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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405 vote 0 2004.07.28 (20:14:12)


떠나는 그이의 앞길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인간의 격이 있다. 누구와 승부하느냐이다. 세상과 승부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라이벌과 승부하느냐이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상처를 준 대상에 대한 복수를 꾀하느냐 아니면 그 상처를 자양분으로 하여 떨치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큰 싸움을 걸고, 그러한 방식으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느냐이다.
 
세상과 승부해야 한다. 역사의 순간에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야 한다. 시대의 부름에는 응답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천하’를 가지고 있다. 그 천하 앞에서 떳떳하기 위해서이다.
 
강금실은 상처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삶은 굴곡이 없다. 선은 굵고 간명하다. 물론 파란이 있고 곡절이 있지만 스스로 선택한 바 된다.
 
그는 자유를 추구한다. 그는 ‘개인’을 지향한다. 어쩌면 그는 '삶' 그 자체를 희구한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승부할 대상이 없는 것일까? 그의 ‘천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단지 그 격이 너무나 커서 이 사회의 담아낼 그릇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강금실의 천하는 있다.
 
 
강금실의 천하는 무엇일까?
강장관이 물러났다. 일단은 손실이다. 진작부터 말이 나왔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여러가지 설이 나오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설은 없는듯 하다.
 
어쨌든 손실이다.
 
노무현대통령과 강금실장관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메꿔주는 즉 상생의 관계이다.
 
이거 중요하다. 예컨대 이런 거다. YS와 이회창도 서로 보완하는 관계였다. YS는 이회창을 잘랐다. 그 후부터 망가지기 시작해서.. 이후로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YS는 자신을 모욕한 이회창을 대선후보로 지지하는 개망신을 감수해야 했다. 이회창은 대권욕심 때문에 주군인 YS를 물어뜯었다. 그러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원래는 최선의 궁합이었는데.. 이회창의 야비한 정치야심과, YS의 저급한 시기심 때문에 결국은 최악의 드라마를 만들고 만 것이다.
 
노무현대통령과 강금실장관은 정반대다. 강금실에게는 그 야심이 없다. 노무현은 그를 흔쾌히 놓아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후의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될까?
 
역사는 호흡한다. 원심력과 구심력의 작용이 있다. 역사는 저급한 야심과 시기심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던 YS와 이회창을 좌절시켰다. 그 과정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역사는 호흡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작용이 있다. 강장관은 떠났지만 상생관계라는 정치의 궁합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 야심과 시기심이 없어서 서로를 놓아준 노무현과 강금실을 역사는 어떻게 드라마화 할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강장관을 배려한 결과
이해찬이 들어오고 강금실이 나갔다. 노무현대통령의 원래 공식에 맞는 포석이고 운용이다. 아쉬운 점은 총선에 출마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은 총선올인을 안한 것이다.
 
정치논리로만 본다면.. 이창동, 강금실, 문성근은 당연히 총선에 나왔어야 할 사람이다. 교체하려면 그 시점이 타이밍이었다. 그 시점에서 강장관의 역할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대통령의 국정운용과 마찰하는 점이 있었다.  
 
그러므로 결국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느냐하고 기대했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다. 대통령은 정치에 뜻이 없는 강장관을 놓아준 것이며,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강장관을 배려하느라 시간을 끈 것이 이렇게 된 것이다.
 
 
강금실은 반드시 돌아온다
조선시대에는 상피제(相避制)라는 것이 있었다. 뭐냐하면.. 지방관을 파견할 때는 그 인물의 출신지 혹은 연고지를 피하여 보내는 것이다.
 
예컨대.. 경상도 밀양사람을 밀양부사로 임명하다든가 하면 반드시 뒷탈이 난다. 암행어사를 내려보내되 전라도 사람은 경상도어사로 보내고, 경상도 사람은 전라도어사로 보내는 식이다.
 
검사 출신으로는 검찰개혁을 할 수 없다. 검사가 아닌 판사출신에 한술 더 떠서 여성을 임명하는 것은 검찰을 향해 제대로 칼을 빼들었다는 의미다. 즉 ‘어사’를 내려보낸 것이다.
 
나쁜 흐름의 고리가 있다. 그 동아리에 속한 사람에게는 그 맥이 보이지 않는다. 나쁜 관행이라지만 그것도 다 필요해서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이유를 대다보면 결국은 아무것도 개혁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방부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군인출신이 아닌 사람을 국방부장관에 앉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칼을 벼른 다음에는, 그 칼을 써야한다. 언제까지 칼을 갈고 있기만 해서는 의미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하필이면 왜 지금 강장관을 교체했는지는 필자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부터 교체는 예정되어 있었다고 봐야한다. 칼은 잘 별러졌다. 이제는 그 칼을 휘두를 때이다.
 
누구를 향해?
 
강호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과거에 한 말이 농담은 아니다. 대통령은 그 바람으로부터 강금실을 비켜서 있게 한 것이다. 그 바람이 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 그는 돌아올 것이다. 그의 천하와 승부하기 위하여.
 
덧글..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정치인 되기를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정치가 싫은, 그러나 타고난 정치적 센스의 소유자 강금실, 떠나는 그이의 앞길에 달하 노피곰 도드샤 멀리곰 비추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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