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8516 vote 0 2004.11.24 (21:34:23)









첫눈같은 당신







간밤에 눈이 내렸습니다.

서걱이는 눈길,

토끼 발자국 하나 없는 추운 길 걸어

성당과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서 있습니다.



비는 내려 바다를 모으고

내린 눈은 가슴에 쌓이는 것일까요

첫눈 밟으며

첫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움푹 페인 곳에

더 깊이 쌓일 줄 아는 당신이라는 첫눈,

행동하는 양심의 첫 마음처럼

그 눈길을 걸어갔습니다.



가도 가도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은

그 길 위에

당신이 동행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앞장서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고 그랬듯이

빈 바람 빈 손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버린 십자가 등에 지고

절름 절름,철책을 넘고 있었습니다.

철책에 찢긴 십자가에는

당신의 심장 같은 헌혈이

뚝뚝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빨갱이라 부르는

당신의 십자가가 너무 커서

귀퉁이 한 켠 잘라내어

나눠도 져 봤건만

내 십자가는 매번 작았습니다.

그 십자가, 마저 잘라낼 수 없는

한반도의 어두운 하늘

한으로 뒤덩킨

삼천리금수강산 이었습니다.



첫눈의 마음으로

첫눈의 사랑으로

그 시린 삼천리를

흰빛으로 덮어버린 당신,


당신은

첫 순정,

첫 마음입니다.






*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

한겨례통일문화상 수상에 부처 *





글 : 사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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