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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97 vote 0 2004.06.24 (21:35:23)

제목 없음 필진의 글에 직접적인 반론은 삼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일몽님과는 일면식이 있어서 상당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고.. 저의 의견을 덧붙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파병에 찬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말씀하셨는데.. 파병이 조건 따져가며 흥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까? 아니지요.
 
오직 ‘진리와 거짓’이 있을 뿐이며 우리의 싸움은..
 
1) 진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는가?
2) 역량이 부족하여 진리를 지켜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는가?
3) 실패했을 뿐 아니라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거짓에 적극 가담하였는가?
 
이 셋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할 것입니다. 성공하면 좋은 것이고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부상당한 채로 신음하며 고통스러워 하며 마지막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거짓에의 가담’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일몽님! ‘찬성의 조건’ 운운은 벌써 거짓에의 가담이 됩니다. 성공하면 물론 좋지만 실패해도 저는 아무도 나무라지 못할 것입니다. 실패는 서프의 한계이고, 범개혁세력의 역량부족이고, 참여정부의 실패이고, 대한민국의 현주소로 기록될 것입니다.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우리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 생채기 그대로 얼싸안고 가는 거지.. 거짓을 합리화 한다든가 하는 식의 변절은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파병의 조건 운운이 원초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거기서 더 나아가서.. 파병의 조건으로 거론하신 ‘이라크 민중의 판단’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역사의 필연법칙이 존재할 뿐이지요.
 
알지 않습니까? 역사의 심판이 얼마나 냉엄한 것인지를..
 
우리나라 시민단체 대표들도 청와대 들어가서 대통령 앞에서 하는 말과 시민단체로 돌아와서 기자들 불러놓고 하는 말이 180도로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라크 민중이 우리 앞에서 하는 외교적 언사와 뒤에서 자기들끼리 터놓고 하는 말이 같을 리 없지요.
 
일제시대 때 이야깁니다. 이등박문이 이완용에게 물어보니 한국민중의 판단은 모두 ‘한일합방 대환영’이랍니다. 그래서 일본은 당당하게 침략했던 거죠. 625 때 이야깁니다. 김일성이 박헌영에게 물어보니 남한민중은 ‘북한남침 대환영’이랍니다.
 
그거 믿고 남침했다가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죠?
 
‘민중의 판단’이 존재한다고 믿으십니까? 민중의 마음은 풀잎과 같습니다. 역사의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일어서고 또 눕습니다. 일년에 열두번도 더 변하는 것이며, 앞으로 하는 말이 다르고 뒤로 하는 말이 다른 것이며 결국은 역사의 필연법칙을 따라갈 뿐입니다.
 
‘민중의 마음 = 역사의 마음’ 입니다. 여기서 예외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도 멋모르고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진입한 미군을 환영했죠. 이라크 민중이 미군을 환영하듯이 말입니다. 미국인들은 자기네가 진짜로 환영받는 줄 알았죠. 그런데 신탁통치 반대가 웬말입니까?
 
아니 5년간 공짜로 통치를 해주겠다는데 도대체 반대가 말이 되나요? 어제까지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시켜 달라고 애걸하던 그 조선인들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 신탁통치 반대하고 자주독립 하겠다니 이게 도무지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역사의 많은 현장들에서 실제로 그러했듯이.. 여운형이 3시간의 연설로 다 만들어놓은 찬탁을 백범 김구선생이 반탁으로 돌려놓는 데는 라디오 연설 30분이면 충분합니다. 해방공간의 첨예한 상황에서 민중의 마음은 라디오 방송 3시간 단위로 변화무상 합니다.   
 
일본인들 입장에선 참으로 억울하지요. 조선사람들이 철도 놔달라, 학교 지어달라, 공장 지어달라 해서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내보따리 내놔라.. 이건 말도 안돼. 내버려뒀으면 청나라 아니면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었을 조선을 일본이 구해줬더니 ‘물러가라 3.1만세’가 웬말이냐?
 
그러나 이것이 바로 역사입니다. 역사의 필연법칙이에요. 우리가 일본제국의 도움(?)을 침략이라 규정하고 그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듯이, 우리가 이라크에 베풀어봤자 그들은 한국의 은혜(?)를 원수로 갚게 되어 있습니다.
 
왜? 그래야만 이라크인이 스스로 자주하고 독립하여 민주정부를 구성하고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이라크인들이 그들을 도와준 한국의 은혜(?)에 감사하고, 후세인을 몰아내준 미국의 은혜에 감사하는 썩어빠진 정신상태로 살아간다면.. 그들은 천년이 가도 제대로 된 독립과 민주화는 커녕.. 정신적 노예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이 김일성의 은혜에 감사하다가 망하고 있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은혜(?)에 감사하다가 망가지고 있듯이 말입니다. 은혜갚기? 정신적, 인격적인 미성숙을 나타내는 봉건적 발상일 뿐입니다.
 
한국 민중들도 김선일씨 피살 전, 파병반대 70프로에서 하루만에 파병찬성 70프로으로 돌아섰는데 이라크민중의 판단?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것이 여론입니다. 민중의 판단 따위는 원초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라크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라크 문제의 본질은 이라크인이 어떻게 스스로의 자주적 역량을 키워서 자기네의 힘으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소화하느냐입니다. 이는 역사의 필연법칙을 따라갑니다.
 
오늘날 이라크의 민중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평화재건? 천만에. 의료지원? 천만에. 공장과 도로? 천만에. 생필품과 의약품? 천만에!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합시다. 그거 다 거짓입니다. 알지 않습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뿐입니다. 그것은 이라크의 모든 혼란을 극복하고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인을 위한, 이라크의 자주와, 독립과, 신앙을 지켜줄 한 명의 지도자입니다.
 
문제는 그 지도자라는 것이 이라크인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참여에 의해서 만들 수 있을 뿐.. 결코 남의 힘에 의해 외부에서 억지로 지도자를 붙여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로 떠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노태우도, 김영삼도, 김대중도 다 한번씩 목숨을 걸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다른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목숨을 덜 걸었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온전한 민주주의의 시스템이 작동하기 까지 이 과정.. 목숨을 걸어 지도자로 떠오르는 역사의 필연적인 과정..은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예외는 없습니다.
 
이라크에서 지도자로 떠오르기 위해 목숨을 거는 방법은? 오직 반미투쟁 뿐입니다.
 
이라크 민중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 지긋지긋한 혼란을 해결해줄 한 명의 지도자이며 그 지도자는 오로지 반미의 방법으로만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라크를 돕기를 원한다면 이라크인이 스스로 자기네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 방법은? 이라크인들에게 목숨 걸고 반미할 기회를 주는 것 뿐입니다. 이것이 내가 알고 네가 아는.. 그러나 아무도 말하려 들지 않는.. 진실입니다.
 
한 마리의 생선을 던져줘서 안됩니다. 도우려거든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이라크에 평화재건 활동을 해서 안되고, 그들이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라크를 위한, 이라크인에 의한, 통일 이라크의 진정한 지도자가 탄생하기 전까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는 이라크를 도울 수 없을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일본인들은..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도왔다고 믿고 있지요. 그들은 충실한 조선인들의 협력을 얻어, 말잘듣고 착한 조선인들을 하인이나 종업원으로 부리며.. 조선인들과 애정을 나누며 35년간 잘먹고 잘 살다가 일본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그시절의 식민지조선을 그리워 하며.. ‘내가 조선인 소학교의 교장이었을 때 그 모범생 박정희군과 똘똘한 급우들.. 날 존경하고 열심히 따르고 그랬지. 나는 훌륭한 교육자였고 그들은 나의 사랑스런 제자들이었지. 참 아름다운 추억이야!’ 하며 감회에 젖어 눈시울을 붉히며.. 서울을 방문했다가 한국인의 반일감정에 쇼크를 받지요.
 
이것이 역사입니다. 역사가 애들 장난입니까?
 
한국이 이라크를 돕기 위해 평화재건 해준다는데 왜 김선일씨 죽이느냐고 이라크인들에게 따지는 것은.. PK사람들에게 부산을 위해 APEC 줬는데도 왜 한나라당 찍느냐고 묻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질문입니다.(그게 도무지 말이나 되느냐고요?)
 
결론적으로..
 
1) 진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하거나
2) 역량이 부족하여 진리를 지켜내는데 실패하고 말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이 있을 뿐이며
 
3)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거짓에 적극 가담한다든가 하는 일은 결단코 있을 수 없습니다.
 
 
덧글 .. "이탈리아인이 어떻게 죽는지 보여주겠다"고 외친 이탈리아인과 김선일씨를 비교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입니다. 김선일씨는 통제된 상황에서.. 그들이 일러준 말을 그대로 전달한 것 뿐입니다. 폭력과 공포 속에서 말입니다.
 
김선일씨가 한국어로 진심을 말한 부분이 있었다면 편집되었을 것입니다.(그들이 두번 실수할리 있나요?) 김선일씨는 그들의 요구에 따랐을 뿐 결코 살려달라고 애걸한 것이 아닙니다. 그 순간 김선일씨는 100프로 당신의 신앙심에 따라 행동했을 것을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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