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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770 vote 0 2004.04.17 (11:01:03)

● 조갑제가 울고 있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승리한 것이 맞습니다. 탄핵범 193인을 모두 응징하지는 못했지만, 탄핵오적을 비롯하여 죄질이 나쁜 주동자들을 청소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 결과는 황금분할로 나타났지만 실로 악전고투였습니다. 여전한 지역주의의 장벽, 아직은 미약한 인터넷의 힘, 놀러가기 좋은 4월에 60프로 대의 낮은 투표율, 거기에다 종이신문의 올인과 지식인들의 냉소.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서 볼때 창당한지 5개월도 안되는 아기에게 개헌선을 넘겨주는 데는 상당한 부담감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입니다.
 
 
● 무엇보다 조중동이 올인한 데서 보듯이.. 적들의 숨은 힘을 한 점 남김없이 온전히 노출시킨 점이 큰 성과입니다.
 
우리는 강금실을 투입하지 않고도 이겼습니다. 독한 사람 노무현은 끝내 마지막 한마디를 던져주지 않더군요.(노무현의 북악산 산행이 반전의 계기가 되었듯이 말 한마디에 열석이 오가는 상황이었음)
 
우리는 총선올인을 하지 않아서 힘을 아꼈고, 적들은 박근혜라는 숨은 플러스 알파까지 완전히 노출시켰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전략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입니다.
 
병법으로 볼 때 전력의 완전한 노출은 절대로 피해야 할 금기사항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면, 그들은 이제 남아있던 전답까지 담보로 잡혀버린 상황입니다. 그쪽은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지요.  
 
 
●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번 총선의 진짜 본질은 햇볕정책 평가입니다.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보는 외국에서는 다 그렇게 봅니다.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에서도 그러합니다.
 
한나라당이 막판에 따라붙은 저력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결론은 ‘자주냐 친미냐, 햇볕이냐 퍼주기 반대냐’에서 우리가 승리한 것입니다. 조갑제가 울고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는 큰 틀에서 봐야 진짜가 보입니다. DJ가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성공시켰고 노무현은 40년 만에 의회권력 교체를 성공시켰습니다. 둘 다 햇볕정책을 업어서 성공시킨 것입니다.
 
반전, 평화, 데탕트, 냉전붕괴의 거대한 에너지가 마침내 한국의 시골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 거대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파병문제의 재검토는 물론이죠.
 
역사의 흐름이라는 이 거대한 에너지.. 절대 과소평가해서 안됩니다. 탄핵이 국민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100이라면 조중동의 전쟁책동이 주는 스트레스는 그 열배입니다.
 
다만 조중동의 전쟁 스트레스는 당장 가시화되지 않으므로 장기적으로 조금씩 나타나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죠. 또 반대로 저쪽 입장에서는 햇볕정책 자체가 거대한 스트레스입니다.
 
햇볕정책이 적들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조중동과 부시의 전쟁책동이 우리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비교했을 때, 조중동과 부시의 전쟁책동이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국민이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햇볕을 버리지 않는 한, 자주의 원칙을 버리지 않는 한, 의회와 행정부를 동시에 뺏기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거 하나는 보장합니다. 우리는 이제 항구적으로 승리하는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 지역주의는 모질게 살아남았지만 ‘지역주의를 할수록 저만 손해’라는 교훈을 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지역주의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으로 가두어진 것입니다. 
 
지역주의는 자질이 떨어지는 의원들을 의회로 보냅니다. 그렇게 의회로 보내진 말뚝들은 의정활동을 잘못하여 자기당의 점수를 까먹습니다. 절망적인 지역주의의 악순환이죠.
 
이제는 국민들도 깨달을 것입니다. 그래봤자 저만 손해라는 사실을. 이렇게 지역주의에 고삐가 채워졌으니 그들은 서서히 잊혀져가겠죠. 자민련처럼.
 
 
● 보궐선거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선거법 위반자가 대거 낙선했으므로 재선거 까지 갈 곳은 15곳 정도로 봅니다. 그 중 절반이 우리당입니다.
 
수도권은 위반자가 적고 지방이 많습니다. 지방이 많으므로 민주당 등이 위반한 곳에서 한두석 줏을 수도 있다고 보면, 전체로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본전치기입니다.
 
 
● 추미애.. 안해도 되는 3보 1배를 해서 2프로 대의 지지율을 7프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한나라당에 20석을 헌납하고 사라졌습니다. 도무지 왜 그런 불필요한 짓을 저질렀을까요? 민노당이 줏어간 지갑은 일당백의 의정활동으로 보상이 된다지만 이건 그저 준거지요. 미틴..
 
 
● 정형근들의 부활.. 하는 일이라곤 한나라당 표 깎아먹기 밖에 없죠. 신경쓰지 맙시다. 괜히 스트레스 받을 일 있수?
 
 
● 사실이지 과반수면 어떤 일이든지 다할 수 있습니다. 이젠 조선일보도 우리당을 첫번째로 보도해야 합니다. 텔레비젼 뉴스에도 맨 먼저 나오는 거죠. 총리서리 아무개.. 이젠 정말 이런 거 걱정할 필요 없어졌죠.
 
딴날당 국회의장이 괜히 못마땅해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어지고. 격세지감을 느낄 것입니다.
 
 
● 민노당의 승리도 축하할 일입니다. 한나라당 121명은 대략 80명쯤의 역할을 할겁니다. 민노당의 10명은 적어도 30명 이상의 역할을 하겠지요. 민노당은 가르쳐 가면서 하면 됩니다.
 
민노당이 크느냐 못크느냐는 그들이 국민과 제휴하는가, 아니면 노조와 제휴하는가 혹은 이념과 제휴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어떻게든 제휴합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제휴거든요.
 
 
● 정대철이 아들 넘 공천한거. 왜 이런 미련한 짓을 하는지.. 이젠 정말 미련한 짓 좀 하지 맙시다. 우리당 지도부는 수첩에 적어놓고 날마다 읽어보슈.
‘정치세습은 한날당이나 하는 짓이다. 적들은 해도 되지만 우리는 하면 죽는다.’ 이렇게 딱 적어놓으슈.
 
 
● 홍준표, 이인제.. 이런 넘들은 표적공천을 해서 날려버려야 했는데.. 그래도 정치란 것이 그렇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허를 잃고 실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지요. 과식하면 배탈나는 법이니까요.
 
 
● 노무현 .. 진짜 대단합니다. 멋있어요. 김훈의 칼의 노래가 의미하는 것.. 허무주의입니다. 하긴 허무주의가 아닌 문학은 없죠. 그러나 허무의 내용이 다릅니다. 이문열의 허무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굉장히 많은 문제에 봉착합니다. 이쪽을 살리자니 저쪽이 울고 저쪽을 돌보자니 이쪽이 보채는 딜렘마의 상황. 그러나 전장에 서면, 그대 전장의 허무를 깨닫게 된다면 ..
 
그 어떤 승부의 한 순간.. 그 모든 상념들은 초개같이 사라지고.. 이 순간 내가 판단할 사안은 딱 한가지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가 말하는 김훈식 허무의 미학입니다. 당신은 그 하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산정에는 정상이 있습니다. 정상 너머에는 초극이 있습니다. 그 곳에 도달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경지입니다. 인간이 최고의 집중력을 보일 수 있는 그 어떤 평상심의 경지. 그 죽음같은 고요.
 
걸어온 일생, 누적된 기억들, 상처들, 콤플렉스들 .. 그 모든 희망과 야심을 온전히 말소하고 백지처럼 하얗게 표백된 정신.. 오로지 주어진 눈앞의 승부를 미학적으로 완성시키는 하나의 임무만 남는 그 경지.
 
둥둥! 북소리가 울리면 내 마음은 태산처럼 고요해.. 이 순간 머리 속은 눈처럼 하얗게 지워지고 판단해야 할 우선순위 1번의 결단만 남는 거지. 고독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지. 처절하게 혼자가 되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그렇다면 결단할 수 있어. 절대무욕, 절대무심, 삶도 죽음도 초월한 곳. 노무현이 도달한 그 곳.. 정상을 넘어 인간이 최고의 집중력을 보일 수 있는 한 순간의 극점.. 초극에 이르러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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