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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67 vote 0 2024.11.20 (17:36:03)

    세상은 구조다. 구조는 내부구조다. 답은 내부에 있다. 안을 봐야 하는데 인간은 밖을 본다. 관측자가 밖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눈으로 무엇을 본다면 자연히 외부를 보게 된다. 존재는 안과 밖이 있다. 안은 질서가 있고 밖은 단위가 있다. 인간은 언제나 밖의 단위를 본다. 안에서 결정한 것이 밖으로 전달된다. 인간은 내부 결정자를 보지 못하고 외부 전달자를 본다. 실패하는 이유다.


    과학은 안을 보는 것이다. 과학자는 물질을 잘게 쪼개서 내부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역시 밖을 보게 된다. 안을 본 사람은 없다. 원자론은 안을 부정한다. 원자는 쪼개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부가 없다는 말이다. 안이 있으면 곤란하다. 안의 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도망친다.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의 신은 누구냐 하는 질문과 같다. 멈추는 지점을 찾지 못하므로 포기하는 것이다. 


    헤겔의 정반합.. 정과 반의 대칭이 합의 닫힌계 내부를 구성한다.
    석가의 연기법.. 세상은 내부에서 서로 의존하며 맞물려 돌아간다.
    대승불교의 공즉시색.. 공은 알 수 없는 안이고 색은 눈에 보이는 밖이다.
    노자의 이유극강.. 내부의 에너지는 무르고 외부에 드러난 형태는 단단하다.
    갈릴레이의 관성.. 외부에서 건드리면 내부의 관성이 저항한다. 내부에 무언가 있다.
    과학의 에너지.. 안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내부다.


    안의 문제를 생각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안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다. 헤겔의 정반합은 방향이 틀렸다. 정과 반으로 쪼개졌다가 다시 합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합이 정과 반으로 쪼개지는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갈등은 이미 있었다. 전쟁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갈등을 드러냈을 뿐이다. 정과 반은 원래부터 합 속에 들어있는 존재의 본질적인 모순이다.


    석가의 연기법은 상당히 구조적이다. 그러나 외부의 관계와 내부의 구조를 구분하지 못했다. 정과 반을 통일하는 닫힌계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정과 반은 함께 일어서고 함께 소멸한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순환의 오류를 저지른다. 공은 안이고 색은 밖이다. 자연의 존재는 공에서 색으로 갈 뿐이며 색에서 공으로 가는 것은 인간의 인식뿐이다.


    노자의 이유극강도 재미있다. 유는 안이고 강은 밖이다. 유가 강에 앞선다. 공이 색에 앞선다. 결정자가 전달자에 앞선다. 에너지는 안이고 물질은 밖이다. 더 나아가야 한다. 자연에 유가 있을 뿐 강은 없다. 금이 왕수에 녹는 것은 금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본래의 유를 들킨 것이다. 강은 관측방식이다. 인간이 관측하지 않아도 자연이 스스로 관측한다. 그것을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한다.


    갈릴레이는 안을 봤지만, 능동적으로 살펴본 것이 아니라 천동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얼떨결에 말했기 때문에 뉴턴이 해설해 줘야 했다. 그러나 뉴턴은 관성이 존재의 안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에너지라는 표현을 쓴다. 에너지는 안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에너지가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에너지는 잘 모르는 것을 얼버무릴 때 둘러대는 말이 되었다.


    밖은 눈으로 보면 되지만, 안은 볼 수 없다. 안에는 압력이 걸려 있다. 껍질을 까면 내부의 압력은 사라진다. 과학이 사물을 잘게 쪼개지만 산 것을 죽여서 보고, 움직이는 것을 멈춰 세워서 보고, 연결된 것을 단절시켜 본다. 닫힌계를 열린계로 바꾸는 순간 많은 것이 사라져 버린다. 안을 보는 방법은 쪼개기가 아니다. 복제를 통해 인간은 안을 볼 수 있다. 과학은 재현에 성공해야 한다.


    내부에 무엇이 있는가? 압력이 있다. 질서가 있다. 방향과 순서가 있다. 대칭과 축이 있다. 변화가 있다. 움직임이 있다.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이 있다. 밖에 있을 때 그것은 관계다. 관계와 구조는 동전의 양면이다. 관계는 우연이고 구조는 필연이라는 점이 다르다. 구조는 통제할 수 있다. 앞에서 유혹하는 것은 관계이고 뒤에서 등을 떠미는 것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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