르고 상전에게 기어오르는 아랫것들을 꾸짖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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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만한 가짜 장미를 봐. 제비꽃의 분수를 모르고 날뛰던 자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기억해두는게 좋을걸.”
 
이렇게 말하며 비웃는 자가 누구인가? 빌어먹을 이문열들이다. 빌어먹을 조중동들이다. 저 더러운 박근혜들이다.
 
“너희들은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며 살아남아서 겨울의 죽음을 기다릴수 있겠지만 그것은 비겁한 안도에 지나지 않아. 단 하루였지만 나는 장미였었고 우주의 진실을 보았어. 나는 하늘과 태양과 친구였었고 너희들이 밑바닥에서 별들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단 하루동안이지만 천년보다도 값있었어.”
 
이렇게 말하고 죽어간 이들은 누구인가? 독재와 싸우다 죽은 열사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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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스스로 위대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해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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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 열마리 모이면 그 중 한 두마리는 경찰펭귄이 되어 무리를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펭귄들이 특별히 경찰펭귄을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펭귄은 우연히 역할이 주어지면 곧 경찰펭귄이 될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부영, 천정배, 유시민의원이 우연히 그 경찰펭귄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뛰어난 펭귄이 되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모든 펭귄이 기회가 오면 경찰펭귄 노릇을 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듯이 인생에 한번 쯤은 일생을 건 모험에 도전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칼릴 지브란의 착한 제비꽃 처럼 고독하게 신과 대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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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이 인디언들에게 술을 가져다 주자 인디언사회는 곧 무너져 버렸다. 정작 그들에게 술을 가져다 준 백인사회는 날마다 술을 마시면서도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청나라는 영국인의 아편공세에 무너진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약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디언은 술에 무너진 것이 아니다. 본래부터 그 사회가 취약한 사회였던 것이다.
 
아랍이나 북한이 서구문명을 비난하는 것은 서구문명의 타락상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사회가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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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하고 있어?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걸지 않고.”
 
소설가 장정일의 말이다.
 
‘술 먹지 말라’, ‘이성교제 하지말라’, 등의 사적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을 떨어뜨려 그 사회를 약화시킨다. 문학인은 그러한 세상의 금기들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더 강한 사회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
 
중요한건 애초에 다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그 인간을 복원해낼 수 있는가이다. 상처입은 인간의 복원이야 말로 참된 문학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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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보안법에 대한 집착 역시 마찬가지다. 술이 인디언사회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듯이 보안법철폐가 그들의 취약성을 노출시킬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덧글.. 참담한 마음 뿐입니다. 이런 때 오히려 마음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부영 천장배, 유시민의원께 이 한마디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뭘하고 있어? 얼른 딴나라당을 깨부수지 않고.”
 
 
 

독자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집장님께 노트북도 사주고 싶고, 서버도 증설하고 싶고, 리뉴얼도 하고 싶고, 산맥처럼님께 활동비도 챙겨주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조흥은행 562-04-221460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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