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4056 vote 0 2004.06.23 (22:17:49)

어제 저녁.. 파병반대 70퍼센트였던 여론이 급변하여 파병찬성이 많은 경우 70퍼센트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모두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이곳 서프라이즈도 마찬가지다. 대문글의 논조도 점차 파병찬성으로 변하고 있다. 믿었던 독고탁님, 먹물의가면님, 일몽님도 예외가 아니다.(솔직히 믿을 사람 하나없다.)
 
바야흐로 복마전(伏魔殿)의 뚜껑이 열린 것이다.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렸다는 말이다. 어이할 것인가?
 
그 상자를 닫을 수 있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맥아더가 만주에 원폭을 투하하겠다고 할 때 그 순간 임박한 3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트루먼 대통령 한 사람 뿐이었듯이 말이다.
 
며칠 있으면 김선일씨의 시신이 국내로 운구될 것이다. 자유총연맹이 앞장서고 예비역중앙회가 중심이 된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질 것이다. 조중동은 미친듯이 나팔을 불어댈 것이다. 조갑제는 노무현 대통령 찬양에 영일이 없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의 모든 시기들에서.. 권력자들은 보통 그러한 상황을 즐기는 결정들을 내리곤 했다. 왈 권력의 생리다. 조중동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 대통령 입장에서 싫지는 않은 것이다.
 
권력의 생리.. 경험하여 보지 못한 새로운 권력이 출현하면 권력자는 그 새로운 권력을 적극 행사해 보는 방법으로, 권력 그 자체에 익숙해지려는 성향을 갖는다. 권력이 몸에 맞는 옷처럼 편하게 느껴질 때 까지.
 
조중동이 섣불리 노무현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눈다면.. 대통령이 오기로 파병을 철회해버리는 수가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조중동은 ‘노무현=오기정치’의 공식을 세워놓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권력에는 권력의 생리가 있다. 권력 자체의 작동방식이 있고 권력자가 그 권력의 작동에 대응하는 방식이 있다. 그것은 일단 자신이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파병을 철회해버리면?.. 파병철회를 다시 철회하여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대통령은 아무런 선택권도 가지지 못한다. 권력이 약화된다.
 
파병을 철회하지 않으면? ..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해진다. 일단 시간을 번다. 파병반대세력은 병력의 증파를 반대하여 대통령에게 호소할 것이고, 파병지지세력 역시 행여나 대통령이 파병철회를 결단할까봐 눈치를 보고 매달린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소심한 겁쟁이 권력자들은 일단 파병의 결정을 내려놓고..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끈다. 자신의 결정을 대리할 외부에서의 어떤 계기가 주어지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다.(9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있었던 일?)
 
외부에서의 환경은 변했다. 둘이다. 하나는 총선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만일 총선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대통령은 곤경에 처했을 것이 분명하다. 둘은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인한 압도적인 파병찬성여론이다.
 
(까놓고 이야기 하자! 지금까지 파병을 막아준 일등공신은 17대 총선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란 말인가? 돌연히 파병찬성으로 태도를 바꾼 당신, 믿었던 당신이 변심한 이유도 총선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란 말인가?)
 
그 외부에서의 결정적 계기가 왔다. 김선일씨의 죽음이다. 국민은 압도적으로 파병을 찬성하고 있다. 미친듯이 복수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그 사납던 조중동까지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있다.
 
만인이 대통령 한 사람을 주시하고 있다. 권력자는 그 상황이 싫지 않은 것이다.(비겁한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그러하다. 노무현이라서 다른가? 나는 그것을 대통령께 묻고자 하는 바이다. 제발 다르다고 말해주시기를.)
 
이 상황에서 우리의 대통령은 과연 ‘역시 노무현!’ 하고 무릎을 칠 그런 결정을 내려줄 것인가? 아니면 역사시대에 걸쳐 모든 겁장이 권력자들이 그러했듯이.. 만인이 자기 한 사람을 주시하는 그 상황을 은근히 즐기면서 조지부시스러운 판단을 내리고 말것인가?
 
대통령이 확실히 잘못한 것 하나.. 김선일씨가 죽어간 과정은 너무나 의심스럽다. 당연히 국정원에 의해 통제되었어야 할 가나무역이 오직 미군의 통제만을 받고 있었으며 우리 당국이 개입한 흔적은 눈꼽만큼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무모하게도 파병을 결정하다니.
 
이라크전이 하루 이틀 전에 일어난 사건인가? 당국은 1년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현장에서의 정보수집 흔적도 없고, 미군당국과 공조채널을 가동한 흔적도 없다.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결정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정부가 최선의 대응을 했다면 그 흔적을 보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의 지나친 의심인가? 하긴 그럴 수도 있다.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이 실은 루즈벨트의 함정에 빠진 결과였다는 세간의 낭설이 헛된 음모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있다. 몸서리쳐지는 그것이 권력이라는 사실을. 권력의 속성은 우리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누가 미쳤는가? 누가 비겁자인가? 누가 태도를 바꾸었는가? 왜 서프의 중론은 일제히 파병찬성으로 돌아섰는가? 악마가 당신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그대의 돌연한 태도변화가 오직 그대의 이성과 양심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 어쩌면 나는 냉소적일지도 모른다. 서프의 내노라 하는 필진들마저 파병찬성으로 돌아섰다면 이건 정말 무서운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경종을 울려야 하는가? 다른 어떤 방법으로 이 미쳐 돌아가는 여론의 광기에 경고할 수단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알고있다. 당신들은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파병찬성으로 돌아선 그대의 입장변화는 결코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가 아니다. 나는 그대들이 변심할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 이런 방식으로 다가올지 몰랐을 뿐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70 공희준 대 유시민 김동렬 2004-07-21 14648
1169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김동렬 2004-07-19 15001
1168 제헌절유감 김동렬 2004-07-17 15334
1167 박정희의 개 이재오 image 김동렬 2004-07-16 15364
1166 박근혜가 사는 법 김동렬 2004-07-15 13888
1165 서프의 경쟁력은 창의력에 있다 김동렬 2004-07-13 14778
1164 서프라이즈가 가야 하는 길 김동렬 2004-07-09 13287
1163 조선일보, 서프의 비듬을 털어먹다 김동렬 2004-07-08 13769
1162 김정일, 찬스는 지금이다 김동렬 2004-07-07 13436
1161 장길산과 서프라이즈 김동렬 2004-07-05 14299
1160 YS를 감방에 보내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4-07-05 13887
1159 유시민의 까놓고 말하기 김동렬 2004-07-03 14700
1158 서프, 어디로 가는가? 김동렬 2004-07-02 13192
1157 전여옥, 나도 고소하라 김동렬 2004-07-01 13618
1156 개각의 승자는 노무현대통령 김동렬 2004-06-30 14878
1155 우리당을 매우 쳐라? 김동렬 2004-06-30 13802
1154 이라크전 묻고 답하기 김동렬 2004-06-25 13199
1153 서프는 당당하게 나아간다 김동렬 2004-06-24 13698
» 누가 미쳤는가? 김동렬 2004-06-23 14056
1151 노무현 대통령께 묻는다 김동렬 2004-06-23 15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