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88 vote 0 2023.12.21 (15:53:59)

    글모음입니다.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노예의 순종이다. 복종은 반역의 부정이니 이중부정이다. 부정의 부정은 부정어법에 속한다. 힘을 가진 자가 그 힘을 쓰지 않고 밀당을 잘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진짜 긍정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 


    인간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한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정치적 프레임 기술이다. 나는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말하면 국민은 안철수가 MB 아바타라고 생각한다.


    스키 초보자에게 '나무를 피해서 가라.'고 하면 나무에 신경쓰다가 나무에 박는다. 나무 사이의 '길을 따라가라'고 긍정어법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긍정어법으로 말하지 못한다. 사실은 인간의 뇌가 긍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힘을 빼고 던져라'고 배운다. 배영수 선수는 말했다. '힘 빼고 던지는데 10년이 걸렸어요.' 왜 10년이나 걸릴까? '힘을 빼라.'는 말은 부정어법이다. 스키 선수에게 '나무를 피해서 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긍정어법으로 말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팔뚝에 주사를 놓으며 말한다. ‘힘을 빼세요.’ 환자는 말한다. ‘힘 안줬는데요?’ 긴장을 풀고 딴 생각을 하라고 긍정어법으로 말해야 한다. 의사는 왜 긍정어법으로 말하지 않을까? 멍청하기 때문이다. 스키 강사가 의사보다 더 똑똑하다.


    인간은 부정 위주로 사고한다. 무엇이든 대립각을 세우고 말대꾸 한다. 의심하고 야유하고 조롱한다. 부정할 때 호르몬이 나오고 뇌가 활성화되어 흥분한다. 부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긍정은 특별히 훈련된 사람만 할 수 있는 고급기술이다.


    ###


    야구선수는 힘을 빼고 뼈로 던져야 한다. 뼈대가 만드는 밸런스의 결을 따라가야 한다. 하체에서 골반을 거쳐 상체와 팔과 손목 순서로 액션이 전달되어야 한다. 힘을 주면 몸이 굳어 온 몸이 같이 움직인다. 허리와 상체와 팔이 동시에 움직이므로 뼈들이 간섭해서 공에 힘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돌을 던져왔지만 아직도 던지는 방법을 모른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모르면 긍정어법으로 말할 수 없다. 긍정어법으로 말하려면 대체재가 필요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아니라 '당나귀를 생각해.'라고 말해야 한다. 코끼리는 공화당 상징이고 당나귀는 민주당 상징이다.


    인간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간에 생각 자체를 못한다. 능동적으로 생각할줄 아는 사람은 인류 중에 없다. 머리를 쥐어뜯다가 우연히 떠오른 생각은 가짜다. 부정어법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다. 능동적인 생각이 아니다. 현장에서 부딪히다가 경험적으로 터득한 요령은 생각한 것이 아니다.


    야구선수의 '힘 빼고 던져라'는 말은 메커니즘의 이해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터득한 요령이다. 무한복제가 되지 않는 1회용 지식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쓸만한 생각을 한 사람은 많지만 긍정어법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부정의 부정을 통해 겨우 긍정에 도달한 것이며 그것은 진짜 지식이 아니다.


    모세의 십계명은 부정이다. 부족민의 터부는 부정이다. 다들 무엇을 하지마라고 한다.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복종하라는 말은 반역하지 말라는 뜻이니 부정의 부정이다. 역시 부정어법에 속한다. 노예의 순종과 아기의 수동적인 긍정은 진정한 긍정이 아니고 자기 권력의 부정이다.


    ###


    긍정어법은 쉽지 않다. 닫힌계 안에서 자체 동력원을 가지고 내부 압력을 조절하는 능동적 사고가 아니라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수동적 사고를 하므로 인간은 부정어법을 쓸 수 밖에 없다. 부정은 방어할 뿐 공격하지 못한다. 객체가 통제되지 않으므로 내부가 조절되지 않는다.


    자체 동력이 없는 아기의 긍정은 부정의 일종이다. 거역할 힘이 있으면서 긍정해야 진짜다. 아기는 여섯살까지 긍정어법을 쓰다가 미운 일곱살이 되면 갑자기 말대꾸를 시작한다. 권력에 눈을 뜬 것이다. 주도권을 쥐려면 일단 상대방의 말을 부정해서 발언권을 가져와야 한다.


    '소파에서 과자 먹지마라.' 하면 부정어법이다. '식탁에서 먹어라.'는 긍정어법이다. 부모는 당근책이 있다. 자녀를 통제할 지렛대가 있다. 어린이는 부모를 통제할 수 없다. 부정어법에 그치지 않고 부정행동으로 치닫는다. 말썽을 피워서 용돈을 올려준다는 협상안을 끌어낸다.


    부모는 용돈을 조절하여 자녀를 통제할 수 있으므로 긍정어법을 쓴다. 긍정어법을 쓰려면 자체 동력원을 가지고 상대의 대응을 봐가며 압력을 조절해야 한다. 긍정어법은 강자의 것이다. 부정어법은 약자행동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약자이므로 자연스럽게 부정어법을 쓴다.


    상대가 막대의 한쪽 끝을 쥐면 나는 반대쪽을 쥔다. 그래야 지렛대가 된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도구는 지렛대다. 지렛대의 반대쪽을 쥐는 행동이 습관이 되어 인간은 무조건 상대의 반대로만 가므로 긍정어법을 쓰지 못한다. 긍정하려면 중심을 장악하는 훈련을 해야한다.


    ###


    보이스 피싱에 속는 이유는 부정을 못해서다. 사기범의 전화를 끊지 못한다.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므로 당한다. 아기도 부정을 못한다. 부정하려면 대항할 무기가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의 지렛대가 필요하다. 능동적으로 의사결정 하려면 강자 포지션에 서야 한다. 권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의 권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가 되면 부정을 못하고 둘이 되면 긍정을 못한다. 약자일 때는 부정을 못하고 강자가 되면 긍정을 못한다. 팀의 대표자가 올바른 생각을 한다. 그것은 둘을 품은 하나다. 약자를 품은 강자다. 부정을 거친 긍정이다. 아기의 맹목적 긍정과 청년의 맹목적 부정을 넘어서는 대표자의 진정한 긍정이 있다.


    당근은 긍정이고 채찍은 부정이다. 아기는 엄마의 당근을 긍정한다. 청년은 당근이 없으므로 부정한다. 어른은 당근을 벌어서 긍정한다. 인간은 채찍으로 채찍을 막고 부정으로 부정을 막는다. 악으로 악을 물리칠 뿐 선으로 선을 복제하지 못한다. 당근으로 당근을 낳고 긍정으로 긍정을 낳아야 진정한 것이다.


    노자의 사상이 부정적 사고라면 공자의 사상은 긍정적 사고다. 독자들은 노자를 좋아하고 공자를 싫어한다. 독자는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함부로 긍정하면 상대방의 주도권에 말린다. 반대로 긍정만 하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 날씨 좋지?’ ‘예.’ 거기서 끊어진다. 서먹해졌다. 민망하다.


    의사결정은 2를 1로 바꾸고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서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게 한다. 무언가를 줄이는 마이너스가 힘이다. 늘리는 결정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어긴다. 스키선수는 나무 2를 길 1로 줄이고 야구선수는 근육 2를 뼈대 1로 줄인다. 줄이면서 충돌을 피해서 일치와 공존을 끌어내야 한다.


    ###


    긍정은 일치다. 일치는 움직이는 둘의 나란함이다. 노자의 도, 불교의 공, 공자의 중용, 주역의 역, 자사의 성, 퇴계의 경, 양명학의 심, 플라톤의 이데아는 메커니즘 안에서 나란히 움직이는 둘의 일치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내부에 동動을 품은 정靜이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지만 내부에서 심장이 뛰고 있다. 그러므로 의사결정할 수 있다. 비로소 긍정할 수 있다.


    부정이 채찍이면 긍정은 당근이다. 당근은 돈이 든다. 돈은 궁극적으로 태양에서 온다. 돈은 인간이 태양을 착취한 것이다. 화석연료는 돌 속에 스며든 과거의 태양을 착취한 것이다. 동력원을 추적하면 전부 한 줄에 꿰어진다. 태양까지 간다. 전부 한 줄에 꿰면 신神이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려면 궁극적으로 신 개념이 필요하다. 인간이 신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긍정은 추상이다. 추상의 추抽는 빼는 것이다. 뺄 것을 빼면 최후에 남는 것이 긍정이다. 색色은 부정이고 공空은 긍정이다. 색은 보인다. 공은 보이지 않으므로 추상해야 한다. 색은 단절이고 공은 연결이다. 나무는 그냥 보이고 길은 연결해야 보인다. 추상을 하면 마지막에 소실점이 남는다. 추상의 소실점이 있다. 그곳에 근원의 동력원이 있다. 모든 의미의 근거가 된다.


    인간은 의미를 찾지만 의미는 권력 반대편에 있다. 껍질을 부정해야 알맹이를 얻는다. 권력을 부정해서 의미를 찾으려 하므로 부정어법을 벗어날 수 없다. 권력을 긍정하면서 의미를 찾으려면 권력의 권력을 긍정해야 한다. 그것이 신이다. 노자의 도든, 공자의 중용이든, 자사의 성이든, 퇴계의 경이든, 왕양명의 심이든, 플라톤의 이데아든 신神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권력의 권력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권력의 권력을 긍정어법으로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잘 전달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 의도를 헤아릴 수 있다. 소실점이 없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신이 없으면 인간은 권력을 긍정할 수 없다. 스키 선수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밸런스의 밸런스를 따라가야 한다. 움직이는 것의 나란함을 따라가면 길 끝에서 신을 만난다.
   


[레벨:9]회사원

2023.12.21 (23:09:19)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07 예수의 의미 김동렬 2023-12-26 4289
6606 사랑과 운명 김동렬 2023-12-25 4661
6605 성탄절의 의미 김동렬 2023-12-24 3926
6604 구조론의 첫 단추 김동렬 2023-12-23 2808
6603 대승의 긍정 1 김동렬 2023-12-22 5817
6602 의도를 읽히면 망한다 김동렬 2023-12-21 5364
» 긍정적 사고의 힘 1 김동렬 2023-12-21 2788
6600 긍정어법의 어려움 김동렬 2023-12-20 3166
6599 부정과 긍정 김동렬 2023-12-19 2852
6598 권력과 의미 김동렬 2023-12-18 2867
6597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12-18 2788
6596 나폴레옹은 누구인가? 김동렬 2023-12-17 2863
6595 영웅 죽이기 스티브 잡스편 김동렬 2023-12-17 2769
6594 방향과 순서 김동렬 2023-12-15 2771
6593 차령산맥은 없다 image 김동렬 2023-12-15 3018
6592 김건희 마녀사냥 문제 있다 김동렬 2023-12-14 4179
6591 존재론과 인식론 김동렬 2023-12-13 2913
6590 훈요십조의 진실 image 김동렬 2023-12-13 2829
6589 정치의 본질 김동렬 2023-12-12 3049
6588 서울의 봄 위대한 전진 2 김동렬 2023-12-12 2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