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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31 vote 0 2004.09.06 (18:29:26)

‘에밀 졸라’가 대통령 앞으로 띄운 공개장, ‘나는 고발한다’가 세계 지성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 때는 1898년 하고도 1월 13일이다. 참여지성의 전범이 이에 마련된 것이다.
 
프랑스에도 조중동이 있었다. 프랑스에도 이문열이 있었고, 복거일이 있었고, 이영훈이 있었다. 그들은 저 악귀같은 탄핵세력들처럼 하나로 뭉쳐서 단지 유태인이란 이유만으로 드레퓌스 대위를 스파이로 몰았던 것이다.
 
프랑스의 전 언론과 지식인과 문화인들이 스스로의 양심과 지성을 팔아먹고 야만한 나치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용기있게 나서서 악마의 폭주기관차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에밀 졸라’의 한 마디가 조국 프랑스를 구하고, 프랑스의 공화정을 구하고, 유럽을 구했다.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살인마 히틀러는 아마 프랑스에서 나왔을 것이다. 제 3제국의 깃발은 프랑스의 이름으로 펄럭였을 것이다.
 
‘에밀 졸라’ 이후 1백년 하고도 6년이 지났다. 그 동안 이 나라에는 3천명의 드레퓌스대위가 소리없이 죽어갔다. 1만 민가협 어머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살을 찢기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뉘라서 감히.. '국가보안법이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인권유린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하는가? 국가보안법의 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민가협 어머니들을 고통 속에 떨게하고 있다.
 
정녕 깨닫지 못하겠는가? 그대들은 정녕 그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보안법을 약간 손질해서 쓰자고? 지금 이 순간도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내고 있는 민가협 어머니들을 계속 고통 속으로 몰아넣어보자고?
 
당신네들은 도무지 얼마나 잔인한 존재이기에.. 그런 뻔뻔스런 망언을 일삼는다는 말인가? 당신들의 눈에는 그이들의 고통과 신음소리가 보이지 들리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교수 이영훈, 텔런트 이승연.. 사실이지 그들이 타고난 악마는 아니다. 무죄한 드레퓌스를 마녀로 몰아간 프랑스의 조중동들, 더 많은 프랑스의 지식인들, 프랑스의 법조인들이 모두 악마는 아니었듯이 말이다.
 
그들은 단지 무지했을 뿐이다.
 
할머니들의 고통이 지금 이 순간, 나눔의 집에서 자행되고 있는 생생한 현실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던 것이다. 이영훈들은 어리석게도 그 일이 50년 전의 지나간 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망언이 할머니들의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
 
철 없는 꼬마는 순전히 재미로 개구리를 패대기쳐 죽인다. 꼬마는 개구리의 고통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꼬마는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죽인다. 꼬마는 개미의 고통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단 한번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세상에 타고난 악마는 없다. 우리의 적은 개구리를 패대기쳐 죽이는 그 철 없는 꼬마와도 같다. 우리의 적은 무지와, 어리석음과, 무관심과, 사려깊지 못함이다.
 
깨우쳐야 한다. 어리석지 말아야 한다. 관심 가져야 한다. 사려 깊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민가협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왜 이문열들은 몰랐을까? 살아있는 역사의 호흡과 맥박을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자기동일성과 자기연속성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단편적인 사건들의 조합이 아니라 맥이 뛰고 피가 흘러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 시절의 친일파가 지금의 친미파가 되고, 그 시절의 제국일보가 지금의 조동일보로 이어지는 것이 우연히 아니라 필연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도무지 몰랐던 것이다.
 
역사는 계속된다. 대결 또한 계속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투쟁 또한 계속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폭주기관차에 용기있게 브레이크를 걸어줄 그 한명의 ‘에밀 졸라’가 없었다. 프랑스에서 한 명의 드레퓌스가 당했던 고통을, 우리나라에서는 삼천명의 드레퓌스로 확대된다. 1만 민가협 어머니들의 눈물로 확대재생산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비극이다. 왜 깨닫지 못하는가?
 
정신차려야 한다. 그 생생한 고통과 눈물과 탄식을 내 몸의 일로 느껴야 한다. 이승연처럼 깨닫지 못하고 이영훈처럼 깨닫지 못하고 그래서는 안된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에밀 졸라가 프랑스를 구했던 그 용기있는 외침을 열린우리당의 당신이 주저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여즉 깨닫지 못하고서도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금뺏지를 달고 있는 인간이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공개장을 그이에게 보내고자 한다.
 
이 글을 쓸수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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