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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34 vote 0 2024.07.27 (12:35:37)

    말이 통하면 인간이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이성을 따르므로 말이 통하고 본능을 따르므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성의 길과 본능의 길 사이에 제 3의 길은 없다. 인간의 편, 진리의 편, 역사의 편, 진보의 편, 문명의 편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


    피부색이 달라도, 성별이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바라보는 방향이 같으면 대화할 수 있고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면 대화할 수 없다. 대화할 수 없으면 적이다. 우리가 아니고 타자다.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하거나 차단해야 하는 물리적 통제의 대상이다.


    옛사람이 군자와 소인을 갈랐고 양과 염소를 갈랐다. 언어는 인간과 짐승을 갈랐고 문자는 문명과 야만을 갈랐다. 도구를 손에 쥐므로 갈림길이 만들어진다. 이성의 길과 본능의 길을 가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 그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구가 주어지면 인간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후 가는 길이 달라진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하나의 질서가 파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게 된다. 그들은 영원히 다시 만나지 않는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보다 크다.


    의리를 바라보면 대화할 수 있고 이익을 바라보면 대화할 수 없다. 진리를 믿으면 인간이고 종교를 믿으면 같은 인간은 아니다. 가는 길이 다르고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론이라는 도구가 주어졌고 인간이 진리에 의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는 없다. 인간을 규정하는 행위가 있을 뿐이다. 개도 인간의 행위를 하면 인간이고 사람도 인간의 행위를 하지 않으면 물리적 통제 대상이다. 도구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도구가 없으면 사람을 차별하고 도구가 있으면 행위를 차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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