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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700 vote 0 2004.07.03 (19:15:21)

유시민의원의 튀는 발언을 지켜보며.. 오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필자의 글에도 ‘오바가 아닌가’ 하는 독자의 이의제기가 많음을 볼 때.. 유시민이나 필자나 ‘오바’에 있어서는 피장파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뜻인가?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개입을 최소화 하므로써 결정적인 시기에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전략이다. 이는 가끔 우회적인 한마디를 던지는 DJ의 전략이다. 둘은 개입을 하면서 부단히 오류를 수정하는 전략이다. 이는 유시민의 방법이다.
 
필자 역시 유시민의 방법을 쓴다. 발언을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발언의 무게감을 더하는 전략을 쓰라는 독자들의 충고도 많지만.. 필자는 정치인이 아니다. 권위주의적인 발언을 할 이유가 없다. 욕을 먹더라도 ‘까놓고’ 이야기하자는 거다.
 
‘경솔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까놓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러한 토론과정을 통해서 한수 배워보자는 의도가 있다. 점잔을 떨며.. 대학자 같은, 교수들이나 하는 식의.. 우국충정의.. 위엄을 부리며 정치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옛날 유림의 상소문 비슷한..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점잔빼는 발언을 해봤자.. 필자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해서는 배우는 것도 없다.
 
필자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전략을 쓴다. 욕을 먹더라도 구석구석 최대한 개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필자와 같은 글쟁이의 방법은 될 수 있어도.. 대권을 꿈 꾸는 대 정치인의 방법은 될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지 유시민의 오바(?)는 필자와 같은 논객의 방식이지 대권을 꿈 꾸는 야심가의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정리하자. 결론은 아래 둘 중 하나이다.
 
1) 유시민은 야심가가 아니다. 그는 논객처럼 생각하고 논객처럼 발언한다. 논객으로서는 성공일지 모르나, 만인의 존경과 우러름을 받는 정치인의 방식은 아니다. 그는 잘못된 처세로 하여 결국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다.
 
2) 유시민은 대기만성형의 정치인이다. 그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방법을 쓴다. 그의 발언은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의 것이다. 그는 일반인다운 태도가 단기적으로는 존경과 위엄과 원하는 유권자의 신뢰를 잃을지 모르나, 대신 민중과 코드를 맞추므로써 장기적으로 민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대기만성형의 정치가로 크게 성공할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필자가 ‘점잔모드’와 ‘오바모드’ 중에서 오바모드를 선택한 이유는 필자와 같이 경력도 쥐뿔도 없는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이 바닥에서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필자에게 있어서 방법은 하나 뿐이다. 필자가 잘나서 안되고, 세상이 변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필자가 무슨 재주를 부려도 필자는 이 바닥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무슨 뜻인가? 유시민은 존경과 권위를 포기하고.. 대신 민중과의 코드맞추기를 택했다. 이 전략은 위험하다. 유시민이 잘나서 안되고.. 세상이 바뀌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즉 유시민은 유권자의 존경을 얻는 단기전 대신에, 유권자의 생각을 바꿔버리는 장기전을 택한 것이다.
 
유시민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온갖 궂은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정치가가 아닌 논객인 척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정치로 성공하지 못한다. 실제로 유시민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에 의하면 유시민은 정치에 뜻이 없다고 한다.
 
그는 동료 정치인들과 듣기좋은 말로 잘 사교하여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으려는 노력을 조금도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본인 입으로도 곧 정치를 그만둘 것처럼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나는 유시민이 야심가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 야심의 규모가 한차원 더 높을 뿐이다. 지금은 변혁의 시기다.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백바지를 입고 등원해서 욕을 먹더라도.. 그 유권자를 바꿔놓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이 유시민을 길들이는가 유시민이 세상을 길들이는가의 싸움이다.
 
100만원이 뉘집 애 이름이냐?
그의 100만원 발언에 네티즌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메인으로 대접하고 있다.)사실이지 유시민의 발언은 일반인이 포장마차 에서 하는 발언일 수 있어도 국민의 존경과 우러름을 받는 정치인의 발언일 수 없다.
 
그래서 진정성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치인의 발언은 대개 가식적인 것이다. 인터넷이 없을 때는 정치인은 반드시 가식이 들어간 정치인의 발언을 해야만했다. 그래야 신뢰했다. 한번의 말실수도 없었던 DJ의 방식이 전형적인 정치인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종이신문족은 그렇게 살라하고 우리는 다르다. 정치인이 권위적인 발언을 해야하는 이유는 유시민식의 솔직한 발언이 오해를 싸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쌍방향성이다.
 
과거라면 정치인이 종이신문에 지면을 얻는다 해도 고작 3단기사나 원고지 10매 분량의 칼럼이 전부였다. 인터넷은 다르다. 지면이 무한대다. 오해를 풀 수단이 있다. 그러므로 까놓고 이야기해도 무방하다. 진정성을 이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J가 파병을 지지했다고?
맘 졸이며 지켜보다가 위에서 한마디가 떨어질 때 마다, 아전인수 식으로 온갖 해석을 늘어놓으며, 좋아라 하거나 혹은 풀죽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작업은 재미가 있으므로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면 한마디 하게도 된다.
 
(이런 식의 글쓰기가 도무지 재미없다고 여기는 분은 퇴장해도 좋소. 저는 평소의 특기를 살려 구구한 억측을 늘어놓을테니.)
 
두가지 설이 있다. 다음과 같다.
 
1) DJ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의 발언 또한 해석될 필요없다. 그냥 덕담이겠거니, 혹은 무심코 던진 말이겠거니 하고 한쪽 귀로 흘려들으면 그만이다.
 
2) DJ는 정치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치 9단 답게 이심전심의 방법으로 정국을 조율하고 있다. DJ의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도 숨은 메시지가 있다.
 
필자는 우리당의 총선승리가 대통령 일인의 단독드리블이 아닌 ‘노+DJ’의 공동작업이라 생각한다. DJ가 방해할 생각이 있었다면 훼방을 놓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조짐도 있었다. 김홍일의 어수선한 행보가 그것이다.
 
DJ의 최근 발언 중의 하나.. ‘대북송금 특검은 잘못되었다’..는 이 말 속에도 가시가 있다. DJ는 현실정치에 개입하여 발언할 상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YS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을 뿐이다. 북경발언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물론 필자의 이러한 진단에 이의를 제기할 분도 많을 것이다. 개입하고자 한다면 그냥 개입하면 되지 왜 알듯모를듯한 선문답 식으로만 발언하는가? 물론 이유가 있다.
 
YS의 경우를 보자. 그는 대책없이 씨부렁댄 결과 스스로 자기 발언의 권위를 깎아먹고 말았다. 이제는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유권자들은 코웃음을 칠 뿐이다. 발언의 빈도에 비례하여 발언의 권위는 하락하는 것이다.  
 
DJ.. 영향력은 있지만 그 영향력을 행사할수록 파워는 줄어든다. DJ는 최대한 말을 아끼므로써 말의 위력을 보존하는 전략을 쓴다. 지금도 위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이제는 노무현대통령이 두려워 할 정도가 되었다.
 
분명한 것은 DJ가 대통령과의 불가근불가원전략으로 사용하므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보존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즉 DJ의 최대목표는 영향력의 행사가 아니라 보존이었던 거다. 그 영향력 보존해서 어디에 쓰려고?
 
필자는 이 쯤에서 대통령을 두둔하는 방향의 행보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이야 말로 DJ가 나서야할 결정적인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부시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고 한방 먹이려면 DJ가 나서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병과 관련하여 자신의 복심을 드러내었다고는 볼수 없다. 중요한 것은 파병의 찬/반이 아니라 존재를 과시하는 선에서 개입했다는 점이다. 또 그 과정에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부시에게 제대로 한방을 먹이는 방법은.. 부시와 노무현대통령의 전화 한통화로 다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복잡하게 돌아가는 구조와 매커니즘이 있어서.. DJ도 있고, 언론도 있고, 국민여론도 있고, 운동권도 있고.. 집단의 의사결정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그 자체이다. 이거 알아야 한다. 한국이 그리 만만치 않은 나라임을 보여주는 방법 외에는 없다.)
 
필자는 과거 DJ가 삼장법사라면 노무현은 손오공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즉 DJ가 구획해 놓은 햇볕정책의 바운더리 안에서 노무현대통령이 마음껏 운신하고 있는 것이다.
 
1) DJ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2) 만약 부득이하게 개입하게 된다면 반드시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
3) 개입하게 되었을 때 파워를 최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포지셔닝을 정한다.
4) 노무현대통령은 DJ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간다.
5) 노무현대통령을 간접 통제하는 방향으로 DJ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헛기침 한번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방법만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은 정치분석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파병찬성이냐 반대냐의 좁은 시야로 판단해서 안된다. 우리가 파병을 거세게 반대해야만 DJ를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DJ가 나서줘야 노무현대통령이 부시에 대한 태도를 정하기에 수월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략은 이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다루기에(?) 매우 까다라운 나라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하자.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유시민의 논객다운 ‘최대한 개입하기’ 전략이고 하나는 DJ의 ‘개입을 최소화 하므로써 위력을 극대화하기’ 전략이다.
 
전자는 유시민의 장기전이고, 후자는 DJ의 바운더리 관리다. 결론적으로 DJ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 그 방법이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전략이어서 겉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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