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이 있으면 출력이 있다. 출력부는 보인다. 명문대 합격증은 보인다. 입력부는 보이지 않는다. 공부했다고? 과연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게 뭐야? 평소에 놀기만 하던데 어떻게 명문대 붙었지? 출력된 아기는 보인다. 입력된 DNA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침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입력은 어떤 둘의 만남 형태로 존재한다. 공부를 해도 지식과 만나고 아기를 만들어도 부부가 만난다. 농부가 파종을 해도 씨앗과 흙이 만나고 사냥꾼이 활을 쏴도 멧돼지와 만난다. 만남은 추상이다. 닫힌계 안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에너지의 방향전환이 일어난다. 닫혀서 모른다.

    문제는 언어다. 인간의 언어는 사건의 입력부를 반영하지 못한다. 강아지에게 주는 간식은 눈에 보인다. 강아지가 진짜 원하는 것은 주인이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약속은 보이지 않고 간식은 보이므로 우리는 강아지가 단지 간식 때문에 훈련된다고 착각하게 된다.

    성공과 출세와 미모와 쾌락과 행복은 눈에 보인다. 그것은 출력부의 결과다. 인간의 언어는 잘 보이는 결과를 표현할 뿐이다.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옛날 사람이 도, 기, 리, 법, 공, 중도, 중용, 이데아, 변증법 따위를 말했던 것은 사건의 원인과 입력부를 표현하려는 몸부림이다.

    보통은 동기나 욕망으로 설명한다. 출세하고 싶어서? 성공하고 싶어서? 천만에. 출세와 성공은 출력된 결과물이지 입력된 원인이 아니다. 입력부는 뇌과학으로 설명된다. 인간을 움직이는 진짜는 만남과 각인과 전율과 일치와 동력과 흥분과 호르몬과 조절장치 속의 이기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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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커니즘은 물레와 방아의 연결이다. 물레가 밸런스라면 방아는 지렛대다. 방아는 잘 보인다. 물레는 시스템 내부에 감추어져 있다. 시곗바늘은 보인다. 조절장치는 내부에 감추어져 있다. 바퀴는 보인다. 엔진은 자동차 내부에 감추어져 있다.

    존재의 엔진은 연결이다. 연결하여 관성력을 얻는다. 관성력은 추론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보이지 않는 힘은 신이다. 자연에서는 기세, 사회에서는 권력, 시장에서는 이윤, 내면에서는 자유의지다. 조절장치다. 이기는 힘을 조절한다.

    능동은 엔진이고 수동은 바퀴다. 엔진은 스스로 돌고 바퀴는 돌려야 돈다. 뇌는 스스로 돌고 손발은 뇌가 명령해야 돈다. 긍정주의, 낙관주의, 진보주의, 보편주의는 외부와 연결하여 자체 동력원을 이루고 스스로 움직이는 자발성을 의미한다.

    부정주의, 비관주의, 보수주의, 특수주의는 자발성이 없는 사람의 빌붙기 전략이다. 동력이 없으면 힘 있는 것에 빌붙는다. 숙주에게 힘이 있는지 테스트한다. 집적거리며 자극하여 반응을 알아보려 하므로 나빠진다. 악당은 사람을 테스트한다.

    방향전환이 진짜다. 물레는 방향전환을 하지만 방아는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다. 활은 방향전환을 하지만 화살은 방향전환을 못 한다. 두 방향 힘을 한 방향으로 모으면 관성력을 얻는다. 유도전류도 그러하고, 생명도 그러하고, 역사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