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다.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 함께 가는 한 걸음이 낫다는 사실을. 국민이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한국인들은 개인숭배에 빠져 있다. 개인의 역량과 재능에 대한 환상이 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게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야 한다. 당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다들 개인을 비교한다. 한동훈이냐, 이재명이냐? 인기투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화장해 주는 기레기가 권력을 장악한다. 역겹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이연걸이 주연으로 나온 장예모 영화 ‘영웅.’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무수한 희생과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진시황을 처단하려고 하는 찰나. 진시황 왈.. "형가야!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알고 보면 천하는 내 것이란다." 형가 왈.. "엥? 천하가 네 것이라고. 아 몰랐다. 미안하다. 나는 또 천하가 천하의 것인 줄 알았지. 내가 착각했어. 나를 죽여라. 시황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러고 형가를 도와준 만인을 단숨에 바보 만들어버리는 거. 손에 땀을 쥐고 영화 본 관객들을 단숨에 바보 만들어버려. 기초부터 하나하나 빌드업을 하다가 골대 앞까지 다 와서 아! 이 골대가 아니었어. 하고 반대편에 패스해 버려. 그날 이후 장예모는 다시는 인간 행세를 못 하고 있다. 인간이 짐승으로 추락할 수는 있어도 다시 인간으로 올라서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팀이 아니고서는. 이언주는 팀이 손을 내밀어 구해준 거.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안의 색계. 수많은 동지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마침내 역적을 처단하려는 찰나. 친일파 .. "탕웨이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진정한 사랑은 목숨도 버리고 나라도 버리는 거란다. 너를 버려. 그게 사랑이야." 탕웨이.. "난 진정한 사랑을 할 테야. 날 죽이고 중국도 먹어. 다 가져가." 개인이 팀을 배반하는 행동을 찬양하다니. 그날 이후 이안은 지구에서 사라졌다. 인간실격 선언. 인간이 짐승으로 추락할 수는 있어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 왜냐하면 팀플레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원맨쇼 하는 자는 구해주고 싶어도 구해줄 수 없다. 무균질 박찬종은 한 방에 갔다. 팀을 부정하므로 구덩이에 빠져도 구해줄 동료가 없다. 장기표는 스스로 갔다. 그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는 진짜 부정부패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의 낡은 양복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동료도 모르고, 의리도 모르고, 정치도 모르는 그냥 바보였다. 한 인간이 국가를, 시스템을, 정당을 갖고 놀려고 하면 그게 김진표지 인간이겠는가? 한국인들은 한 개인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 히어로 영화는 그래도 되지만. 근데 한 인간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면 나쁜 쪽으로만 가능하다는 구조론의 마이너스 법칙. 좋은 쪽으로 좌지우지하는 방법은 없지만 나쁜 쪽으로는 가능. 나사 하나를 빼서 잘 달리는 기차를 탈선시킬 수는 있어도 나사 하나만 가지고 기차를 달리게 할 수는 없어. 나사 하나를 고장 내서 우주왕복선을 폭파시킬 수는 있어도 나사 하나로 우주왕복선을 날릴 수는 없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혼자 하는 일은 뭘 하든 나쁜 쪽으로만 가능해. 윤석열 혼자 나라를 살릴 수는 없지만, 혼자 나라를 망칠 수는 있어. 나라를 구하는건 팀이지 개인이 아니야. 왜 인간이 의리를 버리고, 동료를 버리고, 시스템을 버리고, 소통을 포기하고, 개인기에 집착하고 그런 것에 쾌감을 느끼는가? 방시혁, 민희진 충돌도 마찬가지. 신의가 깨지는 순간 목에 칼이 들어가는 거. 방시혁과 민희진의 신의가 훼손되었다는게 문제의 본질. 근데 신의가 훼손된 것은 쌍방의 책임이므로 그게 절대 자랑이 아니거든. 오타니는 사람 믿다가 바보 되었지만, 그것도 자랑은 아냐. 난 정치를 몰라, 난 사회를 몰라, 난 시스템을 몰라, 난 자본주의를 몰라, 난 나 개인의 재능만 있어. 이럴 거면 사장하면 안 됨. 누가 사장하랬냐고? 사장은 책임지는 자리. 아몰랑은 변명이 안 되는 거. 성격 더러우면 사장하면 안 됨.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 함께 가는 한 걸음. 동료와 보조를 못 맞추겠으면 속도를 줄이는게 방법. 양현종은 감독을 범호형이라고 불러. 그런게 우리가 원하는 그림. 우리가 도박꾼의 마음을 버려야 하는 거. 기초부터 하나씩 빌드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세상의 기초는 신의라는 것. 신의가 틀어진 순간 하늘이 무너진 것. 신의는 쌍방의 무한책임이므로 남 탓이 불가능한 것. 장이와 진여의 문경지교는 파탄 났지. 누구를 욕할 수 없어. 진여가 대장군 인수를 내동댕이쳤을 때 장이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누가 충고했어. 하늘이 주는 것은 받아야 합니다. 주는 것을 안 받으면 재앙이 있을 겁니다. 그 말에 홀려서 대장군 인수를 챙겼는데 20년 우정이 그걸로 끝. 유비와 관우와 장비가 서로 비난한다면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