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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들의 사고는 유책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먼저 원인제공한 사람이 독박을 써야 한다는 이상한 프레임을 걸고 있다. 개소리다. 누가 원인제공을 했든 관계가 파탄 났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미 엎어진 물이다. 관계를 회복할 방법은 없다. 격리하는 게 정답이다.


    진격의 거인에서 시간시나 장벽이 뚫렸으면 월마리아로 후퇴해야 한다. 오염된 외성은 포기해야 한다. 사죄를 요구하는 쪽은 원인제공자가 사죄를 하면 관계가 복원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건 초딩들 싸움이고 어른들 세계에 그런 게 어딨어? 무조건 나빠진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파탄상태이며 격리 외에는 답이 없다. 어떻게든 연결되면 피해자는 이차가해를 당한다. 사죄를 빌미로 계속 양쪽을 연결시키려는게 폭력이다. 잘못한 사람이 사죄하면 그걸 녹음해서 소송을 걸어온다. 그 때문에 관계 더욱 나빠진다.


    주변에서 옆구리를 찌르기 때문이다. 제 3자들이 끼어들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제 3자가 끼어들면 이미 오염되었다. 외성은 포기하고 내성으로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변호사만 그 일에 관여할 수 있다. 군중의 입방아에 오르면 무조건 내상을 입게 된다.


    내 문제로 여러 사람이 이런저런 의견을 내는 게 좋은 상황이냐? 돕는 사람도 있고 까는 사람도 있는데 돕는 사람이 9고, 까는 사람이 1이라면 그 1의 비수에 출혈을 입는다. 돕는 9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자연법칙과 싸울 텐가?


    파탄주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신뢰가 깨지면 적이다. 적대관계 상태에서 선의로 사과발언을 하면 약점을 잡힌다. 한동훈이든, 박철이든, 허웅이든, 민희진이든, 홍상수든 유책주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누가 원인제공한 것이 중요한가?


    현실적으로 관계가 파탄 났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파탄 나면 적이다. 적군한테 사과하는 군인은 지구에 없다. 적군한테 사과하면? 혼자 사과가 아니라 아군을 모두 끌어들이는 증폭이 된다. 민주당 국회의원 한 명이 사과하면 민주당 전체의 잘못이 되어버린다.


    유책주의 – 원인제공자가 사죄하고 둘이 다시 결합해서 잘 먹고 잘 살아라.

    파탄주의 – 누가 잘못했든 상관없고 일단 격리해라. 다시 얼굴 볼 일 없다.


    예컨대 부인이 혼인파탄의 원인제공을 했으면 자녀는 남편이 키워야 한다는 식의 사고가 유책주의다. 누가 원인제공을 했든 상관없이 결혼식의 맹세는 그런 리스크를 쌍방이 감수하는 것이고 아기는 잘 키울 사람이 데려가야 한다. 결혼서약의 의미가 그러하다.


    홍상수 – 깨진 유리를 가지고 무슨 짓을 해도 그것은 깨진 유리다.


    박철 – 누가 유리를 깼든 그것은 깨진 유리다. 책임전가는 불능이다. 결혼할 때부터 그런 리스크는 받아들이기로 쌍방이 맹세했다. 믿고 결혼했잖아? 로또가 꽝이라도 긁은 사람 책임이다. 


    민희진 – 누가 원인제공 했는지 따질 이유 없고 파탄이면 법대로 한다. 기차가 궤도에 올라섰다. 기계적으로 가는 것이다. 그거 모르면 사업은 하지 마라. 자본시장의 작동원리 몰라? 미디어는 그냥 리스크야.


    허웅 – 누가 원인제공을 했든 상관없고 주변인을 보면 관계 파탄을 알 수 있다. 동네가 청담동이라면 이야기 끝난 거지. 본인이 해당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텐프로 출입자가 있다면 더 할 말이 없다.


    손웅정 – 폭력행사는 주변의 제 3자가 끼어들 빌미를 제공하므로 무조건 관계가 파탄 난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족된 상황이다. 무조건 튀어야 한다. 학부모, 시민단체 등 제 3자가 개입한다. 당사자인 학생과 손웅정은 무조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둘 다 다친다. 학부모는 자기 자식 파괴하고 그래도 공익을 위해 총대를 맸다고 자위할 수 있다.


    유책주의는 가해자가 사죄하면 피해자가 용서해서 둘의 관계가 복원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관객 좋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거 없다. 그건 애들 세계이고 어른들 세계는 무조건 나빠진다. 제 3자가 간섭할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수습 문제다. 더 큰 사고를 막는 문제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는데 누가 먼저 잘못했느냐 따지다가 2차사고가 나는 것이다. 일단 대피해야 한다. 나는 피해자니까 대피하지 않겠다. 가해자가 나를 보호해야 한다. 이러다가 사망한다.


    일이 잘못되면 튀어야 산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격리해야 하며 다시는 얼굴 볼 일이 없다. 적대관계냐 아니냐를 확인하고 적대관계로 판명 나면 바로 라인을 끊어야 한다. 영원히 안 보는 게 정답이다. 추가적인 리스크의 발생을 막는 게 최선이다. 코로나19와 같다.


    관계복원은 포기하고 무조건 격리로 추가피해를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변호사 외에는 누구도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 쌍방이 선의를 갖고 있다는 온정주의적 태도가 문제다. 제 3자가 개입하면 무조건 악의로 돌변한다. 왜? 인간들이 흥분하기 때문이다.


    역사에도 흔하다. 아편전쟁을 중재해 준 러시아가 제일 큰 것을 뜯어간다. 침략한 영국은 오히려 중국의 차, 도자기, 비단이 홍수처럼 쏟아져서 무역적자로 거지 되고 열강의 침략을 말려준 러시아가 연해주 가져갔다. 이런 개 같은 중재를 봤나? 근데 그렇게 된다.


    외부의 제 3자에게 중재를 맡기면 일이 커지고 판돈이 올라가고 피해가 증가한다. 민희진이 미디어를 이용한 것은 외부의 제 3자를 끌어들여 일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살짝 금이 간 유리를 제 3자인 시청자가 봉합해 주시오 호소했다가 확실하게 깼다.


    정치인이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즉시 유권자와의 신뢰관계가 파탄 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과 국민의 관계는 파탄난 상태다. 이 상태에서 무슨 일을 하든 에너지는 증폭되고 에너지의 몰아주는 성질 때문에 결과는 더욱 나빠진다. 돌이킬 수 없다.


    바보 생각 – 내게는 반대파 6과 지지파 4가 있다. 지지파 4는 도와다오.

    구조 판단 – 찬반을 떠나 말이 많으면 일이 커지고 결과는 정해져 있다. 동원된 에너지는 51 대 49로 대결해서 1이라도 많은 쪽이 전부 가져간다. 지지파를 51로 못 만들 거면 무슨 짓을 해도 윤석열에게는 손해다. 그게 관계 파탄의 의미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김건희도 그렇고 한동훈도 그렇다. 언론을 타면 뭔가 수가 생기겠지 하지만 그럴수록 깔때기 밑으로 내려간다. 왜? 국민이 관심을 주면 관심을 준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노이즈 마케팅을 하면 짜증 난 국민들이 반드시 보복을 한다. 이건 백퍼센트 법칙이다.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침묵하면 한 번은 반전시킬 카드가 생긴다. 제 3자를 끌어들이면 된다. 웅변하면 이미 제 3자가 끼어들었고 이제 남은 카드는 없다. 상황을 반전시킬 그 어떤 묘책도 없다. 손을 타버렸기 때문이다. 때가 묻어서 오염이 된 것이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먼저 나서는 사람이 권리를 가진다. 노무현이 먼저 국민 편에 섰기 때문에 권리가 발생하여 대통령이 된 것이다. 누가 먼저 나서서 대박 낼 기회를 남겨두어야 한다. 노무현이 어려울 때는 유시민이 먼저 나서서 보사부 장관까지 잘 해먹었다.


    그런 여지를 남겨두려면 때를 타지 않아야 한다. 주변에 집적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후단협과 싸울 때 노무현은 혼자다. 그러므로 유시민이 먼저 나섰고 권리가 발생하여 노무현의 황태자가 된 것이다. 노무현이 혼자가 아니고 주변에 패거리가 잔뜩 있었다면?


    짜슥들이 한자리 해먹으려고 줄 섰구만. 이렇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유시민이 나서봤자 시민아! 너도 줄 섰냐? 이런다. 딱 한 번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딱 한 번 쓸 수 있게 놔둬야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일이 터졌을 때는 가급적 제 3자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유책주의란 제 3자가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어서 안달난 것이다. 끼어들 빌미를 만들려고 한다. 그것은 감동의 무대다. 가해자가 사과하고 피해자가 용서하고 제 3자는 감격하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그런 감동의 도가니는 영화에 있고 현실에 없다.


    아군이 아니면 적이다. 유리에 금이 갔으면 유리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 닭 한 마리가 감염되었다면 농장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 제 3자 개입을 차단하고 변호사를 통해서 한 번의 협상기회를 가져보고 안 되면 뒤도 안 보고 튀어야 하며 다시는 서로 만날 일 없다.


    유책주의 – 봉건 향촌사회에서 제 3자인 마을 영감들이 끼어들어 중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수습하는 관습. 근데 현대사회는 미디어 시청자가 마을 영감이다. 해결하기는 개뿔, 될 일도 민희진이 마이크 잡으면 엎어진다.


    파탄주의 – 실금이 갔을 때 조용히 변호사와 전문가를 동원해서 단 한 번의 수습기회가 있고 안되면 추가피해와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조치 외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없다. 무조건 튀어라.


    유책주의가 플러스 사고라면 파탄주의는 마이너스 사고다. 유책주의는 봉건 향촌사회와 같은 닫힌사회 안에서만 작동한다. 현대의 도시는 제 3자가 끼어들면 감정 상해서 무조건 망한다. 정치인들도 온정주의, 유책주의, 감성팔이 마인드를 버려야 선거 이긴다.


    유책주의 – 마을 원로들이 나서보자.

    파탄주의 – 추가피해 방지에 힘쓰자.


    유책주의로 가면 감성팔이 눈물쇼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 사람들이 흥분한다는게 문제다. 군중을 흥분하게 만들면 난폭해진다. 그 이후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게 된다. 흥분한 군중은 어떻게든 참관료를 뜯어낸다. 잔소리한 대가를 뜯어간다. 안주면 일 망친다.


    마녀사냥도 그렇다. 전통적인 방법대로 마을 신부님께 중재를 맡겼으면 아무 일 없이 그냥 넘어갔을 텐데 판결 잘하기로 유명한 순회판사를 불렀더니 구경꾼이 몰렸고 그걸로 게임은 끝났다. 제 3자는 무조건 일을 키우기 때문이다. 일만 명의 군중이 모였다면? 


    일만 명에게 하루 일당을 줘야 한다. 그것은 마녀의 죽음을 구경시켜 주는 것뿐이다. 윤석열도 같다. 광화문에 사람을 모으면 대가를 줘야 한다. 아군을 모으든 적군을 모으든 결과는 같다.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윤건훈 처단쇼를 구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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