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원래 화가였다. 그는 시를 쓰지 않고 그렸다. 이상의 오감도는 해석하지 않고 그냥 시각적인 느낌을 보는게 좋지만 해석할만한 지점도 더러 있다. “매일같이 열풍이 불더니 드디어 내 허리에 큼직한 손이 와 닿는다. 황홀한 지문 골짜기로 내 땀내가 스며들자마자 쏘아라. 쏘이리로다. 나는 내 소화기관에 묵직한 총신을 느끼고 내다 물은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를 느낀다. 그리더니 나는 총 쏘으드키 눈을 감으며 한 방 총탄 대신에 나는 참 나의 입으로 무엇을 내어 뱉었더냐.”[시제9호] 오감도의 시제 9호는 자위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항문성교를 묘사한 내용이라는 말도 있다. 폐결핵 환자의 각혈로 보는게 보통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점잖은 사람이다. 보통사람은 즉시 자위행위를 떠올린다. 이중적 의미를 부여해놓고 관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며 낄낄거리는 것이다.
시제 5호의 침수된 축사는 폐병을 앓는 자신의 허파를 그린 것이다. 자궁을 가리킬 수도 있다. 항문일 수도 있다.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묘미가 있다. 오감도를 관통하는 코드는 상대성 혹은 거울이다. 이상의 시를 상대성이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거울은 이상의 글에 반복적으로 나온다. 무서운 아해를 거울에 비추면? 무서워 하는 아해가 된다. 무서운 아해에 상대성을 적용하면? 무서워 하는 아해가 된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지만 거울에 비추면 반대편을 가리키므로 뚫린 길이 된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만 상대성 이론을 적용하면 13인의 아해는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였다. 이러다 양자역학까지 가면 안 된다. 양자역학은 그 시대에 없었다.
제 1의 아해와 제 2의 아해 ~ 13인의 이해는 거울의 무한반사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하여간 구조론은 밸런스를 다루는 이론이고 거울은 대칭이며 대칭은 밸런스다. 이상은 타고난 구조론적 감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오감도의 많은 지점에서 대칭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대편에서 바라보기. 비틀어보기. 이상의 시를 이해하는 본질은 작가와 독자 간의 권력충돌이다. 시인은 독자를 위해 서비스해야 한다. 시인은 하인이고 독자가 왕이다. 원래 시라는 것은 궁정의 어용시인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모든 시는 아첨하는 시다. 이백이 양귀비를 찬양하는 시를 지은 것과 같다. 이 방면으로 특출한 사람이 롱펠로우다.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는 인류에 대한 아첨이다. 시는 딱 이렇게 쓰렸다. 아첨해야 시다. 하고 도장을 쾅 박아버린 사람이다. 그의 명령에 충실하게 아첨한 사람은 말당 서정주와 이문열이다. 전두환의 조국찬가와 비슷하다. 전두환이 조국혁신당에 투표한게 아니다. 전두환이 뜬금없이 조국을 찬양한 이유는 사실 자기 대머리를 찬양한 것이다. 그는 일해재단을 만들었는데 일해는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다. 전두환의 휘황찬란한 대머리가 한동훈의 가발을 녹여버린다는 암시다. 나름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하여간 롱펠로우는 애드거 앨런 포우에게 허벌나게 털렸는데 -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된 마냥 - 포우의 시 갈가마귀가 유명하다. 갈가마귀 느낌이 이상의 오감도와 유사한 점이 포인트다.
그저 방문객일 뿐, 아무 것도 아니다. 작가에게 권력이 있는가 아니면 독자에게 권력이 있는가? 이것이 이상이 낸 문제다. 인상주의와 유사하다. 그림시장에 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전에는 돈 내는 사람이 그림의 주인이었다. 돈 내는 사람은 귀족이고 귀족은 화려한 것을 좋아하므로 로코코 양식이 유행했던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로코코 양식은 단번에 짓밟혀서 똥이 되었다. 음악은 베토벤에 의해 작가가 주인이 되었다. 왜? 악보를 출판했기 때문이다.그 전에는 왕이 음악의 주인이고 악사는 궁정에 출입하며 왕이 시키는대로 연주해야 했다. 작곡가의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베토벤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인상주의가 등장한 후 권력은 작가에게 넘어갔다. 미술상이나 고객은 뭣도 아니게 되었다. 이상을 이해하는 본질은 이 게임에 누가 승자냐다. 권력은 작가에게 있다.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이상의 시를 해석할 자격이 없다. 이상의 일갈.. 당신이 내 작품을 읽고 화가 났다면 당신은 내게 갑질하려는 마음을 들킨 것이다. 제 발이 저린 것이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딴은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오감도 연재를 마치며 작가의 말 마지막 부분.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다들 이상이 미쳤다고 하니까 그래 내가 미쳤다고 응수한 것이다 미쳤다는게 뭘까? 하인이 상전노릇 하면 미친 거다. 누가 하인이고 누가 상전인가? 작가가 상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