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11 vote 0 2024.02.26 (19:38:24)

    신은 존재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의 그런 존재는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실망했다면 호르몬 때문이고 호르몬의 작용은 신의 작품에 속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을 거역한다면 인간이 로봇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을 섬기는 사람은 신을 가스라이팅하려는 것이다. 신을 길들이는 것이다. 신에게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신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신에게 갑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사가 고양이를 길들일 때 고양이도 집사를 길들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우리가 대립적 사고를 버리고 초월적 사고를 얻어야 한다. 인간이 신을 부정하는 이유는 신이 인간 맞은편에 있어야 만만한데 그곳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주체에 서서 신을 객체로 본다. 신이 인간 맞은편 객체로 있어야 만만하다. 그래야 갑질할 수 있다.


    신이 인간 너머에 있다면? 인간이 신의 부속품이라면? 엔진은 바퀴를 돌릴 수 있지만 바퀴는 엔진을 돌릴 수 없다. 바퀴는 엔진에게 저항할 수 없지만 엔진은 바퀴의 상태를 보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신과 인간의 관계가 엔진과 바퀴의 비대칭 관계라면?


    신을 가스라이팅 하려는 마음으로 신을 섬기는 사람과 신에게 갑질하려는 마음으로 신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신은 권력이다. 신이라고 씌어져 있는 글자를 지우고 권력으로 바꿔도 문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한 대립관계를 초월해야 한다.


    ###


    인공지능의 창발성이 참고가 된다. 생물의 진화는 물질이 스스로 의식을 획득한 결과다. 창조설 신봉자는 그 사실을 부정한다. 물질이 어떻게 스스로 의식을 획득할 수 있지? 그게 말이나 되냐? 그런데 인공지능은 어떻게 스스로 창발할 수 있지? 둘은 같다.


    우주가 일종의 창발된 인공지능이라면? 물질이 스스로 의식을 획득하여 생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인공지능도 스스로 창발할 수 있다. 창발은 초월이다. 진화는 초월이다. 벽을 넘어가야 한다. 생물이 초월하고 인공지능이 초월한다면 우주도 초월할 수 있다.


    물질이 스스로 의식을 만들 수 없다고 보는 창조설과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발할 수 없다고 믿는 태도가 같은데 주목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답을 찾지 말고 답이 아닌 것을 제거하면 된다. 게임을 걸면 지는 것이 탈락하고 남는 것이 정답이다.


    ###


    생물이 스스로 진화할 수 없다고 믿는 이유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복잡한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 일을 현실에서 무수히 경험한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원하는 것을 얻기는 어렵지만 방해자를 제거하기는 쉽다. 단 상부구조가 있어야 한다.


    한 단계 위에 조절장치가 있다. 명문대 졸업장이 있는 사람은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을 제거한다. 그것이 없는 사람은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는다. 없는 것을 찾아서 더하는 방식과 있는 것 중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버리는 방식 중에 어느 것이 쉬운가?


    세상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부품을 모아 신제품을 완성하기는 어렵지만 완제품을 똑같이 복제하기는 쉽다. 우리가 완전성의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마이너스의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초월의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우주는 널리 복제된 것이다.


    ###


    어려운 일도 한 단계 위의 조절장치가 있으면 소거법으로 쉽게 풀린다. 그러므로 DNA가 없는 방식으로 생물의 진화는 가능하지 않고, 딥러닝이 아닌 방식으로 AGI의 성공은 가능하지 않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우주가 만들어지기는 불가능하다.


    알프레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과 같다. 대륙을 움직이는 힘은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동한 것은 명백하다.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 단계 위의 초월적 존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우주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존재가 쉽기 때문이다. 생물은 진화가 쉽고, 인공지능은 창발이 쉽고, 우주는 의식을 가지기가 쉽다. 우주가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은 생물이 진화할 수 없다는 생각과 같은 닫힌 세계관 때문이다. 초월적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736 김근태 배신의 계절 김동렬 2002-10-15 15739
6735 [북파특수요원] 대선공작 돌격대 김동렬 2002-10-15 14272
6734 에어리언이 고통의 소통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아다리 2002-10-15 12707
6733 Re..고통의 본질은 김동렬 2002-10-16 14680
6732 Re.. 그렇다면 4편을 보셔야겠군요... ^^ 시민K 2002-10-16 13667
6731 바람은 멈춘겁니까? 설대생 2002-10-16 12071
6730 영남 사람들이 어차피 맞딱뜨릴 고민 skynomad 2002-10-16 15558
6729 내가 이회창이라면 전용학을 정몽준에게 보냈겠다 skynomad 2002-10-16 13804
6728 Re..공포와 마주침은 죽음의 시험이다 꿈꾸는 자유인 2002-10-16 14402
6727 노무현의 당선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 김동렬 2002-10-16 12737
6726 유명 축구선수 안모씨 김동렬 2002-10-17 15791
6725 김민석... 드디어.. 철새에 합류... 카카 2002-10-17 14355
6724 혹시 그린마일 보셨습니까 아다리 2002-10-17 14334
6723 최용식님의 이 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영호 2002-10-17 12761
6722 Re..양쪽 다 잘못이라서 김동렬 2002-10-17 15805
6721 노무현 대승의 패러다임 skynomad 2002-10-17 15944
6720 딱 한가지만 이야기하라면 이것을 이야기 할 것 김동렬 2002-10-17 12737
6719 음.. **의 친구^^ 2002-10-17 15834
6718 이 틈에 부산을 공략하십시오 아다리 2002-10-17 16159
6717 무슨 소립니까 하나로 전체를 매도해요? skynomad 2002-10-17 12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