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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대표의 발언을 두고 우리당의 전략에 한나라당이 또 걸려들었다는 말도 있군요. 감히 보안법을 두고 전략, 전술을 희롱한다는 말입니까? 보안법 철폐는 전략이나 전술의 차원에서 논의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당에 보안법 철폐에 관한 한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말을 진작부터 듣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말을 아끼고자 합니다. 아직 비관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
 
우직하게 가야 합니다. 역사의 많은 부분에서 필연은 우연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없는듯 하지만 그러므로 오히려 그 안에 답이 있습니다.
 
왜인가? 이 문제는 진짜 사나이가 목숨을 걸고 한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즉생(死則生)의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다는 말입니다.
 
천정배대표는 민주화시대에 투옥 등의 대단한 경력이 없는 위인입니다. 이래서는 절대 큰 인물 못됩니다. 공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민주화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당 의원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왜 당신은 금뺏지를 달고 그 자리에 갔느냐고요. 금뺏지 한번 더 해먹는 것 보다 보안법 철폐의 제단에 몸을 던지므로써 역사에 이름 남기는 것이 더 값어치있는 일 아닙니까?
 
링컨은 남북전쟁이 발발하고도 2년이나 노예해방선언을 늦추었습니다. 그 사이에 70만명이 죽고 또 300만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조급해 할 일은 아닙니다. 사즉생입니다. 우리는 아직 링컨의 사(死)에 도달하지 않았으므로 생(生)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 뿐입니다.
 

일본신문을 일본에 되돌려 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래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어려서 가졌던 저의 소박한 의문 중에 하나는 백범 김구선생은 왜 본인이 직접 실행하지 않고 윤봉길의사에게 도시락폭탄을 맡겼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 의문은 나중에 풀렸습니다.

 
알고보니 백범은 18살에 동학의 접주가 되어 해주에서 농민군을 이끌고 왜군과 싸웠고 21살에는 안악 치하포에서 왜적 토전양량을 맨주먹으로 타살하였고 그 이후로도 무수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더군요.

1996년 백범을 암살한 안두희가 의인 박기서님의 응징을 받아 살해되었습니다. 그때 안두희를 타살한 박기서님의 초법적인 행동이 과연 옳은 일이냐 하는 점을 두고 피시통신에서 토론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논리는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민족의 적 안두희를 응징하는 정도의 의분이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에 흐르지 않고 있다면 그 민족의 심성이란 얼마나 황폐한 것이겠는가?'
 
저는 안두희를 응징한 권중희선생과 박기서님의 유전인자가 우리민족의 혈통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2000년 11월 영등포 문래공원에서 있었던 박정희 흉상철거와 관련한 토론에 있어서도 저는 마찬가지의 의견을 냈습니다. 쿠데타군의 집결지에 세워진 흉상을 역사적 기념물로 보존하여 남겨두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철거하는 것이 마땅한가입니다.

박정희 흉상을 보고 역사나 돌이켜 보며 감상에 빠져있는 나약한 백성이 어찌 21세기의 치열한 국제경쟁에 살아남아 세계사를 주도할 수 있겠습니까? 그 가슴에 더운 피가 흐르지 않는 백성이라면 국제사회에 큰소리 치고 나설 자격도 없습니다.

95년 조선총독부 철거 때도 그랬습니다. 당시 마광수교수 등이 총독부 철거를 맹렬히 반대했지요. 총독부 철거를 반대하는 논리는 엉뚱하게도 요즘 유행하는 먹고사니즘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빠듯한데 총독부 철거가 왠말이냐’ 하는 논리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비슷한 주장이 있습니다. ‘경제가 불황인데 보안법 철폐가 왠말이냐’ 하는 구호가 나돌고 있습니다. 10년전 당시 천리안 토론방에 올려졌던 저의 논리는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총독부 건물을 남겨둘 정도로 기백이 없는 나약한 백성이 어떻게 21세기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살아남아 먹고 살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도 좋지만 강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의분이 있어야 합니다.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할 줄 모르는 나약한 백성이라면 도무지 먹고 살 수가 없습니다.

 
저는 마광수교수에게 따져묻고 싶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총독부 철거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요.

총독부가 철거되니 경복궁 앞이 시원하니 참 보기 좋지 않습니까? 저는 총독부 철거야 말로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 기분입니다.

지금 또 하나의 총독부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보안법이라는 총독부입니다. 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자유대한에 자유가 없습니다. 저는 하루도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범자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태어나자마자 범죄자가 됩니다. 지금도 500여명의 재일동포가 보안법 때문에 고국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모두가 가해자입니다.
 
윤동주선생의 서시가 생각납니다. 이래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아니라 온통 먹구름 같이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부끄러움 때문에 도무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지난 봄 제가 이해찬총리가 아닌 천정배의원을 우리당의 원내대표로 지지한 이유는 참으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짬밥으로 보아 천정배의원께 도시락 폭탄을 던질 차례가 돌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해찬총리는 민청학련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고 또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투옥되었습니다. 저는 이해찬총리가 어떤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해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천정배의원 당신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 천정배의원이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다는 소문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홍구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지지도 않았고 안악 치하포에서 토전양량을 타살하지도 않았습니다.

옳고 그르고 논할 필요도 없습니다. 의분이 없는 백성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한번은 건너야 할 다리입니다. 천정배 대표, 당신은 죽기 위하여 그 자리로 올라간 것입니다. 살아서는 내려오지 못할 것입니다. 윤봉길 의사가 꿋꿋이 간 그 길을 용기있게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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