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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60 vote 0 2024.11.30 (20:23:26)

    우리는 무지에 의해 차별이 일어난다고 믿고 계몽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몰라서 차별하는게 아니다. 인간은 원래 차별하는 존재다. 잘못된 차별과 올바른 차별이 있을 뿐이다. 스포츠는 권장되는데 패싸움은 허용되지 않듯이 올바른 차별로 나쁜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


    차별은 압박이다. 인간은 일용할 압박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든 심리적 압박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타인을 압박해서 되돌아오는 반작용의 힘으로 자기를 압박하고 집단에 긴장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긴장시킨다. 외부에 가상적을 두는 방법으로 집단을 결속한다.


    인간은 일용할 긴장을 필요로 한다. 일용할 권력이 필요하고 일용할 압박이 필요하다. 가상적이 필요하다. 꼬맹이는 경찰과 도둑 이야기만 해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인다. 자기가 도둑편인지 경찰편인지 궁금해 한다. 집단과 결속하기를 바라면서 흥분하게 된다.


    좋은 것은 의지할 윗사람과, 평등한 동료와, 부려먹을 아랫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안정된다. 따를 부모도 있고, 평등한 친구도 있고, 말 잘 듣는 동생들도 있어야 한다. 봉건 계급제도가 발생하는 이유다. 계급을 철폐해도 차별의 형태가 바뀌어질 뿐 총량은 보존된다.


    엘리트는 존재 자체가 차별이다. 백인은 피부색이 차별이다. 미인과 우등생은 가만 있어도 차별이다. 그들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의 영향력을 느끼고 권력을 느낀다. 집단과 결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엘리트는 차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차별을 이해하지 못한다.


    집단과 겉도는 사람은 집단과 결속하려고 차별한다. 강자를 차별하면 역으로 자신이 깨지므로 만만한 사람을 차별하고 그 대상은 약자와 소수자다. 끈 떨어진 연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으려면 붙잡아줄 끈이 필요하다. 집단에 긴장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집단과 결속된다.


    내부에 빨갱이가 있다고 소리질러서 집단을 격동시켜야 한다. 집단이 소란스러워지면 집단 속으로 파고들 빈틈을 찾아낸다. 그러므로 소수자나 약자가 차별에 앞장서는 경우도 많다. 봉건시대라면 청지기나 마름이나 세리와 같은 어정쩡한 신분이 차별을 주도하는 이유다.


    차별은 집단을 파괴하지만 결속시키기도 한다. 빨갱이가 있다고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그 수법이 먹히기 때문이며 수법이 먹히는 이유는 집단의 선두와 후미 간의 간격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의식 영역에서 불안해 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책이 필요하다.


    차별하지 말라는 교육은 실패한다. 교육이 먹히는 집단은 엘리트 뿐이다. 잘나가는 서구의 백인 하고도 지식인 집단만 그것도 경기가 좋을 때나 계몽주의가 먹힌다. 이미 차별하고 있으니까. 백인에 엘리트라는 사실 자체가 차별이므로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긴장해 있다.


    개인도 집단도 긴장이 필요하다. 차별이 쉽게 사람을 긴장시키는 방법이다. 외모집착, 미인집착, 사치품 집착, 각종 중독, 강박증, 불안증은 자신을 긴장시키는 수단이다. 외부의 가상적을 만들지 못하고 자기 내부에서 가상적을 만들어낸 것이 강박증과 결벽증과 터부다.


    종교는 쉽게 의지할 윗사람과 대화할 동료와 부려먹을 아랫사람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집단과 결속하여 집단 속에서 긴장한 채 편안해지려고 한다. 긴장이 없어도 불편하고 너무 긴장해도 불편하다. 종교와, 터부와, 루틴과, 주술과, 각종 중독은 긴장을 조절하는 장치다.


    명품에 집착하는 사람은 도둑이 훔쳐가면 안 되는 중요한 소지품을 손에 쥐고 도둑이 보는 곳에 전시한다. 긴장하려는 것이다. 롤렉스 시계에 작은 생활기스도 나면 안돼! 하고 그 구실로 자신을 옥죄려 한다. 이는 내면이 공허하기 때문이고 진정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긴장이 사라지면 폐인이 된다. 노숙자는 불편함으로 자신을 긴장시킨다. 히키코모리는 불편하다. 니트족의 삶은 불편하다. 가난은 불편하다. 그런 불편함이 사람을 긴장시키므로 자발적 가난을 추구한다. 가난중독에 걸린 사람이 노숙자다. 자기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을 깔때기 속으로 밀어넣고 만다. 심리적 갑옷이다. 어떤 사람은 명성을 얻어 주위의 시선으로 자신을 묶어버린다. 어떤 사람은 범죄를 저질러 경찰의 감시로 자신을 묶는다. 어떤 사람은 도박에 빠져서 빚으로 자신을 묶어버린다. 어떻게든 묶고 만다.


    탈출방법은 더 큰 깔때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진리의 압박, 문명의 압박, 역사의 압박, 진보의 압박, 자연의 압박, 신의 압박으로 자신을 묶는 사람은 자유롭다. 작은 깔때기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교도소는 작은 공간이다. 히키코모리도 작은 공간에 자신을 가둔다.


    어차피 압박을 벗어날 수 없다면 큰 깔때기에 자신을 가두는게 맞다. 의지할 윗사람과, 흉허물없이 대화할 평등한 동료와, 자신을 잘 따라주는 자녀와 부하를 가질 수 있다면 자연스럽다. 자신에게 미션을 줄 수 있다. 집단 속에서 미션의 압박을 받을 때 인간은 편안해진다.


    좌파는 종교를 대체할 생활압박을 만들지 못해 실패한다. LGBT와 PC소동은 대중을 압박할 의도를 숨긴 것이다. 대중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과 대상화를 전제한 행동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호르몬을 교환하는 동료다. 과거 풀뿌리 운동이 종교 대체 시도인데 소박했다. 


[레벨:5]국궁진력

2024.11.30 (22:50:15)

구조론을 공부할 요량으로, 글을 읽고 되새김할만한 문장이나 문단은 저장해서 따로 반복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근데 최근 들어서 저장하고픈 문장들이 늘어가더니, 오늘 글은 모든 문단을 다 저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꾸준히 글을 읽다보니 문리가 틔었나 싶기도 하고, 나이가 들다보니 호르몬이 바뀌면서 남의 감정(or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진 것 같기고 하고, 그것도 아님 선생님이 글을 좀 더 대중적으로 쓰나 생각도 들고...


2017년에 비트코인에 대해서 쓰신 글이 있는데요. 요 근래 다시 읽어보니 마치 2024년에 쓴 글처럼, 그간의 비트코인의 역사를 서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들이 부지기수로 있을텐데... 일모도원이라.


아무튼 오늘 글에서도 참 많은 걸 느끼고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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