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문제는 기획기능의 부재에 있다. 마땅히 벤치를 지켜야 할 감독 노무현대통령이
그라운드로 내려가서 선수로 뛰고 있는 실정이다. 코칭스태프인 청와대 참모들도 제대로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다.
공격수와 수비수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 우리당과 내각도 아직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니 응원단장 역할의 서프라이즈도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우리당은 강력한 이념드라이브를 걸어주어야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 공간을 벌려주어야 득점찬스가 온다. 우리당은 반보 왼쪽으로 가서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고, 내각은 반보 오른쪽으로 가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각자의 포지션이 지정되어야 하고 적절한 역할분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시민선수 정도가 간간히 어시스트를 올려줄 뿐.. 외곽의 연구소도 작동하지 않는듯 하고 당에도 너른 시야를 가진 기획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당과 행정부의 총괄 기획기능의 부재가 큰 문제다.
아래 글은 영화 이야기지만..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글이다. 물론 기획이 너무 앞서나가서도 안된다. 기획이 지나치게 튀면 곽재용감독의 ‘여친소’처럼 관객은 늘지만 대신 작품성이 죽는다.(이 경우 당장은 몰라도 미래가 없다.)
그러나 만사 접어놓고.. 일단은 기획이 되어야 한다. 왜? 기획이 되어야 흥행이 되고, 흥행이 되어야 돈을 벌어서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가든지 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만 되면.. 거기서 미진한 부분은 다음에 더 잘 만들어서 보완하면 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기, 오류시정을 망설이지 말기..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면 그 다음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 일단은 흥행을 시키고 보자.
- 흥행을 시키기 위해서는 기획을 잘 해야 한다.
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정답.. ‘시드니 셀던의 대박법칙 10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의 성공과 실패
장준환감독 영화 ‘지구를 지켜라’ 보셨는지? 이 영화.. 알만한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이다. 흔히 말하는 ‘저주받은 걸작’에 해당한다.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반면 관객으로 부터는 외면당한.. 그러나 열광적인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관객보다 평론가와 감독지망생들이 좋아하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사실이지 너무나 아깝다. 기획이 좀 받쳐주었더라면 300만 관객은 들었을 걸작이다. 그런데 기획이 너무 형편없어서 망한 것이다.(작가주의 저예산영화라면 몰라도.. 제작비 40억을 썼으면 기획이 문책되어야 한다.)
헐리우드라 치자. 기획사가 영화내용을 다 뜯어고쳐 버린다.
어떻게? 시드니 셀던의 대박법칙에 맞추어서
(여기서 ‘시드니 셀던’이라는 이름은 필자의 임의로운 표현.. 기획사의 흥행코드가 있다는 말이지 그것이 반드시 시드니 셀던의 법칙으로 알려졌다는 말은 아님.)
시드니 셀던의 법칙은 무엇인가? ‘지구를 지켜라’에는 당연히 국정원과 CIA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에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특급 에이전트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도무지 말도 안된다는 것이 헐리우드의 법칙이다.
‘지구를 지켜라’.. 제목부터 참 맘에 안든다. 독수리 오형제를 연상시킨다. 특히 조악한 포스터는 그야말로 죽음이다. 서울관객 6413명을 동원하여 한국영화 최악의 흥행기록을 경신한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의 유치뽕을 연상시킨다.(흥행이 안될걸로 알고 코미디로 위장하려 한듯..)
주연배우도 잘못 골랐다. 백윤식이 홀로 고군분투 했을 뿐 신하균은 확실히 미달이었다. 특히 여주인공은 시드니셀던의 법칙에 너무나 어긋나는.. 이건 죽음이다. 여기서 시드니 셀던의 법칙을 흘낏 엿보기로 하면..
● 한국영화의 쪽밥법칙.. 가난한 뒷골목의 건달 혹은 장애인 소녀가 만나 어쩌구 저쩌구 지리멸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미워도 다시 한번.. 결말이 안나오는.. 흐지부지.. 신변잡기적인.. 너무나 쿨하지 못한.. 끌적지근한.. 아줌마부대의.. 상투적인..
● 시드니셀던 대박공식.. 가난하지만 미녀인 시골소녀와 부자 전문직업인의 만남.. 정부 고위 관계자.. 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하는.. 아웃사이더의 뒷골목 노하우로 중앙무대를 휘저어 놓는.. 너무나 쿨한.. 화끈하게 뒤집어 엎어버리는.. 멋진 결말의.. 해피엔딩의..
물론 시드니 셀던의 법칙이 작품성의 면에서 비난받아야 할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기본적으로 되는 공식이다. 일단 영화가 되고 난 다음에 작품성을 논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안되는 지리멸렬의 쪽박공식을 들고 나와서는 안된다.
‘지구를 지켜라’는 시시한 변방의 인물이.. 시시하게 변방에서 촌스럽다가.. 끝내 중앙무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변방에서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마이너리그의 실패담이다. 이런 걸로는 관객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지켜라’는 분명 걸작이다. 걸작을 알아보지 못하는 관객의 잘못이 아니라 ‘지구를 지켜라’의 2프로 부족이다. 기획의 실패 또는 기획력의 부재를 인정해야 한다.(이 영화를 다시 만들면 못해도 100만은 온다.)
글래디에이터와 무사의 성공과 실패
김성수감독의 ‘무사’가 실패한 것도 그렇다. 막강한 싸이더스의 70억 제작비 지원을 받아 돈을 아낌없이 쓰고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아주 쪽박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케일이면 300만은 거뜬히 들었어야 했다.)
‘지구를 지켜라’가 감독의 영화였던 것과 달리 무사는 철저한 기획영화였던 것이다. 기획영화로 컨셉을 잡아놓고도 기획에 실패했다면? 패죽여야 한다.
무사의 기획은 뻔하다. 글래디에이터의 성공요인을 분석하여 베껴먹은 것이다. 그런데 베낀다면서.. 제대로 베끼지도 못했다는데 비극성이 있다. 이는 시험에 모범생 짝지가 정답을 보여줘도 컨닝에 실패한 것과 같다.(컨닝도 못하는 밥통들은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놔야 함.)
글래디에이터는 황제 앞에서의 시합을 한다. 이는 변방의 아웃사이더가 차근차근 중앙으로 진출한다는 시드니 셀던의 점입가경 공식에 맞다.(노예검투사에서 조금씩 상승하여 점차 중앙무대로 진입함.)
무사는 시골 촌넘 몇 명이, 역시 몽고군 중에서도 시골병사 몇 명과.. 남송의 시골공주님 하나를 모시고.. 변방의 시골 토성에서.. 초라한 시골싸움을 하고 있다. 이건 시드니셀던의 법칙을 지킨 것이 아니다.(초반에 송나라의 황궁을 CG로 등장시켜 관객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고 끝내 황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녀도 없는 거지공주만 등장 쳇!)
이왕 70억 투자를 했다면 기획을 제대로 해서.. 시골무사가 아닌 황제무사의 대결로 가서 송나라 황제 앞에서 진검승부를 보여줬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100만 대군과의 대결이 아니고 초라하게 몇 십명 몽고병과 싸우다니.. 보는 관객이 더 쪽팔린다.(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림.)
● 시드니셀던의 대박공식.. 일반인이 모르는 변호사, 의사, 소매치기, 정부요원.. 등의 전문지식을 알려주어 관객의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기.
● 글래디에이터의 성공.. 일반인이 모르는 로마군단식 전투기술 알려주기(원형광장에서 막시무스의 탁월한 지휘능력을 보라!)
● 대장금과 허준의 대박법칙.. 일반인이 모르는 궁중요리 알려주기, 허준에서 의녀 예진아씨의.. 매실이 특효약이라는 둥 하는 한방의료상식 알려주기.
이와 비교되는 무사의 쪽박공식은..
● 무사의 쪽박공식.. 아무런 지식도 알려주지 않기(횃불을 던져놓고 토성을 기어올라가는 시골기술은 안쳐줌.. 안성기의 활쏘기가 약간 돋보였으나 이 방면에 조예가 깊은 군사전문가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듯..)
기획영화를 만들면서 이정도의 기본적인, 초보적인.. 뻔할 뻔자의.. 대장금도 하고 허준도 해내는.. 엉터리지만 전문지식을 내세우는.. 개나 소나 다 하는 대박법칙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도무지 말도 안되는 것이다.(엎어놓고 곤장을 매우쳐야 한다)
물론 작품성은 강조되어야 한다. 두 말이 필요없다. 기획사가 너무 설치면 안된다. 헐리우드처럼 안된다. 해피엔딩에 집착해서 안된다. 그러나 이런 배부른 소리는.. 일단 흥행을 시켜놓고 난 다음에 할 소리다.
사실이지 헐리우드의 흥행법칙 중 하나인 지나친 가족주의의 강조, 람보식 애국주의의 강조는 정말이지 역겨운 것이다. 그러나 일단 흥행은 해놓고 난 다음에 할 배부른 소리다.
결론적으로.. 대박에는 공식이 있다. 그 기본에만 철저하면 흥행을 할 수 있다. 흥행이라는 첫번 째 단추를 풀면 작품성이라는 두번째 단추는 쉽다. 시드니 셀던의 10계명, 스필버그의 10계명을 충실히 따른다면 말이다.
그 정도 기본은 일단 해놓고 거기다가 작품성의 플러스 알파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먹는 .. 흥행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이른바 ‘웰 메이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그렇듯이.
정리하자.
● 대중의 기호는 변덕스러워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 흥행에는 기본공식이 있어서 몇가지 흥행코드만 찔러주면 흥행이 된다.
● 익숙한 시드니 셀던의 법칙, 스필버그의 법칙이 그 흥행코드가 된다.
● 한국의 쪽박영화들은 그러한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
● 그 기본은 감독이 아니라 기획사의 몫이다.
우리당과 참여정부의 문제는 감독(노무현)은 뛰어난데.. 기획(청와대, 연구소)이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저주받은 걸작’이 될 위험이 있다. 기획은 기본이므로 적어도 기본은 해놓고 큰 소리를 쳐야 한다.
‘지구를 지켜라’.. 참으로 아까운 영화이다. 돈은 40억이나 들여서 배우 잘못 뽑고.. 내러티브에서 몇 가지가 흥행코드에 어긋나고.. 결정적으로 포스터를 잘못 만들어서(포스터 만든넘은 패죽여야 함.. 혼자서 100만 관객을 도둑질했음) 흥행이 망했다.
이런 좋은 영화는 마땅히 300만 관객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노무현정부도 마찬가지다. 기획을 잘해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던져서 안되고 매사에 사전조율이 있어야 한다. 사안의 경중은 가려져야 한다. 업무의 우선순위는 결정되어야 한다. 명령전달체계가 잡혀야 한다. 의사소통이 원할해야 한다.
왼쪽에서는 정권재창출의 장기계획이 받쳐줘야 하고 오른쪽에서는 경제살리기의 단기대책이 조화를 맞춰주어야 한다. 가능하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차피 대중의 기호는 뻔한 것.. 유권자의 심리도 뻔한 것.. 몇가지 기본만 지키면 된다.
기획이 강조하는 바는 특히 역할분담이다. 역할분담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코드가 맞아야 한다. 그 안맞는 코드를 맞추어줄 사람이 기획통이다. 빛나는 오케스트라도 뛰어난 지휘자가 코드를 맞추어 주므로써 가능한 것이다.
참고로 덧붙이는 시드니 셀던의 법칙은?
(시드니셀던의 법칙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대중성에 천착하고 있는 미국문화 일반의 경향을 필자가 임의로 그렇게 이름지어 부르기로 하는 것임. 헐리우드의 방식이 옳다는 것이 것이 아니라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할 수 있지만 작품성을 위해 안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것은 다르다.)
● 시사의 은유적인 반영(우리나라 드라마 중에서 사극이 특히 현실정치와 간접연결됨.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은 현실정치를 비슷하게 따라가는 점이 있음. 특히 대장금=노무현임)
● 전문지식 찔러주기(동의보감, 대장금이 그러하듯 일반인이 모르는 의학지식 등 전문분야의 지식을 찔러줌. 그 중에는 가짜도 많음.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뭔가 한수를 배운듯 뿌듯해 하게되는 지적 허영심을 부추기는 수법.)
● 점입가경의 법칙(처음 작은 사건으로 시작되나 갈수록 사건의 규모가 커짐. 나중에는 정부기관이 등장하고 국제적으로 무대가 커짐. 결국은 슈퍼맨이 출동하게 됨. 작은 사건에서 시작해서 작은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한국영화 특유의 현실도피적인 지리멸렬주의, 특히 아줌마부대의 쿨하지 못한 신변잡기주의는 정말로 안좋음.)
● 치밀한 구성력(이중의 반전.. 독자들에게 사전에 틀린 정보를 주므로써 관객들의 예상이 빗나가도록 유도하기.. 한국영화가 특히 이 부분에 약함. 무턱대고 반전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틀린 정보를 밑밥으로 뿌려주는 수준에 도달해야 함. 그러나 최근에 많이 나아짐. 특히 올드보이)
● 다중인격의 주인공들(모든 주인공들은 두 얼굴의 사나이여야 함. 예컨대 우리나라 조폭영화가 뜨는 이유.. 조폭은 힘은 세지만 대신 머리가 나쁨. 이런 식으로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 모순된 인물의 캐릭터가 코미디의 코드. 유능한데 편집증.. 돈많은데 못생김.. 대단한데 성불구..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 인물이 주인공과 악역으로 설정되어야 함.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가 깡패인데 경찰이듯. 캐릭터영화의 힘이 여기서.)
그 외에 굳이 배울 필요는 없는 잡다한 것들로는..
● 명량소녀 성공기(과학의 발전과 문명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주의, 물질적 소유에 대한 동경심 부추기기. 아메리칸 드림.)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루기(신데렐라 콤플렉스.. 가난뱅이와 부자, 재벌과 창녀, 조폭과 공주처럼 현실에서 불가능한 만남 혹은 사랑이 영화에서 이루어짐. 안되면 귀신과 만나게 해서라도.. 현실성은 없지만 어차피 소설이니까.)
● 대중의 심리와 기호 및 문화를 반영(유행어 만들기, 무대리식의 말장난, 특히 엽기적인 그녀 등 인터넷소설의 한 특징)
● 성공과 몰락(박봉성식 재벌만화 신드롬. 벤처와 CEO를 등장시켜 성공콤플렉스를 자극함. 영화에서는 모든 사업이 어린애 장난처럼 손쉽게 성공함. 하는 일 마다 대박남.)
● 성취감 유발하기(허영만의 타짜가 도박을 설계하듯.. 사전에 설계된 구도대로 적을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림. 특히 여성들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업에 종사함. 무슨 일이든 머리를 잘 쓰면 불가능은 없다는 식.)
● 1인칭의 심리게임(주인공 1인에 촛점을 맞춤.. 추리극에서 천재 악역과의 천재 주인공의 일대 일 심리게임에 치중함.. 악역과 주인공을 무조건 천재로 설정한다는 것이 특징.)
● 출신성분의 고귀함을 강조(우리나라에는 없는 현상으로 특히 미국인의 계급적 열등감을 반영함.. 시드니 셀던의 주인공들은 영어를 써도 영국의 왕실영어를 쓰는 식.. 명품소비를 과시.. 상류사회 풍속을 소개..의도된 속물주의적 경향)
● 가족주의와 애국주의(정말이지 짜증나는 헐리우드의 뻔한 공식.. 헐리우드 영화는 지나치게 자국관객에 아부하므로써 창의력을 제한하게 되므로 앞으로 점점 쇠퇴하여 갈 것임.)
덧글.. 헐리우드식으로 대중성에 집착하여 유치뽕의 영화를 만들라는 주문이 아니라.. ‘혁명의 가면을 쓴 채 현실도피에나 몰두하는’ 한국의 작가들(의식과잉의 80년대 작가들이 문제)도 정신을 좀 차리고 기획에 신경 쓰라는 말임.. 요즘 잘하고 있지만.!
공격수와 수비수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 우리당과 내각도 아직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니 응원단장 역할의 서프라이즈도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우리당은 강력한 이념드라이브를 걸어주어야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 공간을 벌려주어야 득점찬스가 온다. 우리당은 반보 왼쪽으로 가서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고, 내각은 반보 오른쪽으로 가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각자의 포지션이 지정되어야 하고 적절한 역할분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시민선수 정도가 간간히 어시스트를 올려줄 뿐.. 외곽의 연구소도 작동하지 않는듯 하고 당에도 너른 시야를 가진 기획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당과 행정부의 총괄 기획기능의 부재가 큰 문제다.
아래 글은 영화 이야기지만..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글이다. 물론 기획이 너무 앞서나가서도 안된다. 기획이 지나치게 튀면 곽재용감독의 ‘여친소’처럼 관객은 늘지만 대신 작품성이 죽는다.(이 경우 당장은 몰라도 미래가 없다.)
그러나 만사 접어놓고.. 일단은 기획이 되어야 한다. 왜? 기획이 되어야 흥행이 되고, 흥행이 되어야 돈을 벌어서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가든지 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만 되면.. 거기서 미진한 부분은 다음에 더 잘 만들어서 보완하면 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기, 오류시정을 망설이지 말기..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면 그 다음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 일단은 흥행을 시키고 보자.
- 흥행을 시키기 위해서는 기획을 잘 해야 한다.
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정답.. ‘시드니 셀던의 대박법칙 10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이후 최악의 포스터. 초딩 3학년이 만든 듯. |
지구를 지켜라의 성공과 실패
장준환감독 영화 ‘지구를 지켜라’ 보셨는지? 이 영화.. 알만한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이다. 흔히 말하는 ‘저주받은 걸작’에 해당한다.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반면 관객으로 부터는 외면당한.. 그러나 열광적인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관객보다 평론가와 감독지망생들이 좋아하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사실이지 너무나 아깝다. 기획이 좀 받쳐주었더라면 300만 관객은 들었을 걸작이다. 그런데 기획이 너무 형편없어서 망한 것이다.(작가주의 저예산영화라면 몰라도.. 제작비 40억을 썼으면 기획이 문책되어야 한다.)
헐리우드라 치자. 기획사가 영화내용을 다 뜯어고쳐 버린다.
어떻게? 시드니 셀던의 대박법칙에 맞추어서
(여기서 ‘시드니 셀던’이라는 이름은 필자의 임의로운 표현.. 기획사의 흥행코드가 있다는 말이지 그것이 반드시 시드니 셀던의 법칙으로 알려졌다는 말은 아님.)
시드니 셀던의 법칙은 무엇인가? ‘지구를 지켜라’에는 당연히 국정원과 CIA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에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특급 에이전트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도무지 말도 안된다는 것이 헐리우드의 법칙이다.
‘지구를 지켜라’.. 제목부터 참 맘에 안든다. 독수리 오형제를 연상시킨다. 특히 조악한 포스터는 그야말로 죽음이다. 서울관객 6413명을 동원하여 한국영화 최악의 흥행기록을 경신한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의 유치뽕을 연상시킨다.(흥행이 안될걸로 알고 코미디로 위장하려 한듯..)
주연배우도 잘못 골랐다. 백윤식이 홀로 고군분투 했을 뿐 신하균은 확실히 미달이었다. 특히 여주인공은 시드니셀던의 법칙에 너무나 어긋나는.. 이건 죽음이다. 여기서 시드니 셀던의 법칙을 흘낏 엿보기로 하면..
● 한국영화의 쪽밥법칙.. 가난한 뒷골목의 건달 혹은 장애인 소녀가 만나 어쩌구 저쩌구 지리멸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미워도 다시 한번.. 결말이 안나오는.. 흐지부지.. 신변잡기적인.. 너무나 쿨하지 못한.. 끌적지근한.. 아줌마부대의.. 상투적인..
● 시드니셀던 대박공식.. 가난하지만 미녀인 시골소녀와 부자 전문직업인의 만남.. 정부 고위 관계자.. 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하는.. 아웃사이더의 뒷골목 노하우로 중앙무대를 휘저어 놓는.. 너무나 쿨한.. 화끈하게 뒤집어 엎어버리는.. 멋진 결말의.. 해피엔딩의..
물론 시드니 셀던의 법칙이 작품성의 면에서 비난받아야 할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기본적으로 되는 공식이다. 일단 영화가 되고 난 다음에 작품성을 논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안되는 지리멸렬의 쪽박공식을 들고 나와서는 안된다.
‘지구를 지켜라’는 시시한 변방의 인물이.. 시시하게 변방에서 촌스럽다가.. 끝내 중앙무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변방에서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마이너리그의 실패담이다. 이런 걸로는 관객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지켜라’는 분명 걸작이다. 걸작을 알아보지 못하는 관객의 잘못이 아니라 ‘지구를 지켜라’의 2프로 부족이다. 기획의 실패 또는 기획력의 부재를 인정해야 한다.(이 영화를 다시 만들면 못해도 100만은 온다.)
글래디에이터와 무사의 성공과 실패
김성수감독의 ‘무사’가 실패한 것도 그렇다. 막강한 싸이더스의 70억 제작비 지원을 받아 돈을 아낌없이 쓰고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아주 쪽박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케일이면 300만은 거뜬히 들었어야 했다.)
‘지구를 지켜라’가 감독의 영화였던 것과 달리 무사는 철저한 기획영화였던 것이다. 기획영화로 컨셉을 잡아놓고도 기획에 실패했다면? 패죽여야 한다.
무사의 기획은 뻔하다. 글래디에이터의 성공요인을 분석하여 베껴먹은 것이다. 그런데 베낀다면서.. 제대로 베끼지도 못했다는데 비극성이 있다. 이는 시험에 모범생 짝지가 정답을 보여줘도 컨닝에 실패한 것과 같다.(컨닝도 못하는 밥통들은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놔야 함.)
글래디에이터는 황제 앞에서의 시합을 한다. 이는 변방의 아웃사이더가 차근차근 중앙으로 진출한다는 시드니 셀던의 점입가경 공식에 맞다.(노예검투사에서 조금씩 상승하여 점차 중앙무대로 진입함.)
무사는 시골 촌넘 몇 명이, 역시 몽고군 중에서도 시골병사 몇 명과.. 남송의 시골공주님 하나를 모시고.. 변방의 시골 토성에서.. 초라한 시골싸움을 하고 있다. 이건 시드니셀던의 법칙을 지킨 것이 아니다.(초반에 송나라의 황궁을 CG로 등장시켜 관객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고 끝내 황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녀도 없는 거지공주만 등장 쳇!)
이왕 70억 투자를 했다면 기획을 제대로 해서.. 시골무사가 아닌 황제무사의 대결로 가서 송나라 황제 앞에서 진검승부를 보여줬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100만 대군과의 대결이 아니고 초라하게 몇 십명 몽고병과 싸우다니.. 보는 관객이 더 쪽팔린다.(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림.)
● 시드니셀던의 대박공식.. 일반인이 모르는 변호사, 의사, 소매치기, 정부요원.. 등의 전문지식을 알려주어 관객의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기.
● 글래디에이터의 성공.. 일반인이 모르는 로마군단식 전투기술 알려주기(원형광장에서 막시무스의 탁월한 지휘능력을 보라!)
● 대장금과 허준의 대박법칙.. 일반인이 모르는 궁중요리 알려주기, 허준에서 의녀 예진아씨의.. 매실이 특효약이라는 둥 하는 한방의료상식 알려주기.
이와 비교되는 무사의 쪽박공식은..
● 무사의 쪽박공식.. 아무런 지식도 알려주지 않기(횃불을 던져놓고 토성을 기어올라가는 시골기술은 안쳐줌.. 안성기의 활쏘기가 약간 돋보였으나 이 방면에 조예가 깊은 군사전문가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듯..)
기획영화를 만들면서 이정도의 기본적인, 초보적인.. 뻔할 뻔자의.. 대장금도 하고 허준도 해내는.. 엉터리지만 전문지식을 내세우는.. 개나 소나 다 하는 대박법칙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도무지 말도 안되는 것이다.(엎어놓고 곤장을 매우쳐야 한다)
물론 작품성은 강조되어야 한다. 두 말이 필요없다. 기획사가 너무 설치면 안된다. 헐리우드처럼 안된다. 해피엔딩에 집착해서 안된다. 그러나 이런 배부른 소리는.. 일단 흥행을 시켜놓고 난 다음에 할 소리다.
사실이지 헐리우드의 흥행법칙 중 하나인 지나친 가족주의의 강조, 람보식 애국주의의 강조는 정말이지 역겨운 것이다. 그러나 일단 흥행은 해놓고 난 다음에 할 배부른 소리다.
결론적으로.. 대박에는 공식이 있다. 그 기본에만 철저하면 흥행을 할 수 있다. 흥행이라는 첫번 째 단추를 풀면 작품성이라는 두번째 단추는 쉽다. 시드니 셀던의 10계명, 스필버그의 10계명을 충실히 따른다면 말이다.
그 정도 기본은 일단 해놓고 거기다가 작품성의 플러스 알파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먹는 .. 흥행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이른바 ‘웰 메이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그렇듯이.
정리하자.
● 대중의 기호는 변덕스러워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 흥행에는 기본공식이 있어서 몇가지 흥행코드만 찔러주면 흥행이 된다.
● 익숙한 시드니 셀던의 법칙, 스필버그의 법칙이 그 흥행코드가 된다.
● 한국의 쪽박영화들은 그러한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
● 그 기본은 감독이 아니라 기획사의 몫이다.
우리당과 참여정부의 문제는 감독(노무현)은 뛰어난데.. 기획(청와대, 연구소)이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저주받은 걸작’이 될 위험이 있다. 기획은 기본이므로 적어도 기본은 해놓고 큰 소리를 쳐야 한다.
‘지구를 지켜라’.. 참으로 아까운 영화이다. 돈은 40억이나 들여서 배우 잘못 뽑고.. 내러티브에서 몇 가지가 흥행코드에 어긋나고.. 결정적으로 포스터를 잘못 만들어서(포스터 만든넘은 패죽여야 함.. 혼자서 100만 관객을 도둑질했음) 흥행이 망했다.
이런 좋은 영화는 마땅히 300만 관객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노무현정부도 마찬가지다. 기획을 잘해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던져서 안되고 매사에 사전조율이 있어야 한다. 사안의 경중은 가려져야 한다. 업무의 우선순위는 결정되어야 한다. 명령전달체계가 잡혀야 한다. 의사소통이 원할해야 한다.
왼쪽에서는 정권재창출의 장기계획이 받쳐줘야 하고 오른쪽에서는 경제살리기의 단기대책이 조화를 맞춰주어야 한다. 가능하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차피 대중의 기호는 뻔한 것.. 유권자의 심리도 뻔한 것.. 몇가지 기본만 지키면 된다.
기획이 강조하는 바는 특히 역할분담이다. 역할분담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코드가 맞아야 한다. 그 안맞는 코드를 맞추어줄 사람이 기획통이다. 빛나는 오케스트라도 뛰어난 지휘자가 코드를 맞추어 주므로써 가능한 것이다.
참고로 덧붙이는 시드니 셀던의 법칙은?
(시드니셀던의 법칙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대중성에 천착하고 있는 미국문화 일반의 경향을 필자가 임의로 그렇게 이름지어 부르기로 하는 것임. 헐리우드의 방식이 옳다는 것이 것이 아니라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할 수 있지만 작품성을 위해 안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것은 다르다.)
● 시사의 은유적인 반영(우리나라 드라마 중에서 사극이 특히 현실정치와 간접연결됨.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은 현실정치를 비슷하게 따라가는 점이 있음. 특히 대장금=노무현임)
● 전문지식 찔러주기(동의보감, 대장금이 그러하듯 일반인이 모르는 의학지식 등 전문분야의 지식을 찔러줌. 그 중에는 가짜도 많음.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뭔가 한수를 배운듯 뿌듯해 하게되는 지적 허영심을 부추기는 수법.)
● 점입가경의 법칙(처음 작은 사건으로 시작되나 갈수록 사건의 규모가 커짐. 나중에는 정부기관이 등장하고 국제적으로 무대가 커짐. 결국은 슈퍼맨이 출동하게 됨. 작은 사건에서 시작해서 작은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한국영화 특유의 현실도피적인 지리멸렬주의, 특히 아줌마부대의 쿨하지 못한 신변잡기주의는 정말로 안좋음.)
● 치밀한 구성력(이중의 반전.. 독자들에게 사전에 틀린 정보를 주므로써 관객들의 예상이 빗나가도록 유도하기.. 한국영화가 특히 이 부분에 약함. 무턱대고 반전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틀린 정보를 밑밥으로 뿌려주는 수준에 도달해야 함. 그러나 최근에 많이 나아짐. 특히 올드보이)
● 다중인격의 주인공들(모든 주인공들은 두 얼굴의 사나이여야 함. 예컨대 우리나라 조폭영화가 뜨는 이유.. 조폭은 힘은 세지만 대신 머리가 나쁨. 이런 식으로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 모순된 인물의 캐릭터가 코미디의 코드. 유능한데 편집증.. 돈많은데 못생김.. 대단한데 성불구..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 이중적 인물이 주인공과 악역으로 설정되어야 함.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가 깡패인데 경찰이듯. 캐릭터영화의 힘이 여기서.)
그 외에 굳이 배울 필요는 없는 잡다한 것들로는..
● 명량소녀 성공기(과학의 발전과 문명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주의, 물질적 소유에 대한 동경심 부추기기. 아메리칸 드림.)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루기(신데렐라 콤플렉스.. 가난뱅이와 부자, 재벌과 창녀, 조폭과 공주처럼 현실에서 불가능한 만남 혹은 사랑이 영화에서 이루어짐. 안되면 귀신과 만나게 해서라도.. 현실성은 없지만 어차피 소설이니까.)
● 대중의 심리와 기호 및 문화를 반영(유행어 만들기, 무대리식의 말장난, 특히 엽기적인 그녀 등 인터넷소설의 한 특징)
● 성공과 몰락(박봉성식 재벌만화 신드롬. 벤처와 CEO를 등장시켜 성공콤플렉스를 자극함. 영화에서는 모든 사업이 어린애 장난처럼 손쉽게 성공함. 하는 일 마다 대박남.)
● 성취감 유발하기(허영만의 타짜가 도박을 설계하듯.. 사전에 설계된 구도대로 적을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림. 특히 여성들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업에 종사함. 무슨 일이든 머리를 잘 쓰면 불가능은 없다는 식.)
● 1인칭의 심리게임(주인공 1인에 촛점을 맞춤.. 추리극에서 천재 악역과의 천재 주인공의 일대 일 심리게임에 치중함.. 악역과 주인공을 무조건 천재로 설정한다는 것이 특징.)
● 출신성분의 고귀함을 강조(우리나라에는 없는 현상으로 특히 미국인의 계급적 열등감을 반영함.. 시드니 셀던의 주인공들은 영어를 써도 영국의 왕실영어를 쓰는 식.. 명품소비를 과시.. 상류사회 풍속을 소개..의도된 속물주의적 경향)
● 가족주의와 애국주의(정말이지 짜증나는 헐리우드의 뻔한 공식.. 헐리우드 영화는 지나치게 자국관객에 아부하므로써 창의력을 제한하게 되므로 앞으로 점점 쇠퇴하여 갈 것임.)
덧글.. 헐리우드식으로 대중성에 집착하여 유치뽕의 영화를 만들라는 주문이 아니라.. ‘혁명의 가면을 쓴 채 현실도피에나 몰두하는’ 한국의 작가들(의식과잉의 80년대 작가들이 문제)도 정신을 좀 차리고 기획에 신경 쓰라는 말임.. 요즘 잘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