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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191 vote 0 2004.09.03 (21:25:51)

박근혜는 상당히 훈련된 사람이다. 평소에는 점잖게 말을 곧잘한다. 그런데 갑자기 ‘발끈해모드’로 변신하여 지켜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뭔가 있다.
 
평소에 회창어른을 잘 섬기다가 갑자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욕설연극으로 유권자들을 당혹케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도 그렇다. 뭔가 이상하다.
 
게시판에서도 그런 사람을 볼 수 있다. 나이가 적지도 않은 중후한 아저씨가 평소에 점잖게 유림질을 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점슴들은 드셨습니까'의 아무개씨, ‘그냥 한번 읽어보세요’의 아무개씨를 예로 들수 있다.(4년전, 혹은 7년전 다른 사이트에서의 예.)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박노자’의 표현을 인용하면 ‘별 수 없는 유교주의자’인 한국인들의 특징이 순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물론 서구인들은 ‘별 수 없는 기독교인’들이다. 박노자의 수사 인용에 오해없기를.)
 
‘별 수 없는 유교주의자들’은 무엇인가?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진정 자유를 배우지 못했다. 머리로는 대략 이해하고 있으나 몸으로 체험하고 공감하지는 못하였다.
 
‘자유’라는 개념은 원래 우리나라에 없었다. 중국에도 없었고 일본에도 없었다. 자유(自由)는 서구에서 수입된 단어인데 중국의 백화문(속어)에 비슷한 것이 옛부터 있었기로 적당히 갖다댄 것이다.
 
무슨 뜻인가? ‘별수 없는 유교주의자들’은 자유를 관념적으로 이해할 뿐 사회적인 ‘체험의 공유’ 형태로 공감하고 있지 못하므로, 그들에게 자유를 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폭주하고 만다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한나라당 내부의 질서를 잡아주던, '큰 어른 회창님'이 부재하시니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태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더욱 노무현 대통령이 탈권위주의 모드로 국정을 운영하며 자유로운 공기를 불어넣고 있으니 그들이 갑자기 마음이 달떠서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은 충분히 계산된 것으로, 때로 아슬아슬 하나 금을 넘지는 않는다. 조중동이 왜곡한 바 잘못 알려져 있을 뿐 실로 금을 넘은 예는 없다.)
 
권위주의시대의 군사문화에 중독된 그들, 자유를 관념으로만 이해할 뿐인 그들, 요즘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달리, 소년기에 자유를 절절하게 체험하지 못한 그들.. 자유가 두려운 그들은 되도록이면 스스로를 구속하려 한다.
 
그 방법은 국가보안법, 호주제 따위에 의존하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장엄한 입학식과 졸업식 따위의 의식, 쌍팔년도 군대에서의 줄빳다. 연장자 우대의 관습,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 따위에 의존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이다. 그것은 자기 존엄성이다. 그것은 자기 존중의 마음이다. 약자가 강자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태도의 유림질식 강요된 ‘예의’에는 자유가 없다.
 
평소에 점잖던 그들이 갑자기 막말을 하는 이유는? ‘자존심’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자존에서 나온다. 자존은 ‘해방’에서 나온다. 그대들은 이미 해방되었는가이다.
 
이승만이 자유당을 만들고 문득 자유를 선언했다. 너도 나도 자유를 외친다. 그러나 별 수 없는 유교주의자들인 한국인들이 과연 자유를 이해했는가이다.
 
‘리버럴’한 자유와 ‘프리덤’한 자유가 있다. 전자는 사회적 해방이요 후자는 개인주의다. 이승만은 자유를 부르짖었으나 거기에는 해방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었다.(리버럴의 어원을 풀어보면 해방된 노예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방’이 결핍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이승만독재가 공산주의에 맞서는 이데올로기로 선전한 그 자유는 가짜였다. 이승만의 그것은 진정한 자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승만식 자유는 가진 자만의 자유, 힘 있는 자 만의 자유였다. 자유의 이름으로 위장되었으나 실상은 폭력 그 자체이기 일수였다.
 
참된 자유는 인간과 인간이 대등해질 때만 얻어질 수 있다. 권위주의문화와 봉건적 위계질서를 제대로 된 교육과 자주정신이 대체할 때 가능하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이 필요하다.
 
자유! 그것은 당당함이다. 비굴하지 않은 태도 말이다. 권위 앞에서, 폭력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태도 말이다. 소년기부터 훈련되어야 한다.
 
수구는 이제 그만 해방되어야 한다.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의존하는 '전근대'를 벗어나서 비로소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
 
좌파도 해방되어야 한다. 사회적 시스템에 의존하는 ‘근대’를 넘어서 ‘독립적인 개인들의 수평적 연대’로 우뚝서야 한다.
 
봉건적 위계질서에 의존하는 수구들에게 자유가 없듯이, 인간보다 시스템에 의존하려는 좌파들의 의식 속에도 자유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들은 아직도 정신적으로 해방되지 않은 것이다. 묻노니 그대는 이미 해방되었는가? 그대 입으로는 자유라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유치한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제대로 된 교육이 없이는 자유가 없다. 참된 자주가 없이는 자유가 없다.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의 보장이 없이는 자유가 없다.
 
적어도 비굴하지 않을 정도의 물질적인 기초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공동체에서 소외된 채로도 역시 자유가 없다. 참된 자유는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것이다.
 
말이 좋아서 자유일 뿐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는 소외이고, 버려짐이고, 금 밖으로 밀려남이기 일수이다. 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은폐된 폭력에 불과하다.
 
그것은 길거리에서 행패를 일삼는 조폭의 자유이다. 그것은 군대의 내부반에서 누리는 말년병장의 자유에 불과하다.   
 
왜 복거일은 망언을 일삼는 것일까? 미국에 품속에 안기지 않으면 불안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들.. 미처 정신적으로 해방되지 않은 즉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존재인 까닭이다.
 
왜 이문열은 망언을 일삼는 것일까? 왜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망언을 일삼는 것일까? 왜 박근혜는 또 발끈해 하는 것일까? 왜 한나라당 의원은 저급한 욕설을 내뱉는 것일까?
 
그들은 참된 해방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로는 자유세상이라 하나 정신적 해방의 통과의례를 겪은 적이 없으니, 자의식의 결핍으로 인격이 미성숙하여 반쪽의 자유만 누리는 셈이다.
 
그들은 자유가 두렵다. 그러므로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무엇을 말함인가? 권위주의시대의 군사문화에 중독된 자의식 결핍의 그들과 인터넷에 익숙한 자의식 과잉의 젊은 세대 사이에는 인격의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자유를 머리로 이해하는가 아니면 몸으로 체험했는가의 차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는 진정 자유를 체험하고 공감한 세대이다. 군사문화와 권위주의에 중독된 그들과는 본질이 다르다. 바로 거기서 사회변혁의 동력원을 찾아야 한다.
 
정리하면
 
● 한나라당의 유교주의적인 점잖음은 가면을 쓴 것이며, 그 가면놀음도 위대한 회창어른(?)의 지도 안에서만 빛을 발한다.
 
● 노무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공세에 한나라당이 말려든 즉 그들의 가면이 벗겨지고 본질이 노출된 것이 발끈소동과 욕설파동 및 계속되는 망언시리즈다.
 
● 한국인은 해방의 개념을 전제로 한 ‘진정한 자유’를 체험하고 훈련하므로써 ‘별수 없는 유교주의자들’을 극복해야 한다.
 
● 그것은 봉건적 위계질서에 의존하는 수구들의 전근대성을 극복하고, 시스템에 의존하는 좌파들의 근대성 또한 극복하며 나아가 ‘독립적인 개인들의 수평적 연대’로 일떠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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