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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92 vote 0 2004.04.22 (13:46:55)

중앙일보 김영희대기자가 그들의 본가인 자유총연맹을 찾아가서 커밍아웃을 했다.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을 실토했다. 중앙일보가 한나라당에 올인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자백을 받아냈으니 처벌을 해야한다.  
 
김영희는 이상한 폭로도 했다. 우리당이 20년 장기집권계획을 세우고 있단다. 민노당이 들으면 섭섭하겠다. 민노당이 20년 안에 수권정당으로 성장하지 말라는 법 있나?
 
개혁세력의 장기집권은 계획이 아니라 현실이다. 16대 대선과 총선, 그리고 17대 대선과 총선의 흐름에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대략 1년에 1프로씩, 5년에 5프로 정도 왼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 87년 김대중 27프로
● 92년 김대중 34프로
● 97년 김대중 40프로
● 02년 노무현 49프로

 
3자구도냐 양자구도냐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면, 대략 1년에 1프로씩 왼쪽으로 이동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건 엄연한 추세이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한나라당은 영원히 집권기회가 없다. YS가 민정당을 승계하면서부터 애초에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사람을 총칼로 죽여놓고 권력을 갖겠다는 태도라면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주류세력의 전면교체 시동
일년에 1프로씩 왼쪽으로 가는 이 흐름이 무엇인가? 이념이 왼쪽으로 기우는 것은 아니다. 수구청산은 이념이 아니라 상식이다. 이념의 변화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교체이다.

 
두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625를 경험한 반공세대가 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저학력세대에서 고학력세대로 주류세력의 교체이다. 전자는 수구퇴출이고 후자는 탈권위주의다.
 
여기서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점은 80년대 이전의 여촌야도에서, 80년대 이후의 지역주의, 그리고 2000년 이후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광역도시화현상이다.
 
여촌야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어느나라에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본적인 틀이다. 농촌은 보수성향이고 도시는 진보성향이다. 그런데 그 여촌야도가 90년대 들어 붕괴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삼김정치 때문이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다른 이유가 있다. 산업화 이후 급속한 농촌의 붕괴에 따른 이농현상 때문이다. 과거의 도농구도가 와해되고 대신 수도권과 지방도시로 재편되었다.
 
예컨대.. 예전이라면 서울과 경기도가 구분되었다. 서울이 야당이면 경기도는 여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경기도 안에서 도농의 구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물론 경기도 동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강원도현상이 건재하지만 그 추세는 대개 그러하다.
 
광역도시화현상은 도시 주변부의 도시편입, 자동차의 보급으로 인한 농촌의 도시화, 주 5일근무제의 확산으로 인한 농촌의 관광소득증가, 도시로 진출한 자녀와 농촌에 남은 부모의 정치적 연계현상 때문이다.
 
과거 정치에 무관심하며 맹목적으로 보수표를 던졌던 농촌인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민감해지면서 농촌공동체 특유의 보수성을 탈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00년 이후 한국의 정치사는 세가지가 결정한다.
 
● 전쟁세대의 퇴장에 따른 수구퇴출
● 고학력세대로의 주류세력 교체에 따른 탈권위주의
● 광역도시화현상에 따른 도농연계

 
왜 한나라당은 영원히 집권이 불가능한가? 위 세가지 현상이 모두 한나라당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광역도시화 현상이 문제로 된다.
 
무엇인가? 과거의 여촌야도 현상이 지금은 대도시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강남벨트다. 도시 중심부에 새롭게 보수벨트가 형성되는 대신, 도시 외곽에서는 도농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이러한 자연적 게리맨더링이 갈수록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럴수록 한나라당은 지역주의에 올인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만년야당신세로 나타난다.
 
● 과거의 여촌야도.. 농촌에서 갓 이주하여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영세 도시근로자들의 상대적 빈곤에 따른 정치적 민감성과 농촌공동체 주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따른 보수성향.
 
● 미래의 여촌야도.. 강남기득권세력의 배타적 지역공동체화에 따른 보수성향, 관광소득 증가에 따른 농촌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 및 도농연계에 따른 정치적 민감성.
 
보수표는 원래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기득권세력의 계급투표성향이고 하나는 농촌주민의 정치무관심이다. 이 둘이 이제 갈라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당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농촌주민들은 소속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실은 유교주의적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어른(?)’을 선택해 왔다. 농촌공동체의 해체와 지방도시로의 편입에 따라 농촌주민들의 투표성향이 달라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과거 농촌공동체의 보수성향이 지금은 대도시 내 기득권세력의 배타적 지역공동체현상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그들만의 별세계를 구가하는 타워팰리스 입주자들의 특이한 라이프스타일로 연구될 수 있는 것인데.. 요것이 또 재미가 있기로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정리하자. 선거는 기본적으로 50대 50의 구도로 간다. 이는 자신의 개입을 유의미하게 하려는 유권자의 균형감각이 약자에의 동정, 강자에의 견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거는 항상 말 많은 상위 5프로가 결정한다.
 
우리당의 공론을 주도하는 상위 5프로는 노빠세력이다. 한나라당의 상위 5프로는 외곽포를 쏘아주는 조중동과 자유총연맹 따위 수구집단이다. 625세대의 퇴장에 따라 한나라당을 위하여 외곽포를 쏘아주던 수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항상 막판 5프로의 뒷심부족으로 하여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다.
 
김영희대기자의 발견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는 그 외곽포 전문의 선배들이 대거 퇴장한 사실을 발견하고 문득 깨달았다.

 
“앗 그러고 보니 짬밥이 무르익어 어느새 내가 원로(?)가 되었군. 원로 데뷔기념으로 한마디 쏘아줘야지.”
 
라고 말하면서 김동길이 가고, 박홍이 가고, 이문열이 가고, 김수환이 갔던 그 길로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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