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07 vote 0 2024.10.27 (16:56:51)

    어렸을 때 나는 사람들이 말을 잘못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사람들의 말하기 방법이 틀렸고 나의 말하기 방법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다가 구조론의 아이디어가 얻어졌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우습다고 말한다. 이상하다. 웃음은 횡경막이 진동하여 발작적인 호흡이 터지는 것이다. 실제로 뇌와 배와 근육과 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봐야 한다. 횡경막이 발작적으로 움직이면 폭소다. 횡경막의 발작적인 움직임을 막으려고 배에 힘을 주면 미소다. 웃음은 일종의 조건반사에 의해 호흡이 강제되는 것이다. 웃기 직전에 긴장하여 호흡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웃음은 긴장이 풀어지게 한다. TV에서 코미디언이 바나나 껍질을 밟으려고 하면 뇌가 긴장한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뇌 안에서 일종의 인공지능이 패턴분석을 통해 근육에 호흡중지 명령을 내린다. 조마조마한 상황은 호흡을 멈춘 상황이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으면 자기도 모르게 호흡을 멈추고 집중한다. 코미디언이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면 웃음이 터진다. 긴장하여 호흡을 참았다가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호흡이 터져나오는 것이 웃음이다. 이 과정은 뇌 안에서 자동으로 진행되므로 의식하지 못한다. 분노는 호흡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맹수가 공격할 때는 호흡을 멈추고 무산소 운동을 한다. 숨을 쉬지 않으면 답답하다. 그러므로 화가 난다. 어떤 사람이 화를 낸다면 당신은 이렇게 말해줘야 한다. '호흡해! 너 지금 숨을 쉬지 않고 있어. 진정하고 숨을 쉬라구.' 그냥 화내지 마라고 하면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모르므로 계속 화를 낸다. 숨을 멈추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화火는 불이다. 전투태세로 인해 체온이 올라간 것이다. 체온이 올라야 굳은 근육이 풀려서 주먹질이 가능하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공격받는다고 느낄 때 조건반사에 의해 호흡이 중지되고 호르몬이 작용하여 체온이 올라가며 주먹질하기 좋은 신체가 되므로 폭력을 시작하면 멈추지 못한다. 몸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가 자신에게는 놀라운 발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변화가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진다. 거기에 중독성이 있다. 스트레스는 무호흡이 누적되어 대미지를 주는 것이다. 한 숨을 쉬는 이유다. 숨을 참았다가 몰아서 쉰다. 뭐든 메커니즘이 있는 법인데 그것을 대충 뭉개고 넘어가는 사실을 나는 참을 수 없다. 그냥 바람이 분다고 말하지 말고 기압의 변화에 따른 밸런스의 복원력이라는 관성력의 작용에 의하여 낮에 데워진 공기가 팽창했다가 밤에 수축하며 만들어진 진공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린다.


    뭐든 원인이 있고, 결정이 있고, 결과가 있는 법인데 우리는 원인과 결정의 전개과정을 빼먹고 결과만 말하는 잘못된 말하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생각하기 습관의 문제다. 그런 것을 면밀히 따지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야 한다.


    메커니즘 중심으로 사유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메커니즘은 이것과 저것의 두 변화를 연결한다. 그냥 이것만 말하거나 저것만 말하면 명사와 동사, 주어와 술어, 전제와 진술이 호응하지 않아 어색하다. 언어감각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86 윤석열 한동훈 전쟁 김동렬 2024-10-31 1313
7085 구조의 탄생 김동렬 2024-10-31 671
7084 구조론과 인공지능 image 김동렬 2024-10-31 800
7083 원인문제 김동렬 2024-10-30 923
7082 강진구 김두일 김용민 1 김동렬 2024-10-29 1475
7081 교육망국 한국 3 김동렬 2024-10-29 1483
7080 우주 김동렬 2024-10-28 983
7079 구조 1 김동렬 2024-10-28 787
7078 대만은 뜨고 한국은 지고 1 김동렬 2024-10-27 1466
» 웃음과 분노 김동렬 2024-10-27 907
7076 구조의 발견 2 김동렬 2024-10-27 659
7075 사랑은 없다 김동렬 2024-10-26 1182
7074 당파싸움의 진실 김동렬 2024-10-26 982
7073 유시민 긴급진단 김동렬 2024-10-25 1617
7072 구조의 문 1 김동렬 2024-10-24 1021
7071 용서받지 못한 자 김동렬 2024-10-24 1367
7070 구조입문 김동렬 2024-10-23 1053
7069 폭로전이 실패하는 이유 김동렬 2024-10-23 1294
7068 구조를 보라 2 김동렬 2024-10-22 1113
7067 토론, 참여, 질문교육의 환상 3 김동렬 2024-10-22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