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26 vote 0 2024.02.19 (10:57:42)

    세상은 구조다. 구조는 만남이다. 만남은 내부를 만든다. 구조는 내부에 있는데 인간은 외부를 본다. 깨달음은 내부를 보는 눈이다. 에너지는 내부를 가리키는데 원자론은 내부를 부정한다. 외부를 보는 사고에서 내부를 보는 사고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명은 만남이고 야만은 배척이다. 진보는 만나려고 하고 보수는 배척하려고 한다. 인간은 만나고 짐승은 배척한다. 근대는 만남이고 봉건은 배척이다. 문명과 야만, 진보와 보수, 근대와 봉건, 인간과 짐승은 서로 공존할 수 없고, 대화할 수 없고, 떨어질 수도 없다.


    알맹이는 껍질을 부정하므로 알맹이가 되고, 껍질은 알맹이를 붙잡고 놓치지 않으므로 껍질이 된다. 진보는 보수 덕에 살지만 보수를 부정해야 살고, 보수는 진보를 빼먹지만 진보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 진보만 있으면 서서히 말라죽고, 보수만 있으면 쭉정이다.


    ###


    권력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협력하여 권력을 생성하는 것이고 하나는 배반하여 이득을 빼먹는 것이다. 협력하면 권력이 발생하지만 그 권력은 당장 내 것이 아니다. 배반하면 권력이 내 것이 되지만 권력 자체가 깨진다.


    부부가 협력하면 부모의 권력이 생기지만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다. 배반하면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만 이혼당한다. 이것이 존재의 본질적인 딜레마다. 먼저 협력하여 권력을 만들고 이득과 바꿀 때는 적절히 조절하여 선을 지켜야 한다.


    진보는 권력을 만드는 기술이고 보수는 그 권력을 빼먹는 기술이다. 진보는 권력을 만들지만 보수에게 뺏긴다. 보수는 권력을 빼앗지만 권력 자체가 소멸한다. 역사 이래 끝없이 되풀이된, 앞으로도 반복될 권력과 이념의 방정식이다.  


    ###


    두 사람이 만나 협력하면 내부가 만들어진다. 내부가 권력이다. 인간은 권력이 작동하는 집단의 중심부로 들어가려고 한다.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을 장악하려고 다투다가 집단이 깨진다.


    문명, 진보, 근대는 협력하여 권력을 만들고 야만, 보수, 봉건은 배반하여 상대를 이겨먹으려고 한다. 협력과 배반, 생산자와 소비자의 모순과 균형과 방향성은 존재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진보와 보수가 섞일 수 없는 것은 모순이다. 둘 중에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면 안 되는 것이 균형이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진보가 앞서고 보수가 따라가야 하는 것이 방향성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0873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8940
6764 마동석의 성공 방정식 김동렬 2024-05-05 1470
6763 세상에 안 미친 개는 없다 3 김동렬 2024-05-23 1480
6762 인간의 고통 김동렬 2023-11-28 1485
6761 인간의 충격 김동렬 2023-11-26 1493
6760 조국당이 이기는 이유 1 김동렬 2024-04-03 1493
6759 메타영역 김동렬 2024-04-12 1493
6758 한국 정치의 비밀 김동렬 2024-04-01 1498
6757 클린스만 잘한다 김동렬 2023-11-23 1500
6756 외왕내제의 진실 김동렬 2024-02-21 1500
6755 존재는 도구다 김동렬 2024-02-01 1502
6754 옥새파동이 무슨 상관? 1 김동렬 2024-03-19 1503
6753 이찬종 알파독이론과 강형욱 카밍시그널 2 김동렬 2024-05-19 1505
6752 공자 김동렬 2024-04-23 1509
6751 소크라테스 김동렬 2024-02-22 1516
6750 유권자의 갑질 김동렬 2024-02-26 1519
6749 양면전쟁과 예방전쟁 김동렬 2024-03-02 1526
6748 직관 논리 믿음 김동렬 2024-03-29 1531
6747 현대인의 비가역적 뇌손상 김동렬 2024-05-29 1534
6746 테크노 낙관주의 비판 1 김동렬 2023-11-24 1535
6745 동양은 신이 없다. 김동렬 2024-04-11 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