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호의 진로” ‘자유주의는 반도국가의 숙명이다.’ 유시민의 ‘큰 틀에서의 방향제시’에 공감한다. 여러 부분에서 필자가 노상 말해온 바와 일치하고 있다. 낱낱이 따지고 들면 각론의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다 수렴될 수 있고, 조정될 수 있다고 본다. 유시민은 대화가 가능하고 협상이 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적어도 열려있는 사람이다. 나는 유시민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는 인간 유시민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목소리도 호감가는 목소리는 아니고, 얼굴도 내 기준으로는 뭐 잘 생겼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만큼 정감이 가는 인상은 아니다. 하긴 링컨도 젊었을 때는 인상이 사나웠는데, 나이를 먹고 수염을 길러서 상당히 부드러워졌다고 하더라만. 유시민이 대선에서 페이스메이커 노릇만 해도 되고, 총선에서 바람잡이만 해도 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유시민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전략은 유시민을 놓고 고민하는 형태로 될 수 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여야 각당은 의도하지 않게 유시민 띄우기를 하게 된다. 그들은 유시민 죽이기나 혹은 유시민을 고리로 상대편에 대한 이간질을 시도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시민이 뜨게 된다. 모든 사건이 유시민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유시민을 중심으로 끝난다. 필자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는 거다. 오직 유시민만이 유일하게 선거판을 달굴 수 있는, 젊은 층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거판을 흥행시킬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도 아군도 일단 유시민의 묵직한 존재감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내가 강조하는 것은 여러 지점에서 일치한다는 거다. 나의 정치적 견해가 유시민과 다수 일치할 뿐만 아니라, 21세기라는 시대흐름과 상당히 일치할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근간의 국내외 정세와 절묘하게 일치할 뿐 아니라, 젊은 자유주의 세력 다수의 기호와도 대거 일치한다. 나는 유시민 포지션의 그 절묘한 일치가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시민의 여러 견해가 유시민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유시민 세력 전반의 에너지 흐름에 유시민이 눈치껏 편승했다고 본다. 유시민의 등장 이전에 유시민 세력이 세팅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21세기의 시대정신을 읽은 것이며 그것은 충분한 독서와, 사색과, 고뇌와, 토론에 의해 얻어졌다고 본다. 그 점에서 그는 열려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소통이 된다. 열린우리당 해체 후 친노세력은 그야말로 폐족의 위기에 몰렸으나 기적처럼 부활했다. 그런데 그 혜택은 친노세력 중에도 유시민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그것이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천만에! 유시민이 일찌감치 투자해 놓은 것이 이제 수확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대의 흐름을 탄 것이다. 이러한 유시민의 절묘한 처세는 처세술로는 절대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우직한 고집이 역설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정동영이나 엄기영처럼 눈치를 보며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해서는 반대로 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지만 우직하게 고집을 부려야 절묘한 행운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명박처럼 명박산성 쌓고 꽉 막혀 있어도 그러한 행운은 얻을 수 없다. 이명박은 UAE와 원전계약하면 일본에서 원전사고 터지고, 상득이 보내서 카다피 만나면 카다피 박살나는 식으로 재수 옴 붙어서 사사건건 불운인, 그야말로 마가 낀 사람이다. 747 떠들자 바로 세계 경제위기 터지는 등 촛불항쟁 이후 이명박의 거듭되는 불운 역시 이명박이 꾸준히 악의 씨앗을 뿌려놓은 것이 이제사 터져나오는 것이다. 다 이유있는 업보다. ### 유시민은 열려 있는 사람이다. 역사의 에너지 흐름을 읽고 그 에너지 흐름을 타는 사람이다. 파도를 읽고 그 파도 위에 올라타는 서퍼처럼 말이다. 서퍼가 파도 위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듯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을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어중간하게 중간에 끼어서 맹탕이 되지도 않는다. 파도를 타고 역사의 거친 파도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할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정치노선인 자유주의 노선이 그렇다.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중러미일 4강에 끼여 있다.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된다. 지금 유시민은 막강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끼어 있다. 역시 잘못되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다. 오른쪽에서는 조중동이 치고, 왼쪽에서는 오마이, 프레시안, 경향, 한겨레가 때린다. 왼쪽과 오른쪽의 극단주의 세력에 끼어 있는 유시민의 포지셔닝이 중러미일 사강에 끼어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구조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거다. 고래싸움에 끼어든 새우는 당연히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역설의 정치를 구사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사이에 끼어든 반도국가는 자유주의 노선을 걸어야 한다. 어느 한 쪽에 빌붙다가는 총알받이 신세된다. 이승만은 미국을 위해, 자본주의 진영을 위해 용병노릇을 자처하며 공산진영과 싸우려 했고 김일성 역시 공산진영을 위해 한민족을 총알받이로 만들려고 했다. 외부의 강자를 끌어들여 우리 한민족을 희생시키려 한 것이다. 고래싸움에 뛰어든 새우짓을 한 것이다. 그 결과는 동포의 죽음 뿐이다. 왜 자유주의인가? 역사적으로 반도국가는 항상 그러했다. 반도국가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끼어서 양쪽의 힘을 모두 이용해야 하므로, 어느 한 쪽에 올인하지 말고 시계추처럼 절묘한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미일 쪽에 붙든 중러 쪽에 붙든 어느 한 쪽에 붙으면 반드시 한반도에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 왜 자유주의가 뜨는가? 한국인의 생존본능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어 이 노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일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북한과도 감상적 태도에 빠지지 말고 냉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친일이든 친북이든 환상은 곤란하다. 어느 쪽에도 끌려가지 말고 우리가 주도하면서 상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햇볕을 해도 끌려가는 햇볕이 아니라 끌고가는 햇볕이어야 한다. 당연하다. 자유주의는 좌파도 아니고, 수구도 아니며,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며,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머리의 역할이다. 한반도는 지구촌 인류호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 왼쪽이나 오른쪽에 가담하여 수족으로 기능하겠다는 것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손발이 되겠다는 거다. 우리는 대륙의 거친 바람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해양세력의 치고빠지기에 이용당하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을 계승하여 그 모든 것을 제어하는 키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지형은 항해하는 배의 키를 닮았다. 나는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거함의 키라고 생각한다. 키는 타(舵), 타는 방향타다. 운명적으로 한반도가 인류의 나아갈 진로를 결정하는 방향타가 된다. 왜냐하면 유럽은 분열되어 힘이 없고, 미국은 거리가 멀어서 중국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중국인과 일본인을 우습게 아는 민족은 한국인 밖에 없으며, 미국인은 결코 일본인과 중국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인의 꽌시나 일본인의 이중행동은 오직 한국인만 꿰뚫어볼 수 있다. 일본은 영어가 안 되고 미국은 한자가 안 된다. 서구인에게 한자는 글자가 아니라 기호로 보인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만이 역할할 수 있다. 자유주의란 간단히 모든 것을 일본식 메뉴얼로 정해놓지 말고 한국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을 활용하는 거다. 고려공사 3일이라고 해서 한국은 옛부터 의사결정이 빨랐다. 결정도 빠르고 결정을 뒤집는것도 빠르다. 반면 중국은 만만디라 의사결정도 느리고,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지도 못한다. 바꾸려면 50여 소수민족과 협상해야 하는데 그게 될 리가 있나? 중국은 50년간 계획을 세우고 백년간 밀어붙이는 나라다. 민주화도 5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일본은 고도로 메뉴얼화 되어 있어서 의사결정이 느린 나라다. 이번의 지진에 대한 대응이 잘 보여주었다. 성급한 한국인과 다르다. 일본인은 속 터지게 질서를 추구한다. 일본의 핵심철학은 화(和) 사상이다. 화란 일본이 섬나라라서 패배한 자가 도망갈 곳이 없으므로 발악을 하는지라 뭐든 극단적으로 몰면 안 되고 애매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은 말을 애매하게 한다. 한국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명적 화살신호 하나로 10만대군을 자유자재로 부린 몽골 기병의 전술과 비슷하다. 기병은 방향전환의 속도가 빨라서 오른쪽으로 가면서도 동시에 왼쪽을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기병은 오른손잡이라면 마상에서 활을 쏠때 말머리의 왼쪽으로만 활을 쏠 수 있으므로, 순식간에 반대쪽으로 말머리를 돌리는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향전환이 아주 체질이 되어 있다. 사냥꾼이 몰이를 할때 양쪽을 동시에 커버하는 것과 같다. 오른쪽으로 가면서 왼쪽을 살피고 왼쪽으로 가면서 오른쪽을 커버한다. 이러한 신속한 방향전환, 늑대가 사슴을 몰이 하여 잡듯이 좌우 양쪽을 동시에 통제하는 것은 기마민족에게는 아주 체질이 되어 있다. 한국인 역시 이에 익숙하다. 한국인은 오른쪽으로 가기로 결정을 해놓고도 왼쪽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어서 이명박을 찍으면서 5분도 안 되어 ‘이놈의 손가락 분질러야지’ 하고 중얼거린다. 한국인이 이명박을 선택한 것은 오른쪽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실은 왼쪽으로 가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고 수순밟기였던 것이다. 한국인은 매사가 그렇다. 자기가 가고 싶은 반대쪽을 살펴보고 흥미로워한다. 속마음은 중러쪽으로 가고싶어 하면서 겉으로는 미일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그러다가 또 방향을 바꾼다. 깜박이는 왼쪽으로 넣고 핸들은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바닥에서는 원래 당연히 그렇게 한다. 안 되면 뒤집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건모처럼 결과에 불복하기도 한다. 여론의 직격탄을맞으면 그때가서 또 뒤집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반면 일본은 잘못된 길을 가면서도 뒤집지를 못한다. 대책없이 2차대전을 도발해놓고 그것이 잘못인줄 알면서도 회의석상에서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인명이 희생되면 대중들 사이에 저절로 어떤 공기가 형성되고, 공기가 형성되면 그때가서 말해야지 하고 생각하는게 일본식이다. 이런건 중국도 비슷하다. 문화혁명 같은 혼란을 10년씩이나 길게 하는게 그렇다. 공산주의 노선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미적거리며 그걸로 약점을 잡혀서 계속 미국에 끌려다닌다. 재스민 혁명에 치여 입도 뻥긋 못하는게 중국이다. 필자가 유시민에 백퍼센트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일단 유시민으로 밀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도 그렇다. 한국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유시민으로 가서 동력을 만들다가 상황에 따라 대응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리 메뉴얼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구속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3프로 지지를 단번에 60프로로 끌어올렸다. 그거다. 한국인은 참여당 민노당 민주당으로 흩어져 있다가도 명적 화살신호만 쏘아지면 언제든지 다시 결집할 수 있다. 방향전환을 자유자재로 하는 고원의 유목민 기병처럼. ###
- 기병은 말머리 딜레마 때문에 우측의 적을 공격할 때는 명적신호를 통해 순식간에 방향전환을 해서, 고구려 무사처럼 말을 뒤로 달리며 쏘아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좌우 양측의 변화를 동시에 살피며 진보와 보수, 대륙과 해양, 중러와 미일, 민주당과 딴나라당 양쪽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
누가 가 친김대중이냐를 놓고 웃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 노무현은 친김대중이 아니었다. 친(親)이 근친을 뜻하는 것이라면 김홍일이 김대중 대통령의 후계자로 되어야 한다. 그러나 외부의 노무현이 계승했다. 왜? 뿌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줄기로 뻗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연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뿌리에 노무현 줄기가 돋아난 것이며, 노무현 줄기에 유시민 가지와 잎새와 꽃과 열매가 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친노논쟁이 근친논쟁이라면 노건호가 노무현가의 적자다. 누구도 노건호를 주장하지 않는다. 진짜는 외연의 확대로 달성되는 것이며, 뿌리에 머무르지 말고 줄기로 가지로 꽃으로 열매로 확대되는 것이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해낸 것을 재확인하는 친노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하지 못한 것을 마저 해치우는 친노라야 진짜다. 김대중 대통령이 완수하지 못한 지역주의 해결을 노무현 대통령이 상당부분 해냈고, 노무현 대통령이 완수하지 못한 부분을 유시민이 완전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기승전결의 논리다. 김대중 대통령의 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승이 따르며, 유시민의 전에 유시민 다음의 또다른 세력이 계속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머물러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치는 세력이며 세력은 계속 세가 불어나는 방향으로 뻗어가야 한다. 제자리걸음은 곤란하다. 뻗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 했다. 어느 쪽으로 뻗어야 하나? 동쪽으로 뻗어야 한다. 그 쪽에 임자없는 표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손학규는 기껏해야 목발노릇이라 민주당 환자가 나아서 원기를 회복하면 그 목발을 버린다. 왜? 목발은 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도무지 세가 불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손학규보고 들어올 사람은 이미 다 들어왔다. 더 들어오지 않는다. 선거에 이기려면 51이 되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 세는 기껏해야 25다. 앞으로 26을 더 끌여들여야 승리하며, 그 숫자는 지금 민주당 지지세보다 많다. 손학규 목발은 쓰러지지 않게 의지할 수 있을 뿐, 세가 불어나지 않으므로 도무지 소용이 없다. 1회용으로 쓰고 팽 된다. 의사결정속도가 빠른 한국인은 오른쪽으로 가면서도 왼쪽을 살피고 왼쪽을 가면서도 오른쪽을 살피는 습관이 있다. 민주당의 손학규 선택은 실은 거함이 반대방향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근거수집 목적으로 일회용 이용한 거다. ‘봐! 이쪽에 더 희망없지? 알았지? 알았으면 방향전환!’ 유시민과의 어려운 대통합을 앞두고 쉬운 손학규 소통합으로 연습 한 번 한 거다. 연습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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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정말 재밌네요.
시원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