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81 vote 0 2023.12.28 (14:30:21)

    선이 악을 이긴다.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악이 선을 이긴다. 중학생의 일진놀이가 그렇다. 못된 녀석이 이겨서 무리 위에 군림한다. 사람들이 악을 저지르는 이유는 악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이겨먹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진보가 보수를 이긴다.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보수가 이긴다. 사람들이 한사코 보수로 달려가는 이유는 이겨먹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옳고 그름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이겨먹으려고 승리하는 구조를 만들면 그게 보수다. 


    그러나 모두 이기는 게임은 없다. 모두가 보수할 수는 없다. 모두가 악할 수는 없다. 모두가 이기려고 하면 모두가 지는 것이 게임이론의 내시균형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선이 이긴다는 사실을. 다시 진보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이기는 선과 지는 선이 있다. 이기는 진보와 지는 진보가 있다. 보편과 특수가 있다. 이기는 선은 보편성의 선이다. 지는 선은 특수성의 선이다. 특수하다는 것은 때와 장소가 특정된다는 것이다. 놀부와 흥부가 싸우면 놀부가 이긴다. 


    흥부는 사람이 특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부팀과 흥부팀이 싸우면 흥부팀이 이긴다. 놀부팀은 동료에게 패스하지 않기 때문이다. 놀부팀은 동료까지 이겨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진보도 같다. 보편진보는 이기고 특수진보는 진다. 


    때와 장소가 정해진 진보는 진다. 개인전을 하면 보수가 이기고 팀플레이를 하면 진보가 이긴다. 선이 이기려면 단체전을 해야 한다. 장기전을 해야 한다. 넓고 열린 곳에서는 진보가 이기고 좁고 궁벽한 곳에서는 항상 보수가 이긴다. 


    열린우리당이 당명에 열려있음을 강조한 이유다. 닫힌 진보는 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장기전은 진보가 이기고 단기전은 보수가 이긴다. 진보가 이기려면 1차전을 내줘야 한다. 항상 이기는 진보는 원리적으로 없다.


    진보가 선이고 보수는 악이다. 보편적으로 그러할 뿐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진보는 단체전, 장기전, 능동적, 긍정적, 공격전, 보편성일 때 한하여 선이다. 반대로 개인전, 단기전, 수동적, 부정적, 방어전, 특수성일 때 진보는 악이다. 


   우리가 진보를 지향하는 이유는 진보가 항상 옳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는 진보를 해야 한다면 무리 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진보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멍청한 사람이 진보를 하면 그게 악이다. 똑똑한 진보가 이길 자격이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497 관계란 무엇인가 ? image 김동렬* 2012-10-21 11282
2496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라 image 1 김동렬* 2012-10-21 8570
2495 의미를 버리고 관계를 얻어라 김동렬* 2012-10-21 9361
2494 캐릭터의 족보 image 김동렬* 2012-10-21 8633
2493 완전성이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2-10-21 8669
2492 스타일은 자기다움이다 image 김동렬* 2012-10-21 9101
2491 삶의 인과법칙은 있다 image 김동렬* 2012-10-21 9147
2490 삶의 정답은 있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383
2489 깨달음의 정답은 스타일이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95
2488 깨달음에 정답은 있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66
2487 깨달음의 문학 image 김동렬* 2012-10-21 8848
2486 깨달음의 족보 김동렬* 2012-10-21 8061
2485 관계를 깨달음 2 김동렬* 2012-10-21 8979
2484 관계를 깨달음 김동렬* 2012-10-21 8664
2483 깨달음은 이미지다 김동렬* 2012-10-21 9208
2482 깨달음은 스타일이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684
2481 폐경이 있는 이유 image 김동렬* 2012-10-21 8953
2480 깨달음은 관계다 image 김동렬* 2012-10-21 8581
2479 깨달음 ~ Z까지 김동렬* 2012-10-21 9331
2478 깨달음 A에서 김동렬* 2012-10-21 9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