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21 vote 0 2024.05.15 (12:20:34)

     할 말이 있었던 거다. 인간들 사는 꼬라지 보고 답답했을 것이다. 이것을 보면 저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것에 갇혀서 저것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인간은 역할에 갇히고, 관점에 갇히고, 언어에 갇히고, 본능에 갇힌다. 

   

    ###


    발자국을 보고 도둑이 다녀간 사실을 안다. 부분을 보고 전체를 안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으면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은 직관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무의식적으로 직관을 사용할 뿐 의식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깨달음은 직관의 각성이다.


    숨바꼭질하는 꼬마는 머리만 감추면 아빠가 찾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모른다. 술래가 단서를 잡고 추론하는 전략에 대비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추론을 경험하고 전율하면 직관이 격발된다. 꼬마가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것을 보고 저것을 안다. 이것과 저것의 연결고리를 알면 직관할 수 있다.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알면 추론할 수 있다. 이것과 저것을 통일하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에 에너지를 태우면 변화의 방향과 순서를 결정하는 시스템의 완전성이 드러난다.


   ###


    우리는 객석에 앉은 관객이다. 보이는 것은 보지만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한다. 무대 뒤의 연출자를 보지 못한다. 복제본 입장에서 사유할 뿐 원본의 입장을 사유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하나 둘씩 단위로 존재한다. 그것은 전시된 것이다. 전시하는 자를 봐야 한다. 과일은 하나씩 매달려 있지만 그것을 매다는 것은 단위가 없고 대신 밸런스가 있다.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있다. 우리는 받는 사람 포지션에서 맞은 편을 보지 못한다. 자연이 부르면 인간은 응답한다. 인간은 응답자의 위치를 지키며 호출자를 보지 못한다. 자연이 간섭하면 인간은 방어한다. 인간은 방어자 언어에 갇혀 진리를 보지 못한다. 언어를 바꾸고 보는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원본의 입장을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능동적으로 보려면 매개가 필요하다. 인간은 내부에서 자발적 변화를 조직하지 못한다. 자체 엔진이 없다. 지식의 매개를 외부 환경에서 조달하므로 본질을 보지 못한다.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보지 못한다. 다가오는 것만 볼 수 있고 쳐들어가서 보지 못한다. 다가오면 본의 아니게 맞서게 된다. 상대를 부정하게 된다. 포지션의 함정에 갇혀버린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477 끽다거 김동렬* 2012-10-21 9050
2476 김기덕 감독 image 김동렬* 2012-10-21 8002
2475 약한 고리의 힘 김동렬* 2012-10-21 8938
2474 영성과 이성 image 김동렬* 2012-10-21 8944
2473 달이 뜨다 김동렬* 2012-10-21 8611
2472 삼성의 소행, 성공한 도둑질인가? image 김동렬* 2012-10-21 8659
2471 SM, YG, JYP image 김동렬* 2012-10-21 9097
2470 관계로 세상을 바꾼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192
2469 구조로 본 관성의 법칙 image 김동렬* 2012-10-21 9093
2468 구조론은 선택게임이다. 김동렬* 2012-10-21 8773
2467 구조로 본 블레이크와 볼트 김동렬* 2012-10-21 9039
2466 구조론으로 본 홍명보축구 image 김동렬* 2012-10-21 8406
2465 다섯가지 깨달음 image 김동렬* 2012-10-21 8745
2464 여자가 잘해야 나라가 산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778
2463 방향성이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2-10-21 8022
2462 존재규정의 문제 image 김동렬* 2012-10-21 8030
2461 개는 불성이 없다. image 김동렬* 2012-10-21 9078
2460 진화는 예측된다. 김동렬* 2012-10-21 8500
2459 진보의 반대는 반동? 퇴보? 김동렬* 2012-10-21 9257
2458 구조론적 사고의 출발점 김동렬* 2012-10-21 7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