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14 vote 0 2024.05.12 (14:35:21)

    검색은 엔진이 있는데 생각은 엔진이 없다. 검색은 알고리즘이 있는데 생각은 알고리즘이 없다. 전쟁은 전략이 있는데 생각은 전략이 없다. 바둑은 포석이 있는데 생각은 포석이 없다. 수학은 공식이 있는데 생각은 공식이 없다. 일은 도구를 사용하는데 생각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집배원은 주소를 보고 빠른 길을 찾는데 생각은 그냥 머리를 쥐어짠다.


    개는 배회법으로 길을 찾는다. 마구잡이로 가다가 냄새가 끊어지면 방향을 바꾼다. 이 방법은 성공 확률을 높인다. 인간은 그냥 점을 친다. 미로를 찾는 생쥐는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간다. 인간은 길이 막히면 엄마를 쳐다본다. 인간도 나름의 기술은 있다. 인간은 피아를 구분하고 무조건 상대가 가는 방향의 반대로 간다. 정치판의 프레임 걸기 기술이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 생각은 자연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복제해야 한다. 자연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에너지는 차원이다. 차원은 매개의 집적이다. 생각은 매개를 사용해야 한다. 자연은 유체로 강체를 통제하고 인간은 집단이 개인을 통제한다. 자연은 동력을 쓰고 인간은 권력을 쓴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집단의 권력에 문제를 떠넘긴다.


    ###


    사람들이 생각할 줄 모른다. 도구를 써서 체계적으로 사유하지 못한다. 사유의 출발점을 찍고, 에너지를 태우고,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자발적인 사유를 못한다. 세상을 향해 쳐들어가지 못하고 이것에서 저것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것과 저것의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방어적 사고다. 방어는 연결고리가 필요 없다. 내가 가만있어도 적군이 다가와서 연결해 준다. 에너지는 필요 없다. 적군의 힘을 역이용하면 된다. 기생충은 숙주의 에너지를 빼먹으면 된다. 자체 동력이 없는 생각은 한계가 있다. 마차와 자동차를 구분할 줄은 아는데 운전하지 못한다.


    방어적 사고를 하므로 프레임에 갇혀서 집단에 예속되고 환경에 종속된다. 수평에서 교착될 뿐 수직으로 타개하지 못한다. 적을 물리치고 원위치로 돌아올 뿐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주는 팽창하고, 생명은 진화하고, 문명은 진보하는데 인간의 사유는 3천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내팀내'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확률적으로 나타나는데 에너지 총량이 부족하여 팀의 뎁스가 두껍지 않다. 강팀은 유망주를 키워서 문제를 해결하지만 약팀은 결국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귀신같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 스토브리그에 유명 선수를 데려오지만 문제가 발생하고 유망주를 팔아먹었기 때문에 해결책은 없다. 팀은 문제의 발생을 불운의 탓으로 돌리고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객체 중심, 단위 중심, 원소 중심의 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저것을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고 이것은 이것대로 저것은 저것대로 생각한다. FTA 영입과 유망주 손실을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평면적인 사고를 할 뿐 입체적인 사고를 못한다. 단편적인 사고를 할 뿐 에너지 총량 위주의 사고를 못한다. 아예 생각 자체를 못한다. 전략이 없고 사유의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함정에 빠지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며 조금이나마 생각을 한다. 강대국은 언제나 라이벌과 동맹국이 있다. 경쟁하며 교대로 함정에 빠지고 구해준다. 유럽은 경쟁구도가 유지되는데 중국은 경쟁자가 없고 동맹국도 없어서 생각하기를 잊어버렸다. 경쟁자 없이 자체 엔진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유의 전략이 필요하다. 특별한 도구와 방법이 아니면 안 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577 나폴레옹은 누구인가? 김동렬 2023-12-17 1871
6576 간섭 김동렬 2024-01-28 1873
6575 엔트로피 2 김동렬 2023-02-20 1877
6574 인생의 전부 김동렬 2023-01-24 1879
6573 삼국사기 초기 기록의 신뢰성 문제 김동렬 2023-07-28 1879
6572 구조주의 진화론 김동렬 2023-10-24 1879
6571 진리의 기쁨 김동렬 2022-05-02 1881
6570 허세의 종말 3 김동렬 2023-11-21 1882
6569 한국인들에게 고함 1 김동렬 2023-11-22 1887
6568 구조론의 균형감각 김동렬 2022-05-25 1892
6567 진리의 문 김동렬 2023-03-04 1897
6566 철학의 탄생 김동렬 2022-03-26 1898
6565 다윈의 실패 image 김동렬 2023-02-15 1898
6564 이것과 저것 1 김동렬 2024-01-26 1899
6563 의미론 김동렬 2023-10-21 1908
6562 구조문제 김동렬 2023-02-08 1909
6561 생각을 하는 방법 김동렬 2023-02-02 1911
6560 초심자를 위한 구조론 3 image 김동렬 2022-05-22 1912
6559 인간의 한계 김동렬 2023-07-24 1912
6558 민주주의를 직시하자 김동렬 2023-08-14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