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20 vote 0 2024.07.24 (18:08:47)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것이 구조다. 내부는 결정되어 있으나 외부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변화는 내부에서 결정되어 외부에서 실현된다. 총알은 안에서 격발되어 밖으로 날아간다. 전제는 결정되어 있으나 진술은 지금부터 결정해야 한다. 원인은 결정되어 있으나 결과는 패를 까봐야 안다.


    우리는 세상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미리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피부색은 결정되어 있고 성별도 결정되어 있다. 많은 것이 결정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결정된 부분과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며 변화는 결정된 것에서 에너지를 조달하여 결정되지 않은 것을 해결한다.


    전체는 결정되어 있고 세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설계도는 결정되어 있고 인테리어는 완성되지 않았다. 전략은 결정되어 있고 전술은 현장에서 결정한다. 결정된 것을 명확히 하면 결정되지 않은 것을 이긴다. 우리는 전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정된 것도 무시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


    약속은 결정되어 있고, 만남은 현장에서 결정하고, 대화는 결정된 것을 실천한다. 먼저 약속하고, 다음 만나고, 마지막에 대화한다. 진리는 미리 약속된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에 의지하여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에너지를 제공한다.


    약속은 공유다. 서로 공유하지 않으면 변화가 불가능하다. 약속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만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 일정부분 미리 결정해놓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변화는 열역학 1법칙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A를 거쳐 B로 갈 수 있고 A를 해야 B를 할 수 있다.


    바둑은 초반 포석 단계에 많은 것이 약속된다. 초반 포석이 약속이라면 중반 전투는 만남이고 막판 끝내기는 대화다. 초반에 결정된 대세를 막판 끝내기에서 뒤집기는 어렵다. 한 번 결정되면 돌이키지 못하는 것이 열역학 2법칙이다. 진리는 초반 약속에 의지하는 것이다.


    ###


    세상은 변화다. 모든 변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에 의지하여 변화한다.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진리다. 약속은 공유되며 공유에서 힘이 나온다. 우리는 진리에 의지하여 얻어낸 힘으로 변화를 통제한다.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이 믿음이다. 믿음에 의지하여 변화를 이겨야 한다.


    우리가 현장에서 만났다면 그 전에 이미 약속했다는 의미다.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되어 있다. 우리가 만났다면 이미 초반 포석을 거쳐 중반 전투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결승전에서 만난 셈이다. 여기서 되돌아가면 그 전에 약속한 것은 물거품이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있다.


    무언가 결정해야 한다면 이미 말려든 것이며, 약속된 것이며, 투자된 것이며 어떤 결정을 하든 무조건 손실이 일어난다. 결승전에서 만났다면 거기까지 오면서 많은 지출이 있었으므로 손해를 벌충하려면 다르마를 따르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진리를 믿고 의지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60 언어와 권력 김동렬 2024-10-16 2568
7059 내부지향의 사고 김동렬 2024-10-16 2443
7058 하루키와 한강 1 김동렬 2024-10-16 3101
7057 마광수와 서갑숙 2 김동렬 2024-10-16 2752
7056 오빠가 굥빠다 image 1 김동렬 2024-10-15 3217
7055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4-10-15 2481
7054 문학은 전쟁이다 2 김동렬 2024-10-14 3663
7053 철학은 긍정이다 3 김동렬 2024-10-13 2912
7052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1 김동렬 2024-10-12 2835
7051 채식주의자 1 김동렬 2024-10-11 4207
7050 홍명보 억까는 무리 김동렬 2024-10-11 3130
7049 한강이 노벨문학상 받은 이유 김동렬 2024-10-10 4991
7048 한글의 의미 김동렬 2024-10-10 3652
7047 한글의 기적 김동렬 2024-10-10 3590
7046 제프리 힌턴과 천경자 콤플렉스 김동렬 2024-10-10 2729
7045 독일철학의 허실 김동렬 2024-10-10 2319
7044 자의식 과잉 한동훈 김동렬 2024-10-08 3765
7043 프랑스의 악행 김동렬 2024-10-08 2697
7042 프랑스 철학은 사기다. 1 김동렬 2024-10-08 2680
7041 구조의 구조 김동렬 2024-10-07 2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