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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00 vote 0 2024.07.26 (09:48:30)

    구조색은 색소가 없는데 색이 있다. 나비의 날개나 새의 깃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바뀐다. 빛의 반사와 굴절에 의한 간섭이 만들어내는 구조색이다. 어떤 둘이 연결되어 계를 이루고 있는 물리적 구조가 빛과 만날 때 보강간섭과 상쇄간섭에 의해 완전히 다른 컬러를 만들어낸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 했다. 보여지는 피사체는 색소가 없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는 색이 있다. 관측자가 어떤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색이 변한다. 백인의 푸른 눈동자에는 푸른 색소가 없다. 푸르지 않은데 푸르게 보인다. 객체는 변하지 않았는데 관측자의 인식에는 변화가 있다.


    색소가 색깔을 만들기도 하고 구조가 색깔을 만들기도 한다. 틀렸다. 색소가 색을 만드는 원리도 구조색과 같다. 안에서 간섭되면 색소가 되고 밖에서 간섭되면 구조색이다. 자연에는 색이 없다. 색은 인간의 뇌가 빛의 파장을 해석하는 방식에 불과하다. 우주에 간섭은 있으나 원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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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원자론적 사고, 원소론적 사고를 깨야 한다. 색소가 없으므로 원소가 없고 원소가 없으므로 원자도 없다. 인간이 가리켜 지목할 수 있는 자연의 어떤 대상은 없다. 우리가 보는 것은 간섭이다. 존재는 관측자가 지목할 수 있는 하나의 객체가 아니라 둘이 연결된 계로 이루어진 자궁이다.


    nature의 어원은 낳음이다. 자궁은 복제하고 복제하면 낳는다. 궁극적으로 낳음의 자궁이 있을 뿐 개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은 없다. 에너지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이 있는 것이며, 계를 이룬 것이며, 에너지가 공급되면 복제되는 것이다. 우리는 복제된 그림자를 존재로 착각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물질을 쪼개면 도달하는 궁극적인 어떤 것은 없다. 공간의 좌표 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은 없다. 존재를 연출하는 메커니즘이 있는 것이며 그것은 시공간상에 존재한다. 세상은 어떤 그것의 집합이 아니라 간섭이다.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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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원과 광자와 피사체와 스크린과 그림자가 연결되어 존재의 자궁을 이룬다. 우리는 스크린에 펼쳐진 그림자를 보고 그것을 존재로 착각한다. 거기에 원자나 원소의 이름을 붙인다. 어떤 관측되는 존재가 있다면 반드시 그 존재를 연출하는 복제 메커니즘이 배후에 숨어 있다.


    원자나 원소와 같이 독립된 개체는 에너지가 없으므로 시공간의 스크린 위에 자기 존재를 띄울 수 없다. 스스로를 전시할 수 없다. 관측자 앞에 나타날 수 없다. 존재하는 것은 관측되는 것이며, 관측되는 것은 반응하는 것이고, 반응하려면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이기지 못한다.


    부름과 응답이 있다. 존재한다는 것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응답한다는 것이다. 외부 자극의 힘을 장악하여 계를 이루고 에너지 방향을 확산에서 수렴으로 틀어 응답한다. 광원, 광자, 피사체, 스크린, 그림자를 한 줄에 꿰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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