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4372 vote 0 2004.12.11 (12:56:15)

앤디 드레이크
앤디는 착한 소년이다. 누구나 앤디를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다들 앤디를 괴롭혔다. 왜냐하면 그것이 앤디를 상대하는 우리들의 방식이었으므로.
 
앤디는 그래도 잘 받아들였다. 5학년인 우리에게 앤디는 감정의 배출구였다. 앤디는 거지왕자이야기의 왕자를 대신해 매맞는 소년과도 같았다. 우리패거리에 그를 끼어주는 것만으로도 앤디는 그 특별대우를 잘 감수하였다.
 
사회복지수당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앤디가족, 남루한 옷, 지저분한 손발, 그는 언제나 우리의 놀림감이었지만 그래도 대항 한 번 하지 않았다. 물론 누구도 앤디를 괴롭히자고 모의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다들 앤디를 좋아했는데 어느날 누군가가 말했다.
 
“앤디는 우리와는 달라. 우린 걔가 싫어. 안그러니?”
 
누가 우리들 마음 속에 잠들어있는 야만적인 심성을 두드려 깨웠는지 알수가 없다. 내가 먼저 시작한건 아니다. 그러나 그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유죄! 지옥의 가장 고통스런 장소는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약되어 있다.』
 
주말에 우리 소년탐험대는 근처의 숲으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타이어 대신 정원에서 쓰는 호스를 잘라 끼운 고물 자전거를 끌고 앤디가 나타났다. 내게 그 임무가 주어졌다. 앤디는 즐거운 인사를 건네왔고 나는 우리들 일동을 대표하여 앤디에게 말했다.
 
“앤디, 우린 널 원치 않아.”
 
내가 텐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직도 그 일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한 친구가 앤디를 놀리는 그 치졸한 노래를 또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앤디 드레이크는 케이크를 못먹는데요. 걔네 여동생은 파이를 못 먹는 대요. 사회복지 수당이 없으면 드레이크네 식구들은 모두 굶어 죽어요.”
 
그러자 모두가 느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끔직하고 잔인한 잘못을 저질렀음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고 몸서리를 쳤다. 한 순진한 인간을 어리석음으로 파괴했다. 우리 마음속에 지울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가 언제부터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후 다시는 앤디를 만날 수 없었다. 아니 내가 앤디를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알칸사스에서의 그 가을날 이후, 나는 지난 이삼십년 동안 수천 명이 넘는 앤디 드레이크와 마주쳤다.(하략)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글입니다. 원문은 훨씬 긴 내용인데 압축했습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클릭해 주십시오.
 
 
이지메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집단무의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정신차려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지?”
 
깨달아야 합니다. 줄의 맨 첫 번째 자리에 선 사람이 1°의 각도로 비뚤게 서면 그 뒤로 줄줄이 틀리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입니다.
 
나 한 사람의 잘못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단지 약간 비뚤게 줄을 섰을 뿐이지요. 그러나 내가 선 위치가 하필이면 맨 앞자리였기 때문에 내 뒤로 줄을 선 100명이 모두 틀려버린 것입니다.  
 
철없는 소년의 말 한마디로 해서 ‘앤디 드레이크’라는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그 시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거지요.
 
###
 
너무 큰 것을 얻어맞아서 뭐라고 글을 쓸수가 없습니다. 비통할 뿐입니다. 한나라당의 저 바보들이 매양 바보짓을 일삼고 있지만 ‘야 이 바보들아’ 하고 비웃어줄 기운도 없습니다.
 
차라리 이회창에게 날마다 창자를 씹히는게 나을 지경입니다. 도무지 정치를 모르는.. 박근혜, 전여옥들. 개망나니 초재선들.
 
인간에 대한 환멸입니다. 원희룡, 고진화, 배일도, 이재오, 김문수, 김덕룡들.. 어제의 동지를 간첩이라고 욕하는 무리들.
 
인간이 어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이오.
 
밀양의 그 가해자 부모말이 차라리 맞을 듯 합니다. 피해자 너 하나만 참으면 밀양천지가 조용해 지는데.. 피해자 너 한 사람이 참으면 대한민국이 조용해 지는데.. 피해자 너 하나가 떠들고 나서서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당하고 있는데.. 빨갱이 너 사실은 죄 없는 줄 알지만 그래도 너 하나 희생시켜서 나라의 기강을 잡으면 나라가 조용해 지고 수출이 잘될 판인데..
 
너 하나만 희생하면, 너 하나만 희생하면, 너 하나만 희생하면..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죄 없는 유태인 드레퓌스대위를, 죄 없는 소년 앤디 드레이크를, 아무 죄 없는 이철우의원을.. 죄 없는 밀양의 어린 소녀들에게 돌을 던져왔던 것입니다.
 
월남이라고 말하면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이라고 칩시다. 1만명이 투입되면 그 중 1천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합니다. 제비뽑기와 같습니다. 죽거나 부상당한 사람은 단지 재수가 없었던 뿐입니다.
 
그 불행한 1천명의 몫을 나머지 9천명이 전투수당으로 나눠갖는 것입니다. 그 먼 이라크 까지 갈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플로리다에 모여 앉아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입니다.
 
한 명이 선택되면 그 한 명의 동료를 때려죽이고 그 한 명이 소지한 것을 나머지 아홉명이 나눠가지면 됩니다. 지금 미군이 이라크에서 자행하고 있는 짓이 바로 그런 짓입니다.
 
소년탐험대의 어린이들이 마을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숲 속으로 캠프를 가서 그 못된 짓을 저질렀듯이 벼룩도 낯짝이 있는지라 플로리다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이라크까지 가서 그 짓을 벌이는 것입니다.  
 
앤디 드레이크는 마을마다 한 명씩 꼭 있습니다. 이것이 전통적인 인류의 관습법입니다. 10만년 전부터 인류는 그래왔던 것입니다. 그 야만의 사슬을 이제는 끊어야 합니다.
 
감정이 격앙되어 더 쓰지 못하겠군요. 이 하늘아래 이 땅 위에서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내기가 이렇게도 힘들다는 말입니까?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63 이해찬의 미소 image 김동렬 2004-12-28 14227
1262 위기의 우리당 image 김동렬 2004-12-27 14562
1261 보안법, 최후의 승부가 임박했다 image 김동렬 2004-12-23 14191
1260 "뭘하고 있어 싸움을 걸지 않고." image 김동렬 2004-12-22 14440
1259 누가 조선일보의 상투를 자를 것인가? 김동렬 2004-12-21 13033
1258 중앙은 변할 것인가? 김동렬 2004-12-18 13098
1257 홍석현의 출세신공 김동렬 2004-12-17 15773
1256 강의석군의 서울대 법대 진학을 축하하며 김동렬 2004-12-16 15615
1255 박근혜간첩은 안녕하신가? 김동렬 2004-12-15 14401
1254 박근혜 깡패의 화끈한 신고식 김동렬 2004-12-14 13807
1253 나가 죽어라, 열우당. 스피릿 2004-12-13 15673
» 짐승의 이름들 김동렬 2004-12-11 14372
1251 자이툰은 씁쓸하지 않다 김동렬 2004-12-09 14019
1250 대통령의 아르빌방문 김동렬 2004-12-08 16730
1249 천정배, 살아서는 못내려온다 image 김동렬 2004-12-08 14972
1248 혼자서도 잘 노는 조선일보 김동렬 2004-12-06 13444
1247 돌아온 강금실 김동렬 2004-12-03 14776
1246 일어서라 유시민 김동렬 2004-12-01 14393
1245 조중동의 3연속 병살타 image 김동렬 2004-11-26 14041
1244 유시민도 있는데 왜 김두관이냐? image 김동렬 2004-11-25 14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