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직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역주의가 일부 정당의 역할을 대리하는 측면이 있어요. 지역주의 때문에 정당정치가 제법 돌아가는 것 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늘 이 ‘허수’에 속지요.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탄핵의 후폭풍을 비롯하여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역시 큰 부분은 지역주의에 있습니다. 영남은 여전히 영남패권주의에 미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로 안된다는건 알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그대로 가겠죠.
호남은 노무현 대통령에 올인할 경우 대통령을 통제할 수단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금 노무현대통령은 어느 지역에서도 큰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대통령을 반대하고 있는가? 그건 아닙니다. 여전히 모두가 노무현대통령 한사람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하나 뿐입니다. 지역주의를 잠재우고 정당정치를 발전시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정당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제가 앞에서 지역주의가 일정부분 정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역주의가 뭐죠? 대한민국을 딱 두동강 내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두동강 내야 지역주의가 없어지고 정당정치가 뿌리 내립니다. 그 방법은? ‘정당정치의 본질인 계급성’에 해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계급정당이 출현해줘야 한다는 거죠. 민노당의 세력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이야기인데.. 아직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 많으므로 글 말미에 한번 더 이야기 하지요.
왜 여론은 부정적인가?
실제로 유권자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양약은 입에 쓰다고 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과거청산, 보안법철폐, 행정수도이전이 다 메가톤급 악재입니다. 그래서 개혁은 집권 6개월 안에 해치워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총선승리가 진짜 집권입니다. 총선 후 6개월쯤 되었으니 이제는 결말을 지어야죠. 시간끌지 말고 단숨에 법안을 통과시키므로써 논쟁을 종식하고 유권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중요한건 오판해서 안된다는 겁니다. 재신임 때도, 탄핵 때도 역시 그랬지만 지금처럼 정당정치가 발전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방법이 아닌, 지지를 철회하는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듭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한사람만 쳐다보고..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거지요. 이건 일종의 흥정이면서 또 심리게임입니다.
그 때문에 탄핵과 재신임때 한나라당의 오판이 있었던 겁니다. 다른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정권도 ‘진보개혁’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유권자가 56프로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유권자의 이중성입니다. 원론에서 우리당을 지지하지만 우리당을 옹호하는 방법으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일단 반대해서 발언권 부터 얻고 본다는 거죠.
박근혜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평균적인 유권자 입장에서 볼때 박근혜는 잘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박근혜가 내린 결정들의 내용을 보지 않고.. 남편(대통령)과 아내(야당대표)의 역할게임에서의 ‘처신’으로만 판단하는 거지요.
‘정부여당을 견제한다’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잘 하고 있어요. 박근혜는 적어도 유교주의적 관점에서의 처신에 있어서는 상당히 잘 처신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이러한 무난한 처신은 궁극적으로 ‘아내의 역할’로 스스로의 입지를 한정시켜 박근혜대통령은 영원히 불가능으로 만듭니다. 처세는 잘하지만 ‘지도자로서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거죠. 처세의 달인 JP 꼴납니다
이명박도 서울시장을 나름대로 잘 하고 있지만(역설적 표현이므로 양해를) 서울시장이 된 것으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므로 차기가 감감하듯이 말이죠.
박근혜가 ‘아내역할’로 자신의 스탠스를 규정하는 한 유권자 입장에서 박근혜는 충분히 보상받은 거에요. 박노자식으로 말하면 ‘별수없는 유교주의자’들인 한국인들에게서는 분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한데, 박근혜는 분수를 잘 지키고 있어요.
대신 그 분수를 스스로 한정시킵니다. 야당대표가 박근혜에게 딱 맞는 분수지요. 그 분수를 넘는 순간 거대한 검증의 벽에 막혀버립니다.
아내의 역할을 벗어던지고, 남편의 역할에 도전하여 실패하고 거꾸러져 엎어져야 유권자들이 넘어진 그를 일으켜 세우며, 그 실패한 미완의 부분을 완성시켜주기 위해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거죠. 구체적으로는 분당 수준의 결단이 나와야 합니다.
개혁세력의 파이는 커지고 있다
민노당의 약진 추세는 당분간 계속 갑니다. 우리당과 민노당을 합치면 지지율이 40프로를 넘어요. 보안법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한나라당표가 결집하고 있지만 큰 의미 없어요.
우리당과 민노당이 표를 반씩 나눠가지면 한나라당에도 기회가 가겠지만 그렇게 안됩니다. 민노당지지세 17프로 중 10프로는 숨은 우리당표입니다.(그동안의 선거로 판명났지만)
이유는 둘인데.. 하나는 이 나라가 별수 없는 유교국가라는 점 때문이고, 둘은 인터넷의 광장기능이 분열을 막는 병풍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전략적 투표가 가능한거죠.(유교의 서열개념, 분수개념이 형님정당인 우리당에 유리하다.)
어떤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두동강 낼것인가?
앞에서 저는 지역주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와 다른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두동강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오해한 분 많겠지요.(부탁입니다. 제발 오해는 사절)
민노당의 실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좌파이론가들이 입으로 떠드는 헛소리 말고 본질을 봐야재요.
로마가 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민권의 확대에 있습니다. 게르만족들에게도 시민권을 발급한 거지요. 이는 20세기 들어 은행들이 금본위제를 철폐한 것과 비슷합니다. 신용확대가 일어난거지요.(경제는 비유, 역시 오해하기 없기)
시민권은 돈주고도 못사는 겁니다. 일종의 화폐와도 같은 기능을 합니다.(어떻게 보면 정치는 신뢰를 사고파는 장터.) 시민권을 얻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더 신용있는 사람이 된 것이며, 여기에 신분상승의 의미가 있어요.
(혁명이란 무엇일까? 시민권의 무제한적인 공급이다.)
사회를 발전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원은 무엇일까요? ‘신분상승욕구’입니다. 이게 본질이에요.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서울대문제도, 강남문제도, 과외문제도 본질은 신분상승욕구 때문입니다. 이거 알아야 합니다.
미국이 경제공황을 당한 이유는 금본위제를 고수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커졌는데 그 시장규모가 커진만큼의 화폐를 시장에 공급하지 않으니 경제가 망하는 거지요.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불환권과 예금통화를 대량 발행하므로써 경제를 살렸지요.
마찬가지로 로마는 시민권을 대량공급하므로서, 국민들의 신분상승욕구를 부추겨서 이를 자원으로 하여 발전한 겁니다.
그렇다면 로마가 망한 이유는? 역시 시민권의 남발에 있습니다. 이는 화폐를 지나치게 많이 공급한 것과 같습니다. 화폐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면 어떻게 되죠? 물가가 올라가고 역시 경제가 망합니다.
팍스로마나 이후 쇠퇴기 로마의 시민권 무제한 남발은? 동기부여의 실패, 신분상승욕구의 감소, 심리적 측면에서 성장동력원 상실, 국민들의 나태와 무기력, 퇴행과 파행, 예정된 몰락의 공식입니다.
(모든 사람이 시민권을 획득하자 시민권의 의미가 없어졌음.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더 신용있는 사람이라는 근거가 소멸함. 아무도 시민권을 얻으려는 노력을 않게 됨. 이는 화폐의 남발로 화폐가 휴지가 된 것과 같음.)
시장에서의 수요 이상으로 화폐를 공급하면 경제가 망하고, 사회에서의 수요 이상으로 신분상승을 남발시켜서 전 국민이 양반이 되면 나라가 망합니다.(조선후기 매관매직과 족보거래로 신분제도가 붕괴한 결과 가짜양반이 증가했고 이들은 노동을 하지 않았지요.)
동기부여의 성공여부가 본질이다
무엇인가? 정치의 본질은 동기부여에 있습니다. 적절한 정도의 신분상승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유하면 범진보세력의 개혁적 자본주의는 적절한 정도의 시민권 부여, 수구들의 반동은 시민권의 철저한 제한, 공산주의는 시민권의 무제한적인 남발과 같습니다.
노동운동의 발전은 노동자를 귀족노동자와 비정규직 및 외국인노동자로 쪼갭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이 두동강 나는 거에요. 제 1시민과 제 2시민으로 나누어집니다.(비유임, 역시 양해를) 이에 따른 신분상승욕구의 분출이 한국의 발전을 낳는 동력원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영향력 확대는 명백히 이러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왜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차기 정권은 진보개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진보개혁=신분상승’의 의미가 있습니다.
노동자의 지위상승이 곧 사회적인 신분상승이지요. 이보다 더 큰 욕망은 없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이 결국 신분상승욕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좌파들은 ‘진보=금욕주의’로 등치시키려 합니다. 틀렸습니다. 진보는 금욕주의, 엄숙주의, 욕망의 억압이 아니라 신분상승욕구의 분출입니다. 이는 경제적인 욕망보다 더 근원적인 욕망입니다.
해방되기를 바라는 노예의 열망보다 더 큰 욕망이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앞에서 말한 정당정치의 뿌리내림은 정당이 유권자 일반의 사회적인 신분상승욕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은 아니지요.
● 민노당=대기업노동자의 지위상승욕구 반영
● 우리당=사회 저변의 전반적인 신분상승욕구를 포괄적으로 반영
● 한나라당=지역주의 해소로 자동소멸
앞으로는 이 구도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