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도 지정학이 있다. 가운데는 좋지 않고 가장자리도 좋지 않다. 교통로의 요지를 차지해야 한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국토 한가운데다. 좋지 않다. 바르셀로나 중심으로 까탈루냐 애들이 독립을 꾀하는 이유다. 영국의 런던은 남동쪽에 치우쳐 있다.

    프랑스 파리도 북쪽에 치우쳐 있다. 런던을 오가며 무역 하기에 좋은 위치다. 멕시코시티나 브라질리아는 국토 한가운데 수도가 있다. 튀르키예의 앙카라도 같다. 모스크바도 그렇고. 이게 좋은가? 이란의 테헤란은 날씨는 좋은데 외국과 연결되는 바다가 없다.

    수도가 국토 정중앙에 있는 나라 치고 잘되는 꼴을 못 봤다. 국힘당은 우리나라의 가운데인 강남과 변두리인 경상도를 차지했다. 한때는 경부선을 타고 경상도가 중심축이었지만 밀려났다. 지지세력인 7080도 변두리다. 어쩌다 골디락스 존을 벗어나 버린 것이다.

    안희정, 박원순, 김경수, 정봉주, 오거돈, 코로나, 트럼프, 김정은, 시진핑 9적의 연쇄삽질이 없었으면 민주당이 이기는 선거였다. 지뢰를 아홉 개나 밟고 선거를 어떻게 이겨? 게다가 푸틴까지 사고를 쳤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 비하면 환경이 매우 유리해졌다.

    왜 이게 중요한가? 에너지의 일방향성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단결된 때가 있었던가? 이낙연이 대표하던 시절과 비교해 보라. 골디락스 존을 차지하면 저절로 패스가 연결된다. 하지 말라고 해도 팀플레이를 한다. 국힘은 공수 간격이 너무 멀어진 것이다.

    강남기득권 노른자위와 7080 변두리 노땅들 간에 간격이 멀어서 패스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건 손흥민이 혼자 전방에 고립되어 슛할 기회를 못 받는 것과 같다. 개딸이 뜨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골디락스 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방향이 수렴방향이다.

    확산이면 망한다. 정봉주의 도박이 실패한 것도 그렇다. 정봉주는 옛날부터 찍혀서 약점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정치는 원래 약점 있는 인물이 뜬다. 말을 잘 들으니까. 그런데 말을 안 들었다. 단번에 눈 밖에 났다.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빠르다.

    이렇게 빠르게 의견통일이 된 적이 있었던가? 김한길 안철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이것은 골디락스 존 효과다. 지지세력이 중산층화되고 4050이 되면서 응집된 것이다. 원래 민주당은 호남과 수도권인데 호남은 나이가 많고 수도권은 젊은이다. 분산된다.

    호남 6070과 수도권 2030이 민주당 텃밭인데 심리적 거리가 멀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호남표와 서울표가 겉돌아서 망한 것이다. 이제 수도권 4050이 확실히 주도권을 차지했다. 방향성이 명백해졌다. 이제는 눈감고 공을 차도 패스가 정확히 전달된다.

    뉴라이트가 국힘을 망치고 있다. 이러면 다 죽는다는 거 아는데 분산되어 있어서 의사소통이 안 된다. 자기네끼리 말이 안 통해서 수습을 못 한다. 강남 중심부와 경상도 변두리로 쪼개지고, 7080 변두리로 쪼개진 데 이어서 진중권 좌파까지 한칼 더 쑤셔넣는다.

    윤석열이 뉴라이트로 국힘 망치는 걸 뻔히 아는데 아무도 말을 못 한다. 말해도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한다는 거 알고 포기한다. 박근혜는 세종시 고리로 이명박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어 살았는데 한동훈은 입으로만 떠들 뿐 그럴 배짱이 없다. 곱게 죽는 범생이다.

    바둑을 두어도 중앙의 천원에 두지 않고, 변에 두지 않으며 먼저 변두리를 장악하고 다음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통로의 요지에 둔다. 가운데는 고립되고 변두리는 압살된다. 게다가 젊은이 숫자가 날로 감소해서 4050 중산층의 신기득권 통치는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