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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65 vote 0 2023.12.26 (11:06:27)

    누구나 안다. 세상이 일원론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오늘날 인류가 다원주의를 숭상하는 이유는 자신을 방어할 목적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게 먹히니까 그런 주장을 하는 거다. 용감하게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상대주의와 같다.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방어 위주의 소극적 사고가 인류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 거다. 철학자들이 거창하게 포장하여 말하지만 진리가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는 현실논리에 불과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진짜는 없다.


    열강이 남의 영토를 빼앗을 때는 먼저 선교사를 보낸다. 받아들이면 죽는다. 살려면 자신의 신으로 막아야 한다. 로마는 게르만족의 침략을 받아 필사적으로 선교사를 보냈다. 게르만족이 모두 기독교로 개종한 후에야 평화가 찾아왔다.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리스가 다신교를 믿는 이유는 섬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이 무신교가 된 이유는 지리적인 격리가 없어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태인은 일신교를 믿지 않았다. 많은 부족신 중에 유태부족의 신 하나를 섬겼을 뿐. 예수는 진정한 일신교를 만든 사람이다.


    예수는 부족신을 세계신으로 바꾸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에게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상의 보편성 때문이다. 예수에게 뒷받침할 사상이 없다면 예수가 세계신을 말해도 부족신으로 돌아간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복사상으로 되돌아간 한국 기독교의 퇴행과 같다. 그곳에 수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신이 예수를 파견하여 인간을 부른게 아니라 반대로 인간들이 신을 호출한 것이다. 인간은 신의 응답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게 현실에서 먹혔기 때문이다.


    누구나 안다. 세상이 일원론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 지점에서 통했다. 그리고 전율했다. 기독교가 결과적으로 먹혔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음속의 어떤 동질성을 발견하고 흥분했던 것이다.


    인류는 하나다.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그 말을 먼저 꺼내면 호구 잡힌다. 상대가 먼저 양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양보하면 당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내가 먼저 사과하면 덮어쓴다.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조건 딱 잡아떼는게 규칙이 된 것이다.


    한국이 과외학습에 돈을 퍼부어 함정에 빠져버린 것과 같다. 과잉학습은 경쟁률만 높일 뿐 국가 전체로 보면 백해무익한 것이다. 남이 안 하면 유리하다. 남이 똑같이 해버리면 내시균형에 갇혀버린다. 돈만 쓰고 아무도 이득을 보지 못하는 지옥의 내시균형이다.


    예수가 쓸데없는 사교육비철폐교라는 신흥종교를 만들었는데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다. 먼저 게르만의 침략을 막았다. 이후 세계를 통째로 털어먹었다. 그러다가 또 과당경쟁에 빠져버린 것이 양차 세계대전이다. 한국은 책으로 죽는데 그들은 기관총에 죽었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무엇’이 아니라 ‘이루어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루어진다는 것은 동력원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연결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을 바라본다. 우주는 권력과 의미의 연결이다. 인류는 의미에 서서 권력을 본다. 둘은 불가분이다.


    권력에 의미가 있고 의미에 권력이 있다. 좌파는 권력을 부정하고 의미를 추구한다. 우파는 의미를 부정하고 권력을 추구한다. 권력과 의미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둘을 통합하는 더 큰 단위를 깨달아야 한다. 의미가 모여서 권력이 되는 대승적 의미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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