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30 vote 0 2023.12.19 (17:46:42)

    인간의 뇌는 부정을 이해 못한다는 말이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 하면 코끼리를 생각한다. 긍정은 연결이고 부정은 단절이다. 연결은 1이고 단절은 2다. 긍정은 1이고 부정은 2다. 부정이 더 많은 뇌의 연산을 필요로 한다.


    사실 인간은 부정 위주로 사고한다. 오히려 긍정을 못한다. 무엇이든 각을 세우고 말대꾸한다. 의심하고 야유하고 조롱한다. 문제를 상대방에게 넘긴다. 인간은 부정할 때 호르몬이 나오고 뇌가 활성화되어 흥분하는 존재다.


    스키 초보자에게 나무를 피하라고 하면 기어코 나무에 박는다. 많은 나무가 있다. 나무는 2다. 나무 사이의 길은 1이다. 길은 연결되어 있다. 1이 2보다 낫다. 문제는 1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무는 잘 보이는데 말이다. 


    노자가 부정적 사고라면 공자는 긍정적 사고다. 독자들은 노자를 좋아하고 공자를 싫어한다. 인간은 언제나 부정한다. 긍정하면 상대의 주도권에 말린다. 보이스 피싱에 속는 이유는 부정을 못해서다. 전화를 끊지 못한다. 


    긍정을 하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 날씨 좋지?’ ‘예.’ 거기서 대화가 끊어진다. 서먹해졌다. 민망하다. 그러므로 NO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폭탄 돌리기와 같다. 어색함이라는 폭탄을 재빨리 상대방에게 넘겨버린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답변은 NO다. 의사결정은 2를 1로 바꾸고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밸런스를 구성하는 대칭 2를 코어 1로 바꾼다. 두 사람이 하는 일을 한 사람이 하게 된다. 무언가 줄이는 마이너스가 힘이다.  


    나무 2를 길 1로 줄이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인간이 무언가를 보았다면 이미 2다. 나무는 구체적이다. 길은 추상적이다. 인간은 추상에 약하다. 나무는 보고 길은 보지 못한다. 추상은 이름이 없다. 1은 말하기 어렵다.

  

    노자의 도道가 어렵고 불교의 공空이 유교의 중용中庸이 어려운 것과 같다. 명은 2고 도는 1이다. 색은 2고 공은 1이다. 음양은 2고 중용은 1이다. 2는 쉽고 1은 어렵다. 2가 쉬운 것은 하나를 상대가 맡아주기 때문이다.

 

    부정이 어렵다는 말은 혼자 대칭 2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둘이면 오히려 부정이 쉽다. 백짓장은 혼자 들기 어렵고 칼은 둘이 들기 어렵다. 결국 모든 것은 밸런스를 통제하는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아기는 긍정한다. 미운 일곱살이 되면 부정한다. 꼬박꼬박 말대꾸 한다. 인간은 부정하게 되어 있다. 긍정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깨달음이 필요하다. 원리적으로 긍정은 불가능하다. 아기의 긍정은 엄마가 돕기 때문이다. 


    막대기를 주면 반대쪽을 잡는다. 다시 고쳐잡아야 한다. 칼을 건네주면 어떻게 받을 것인가? 칼날을 받으면 찔린다. 손잡이를 뺏으려다가 놓친다. 부정을 거친 긍정이 진짜다. 나무를 본 다음 나무 사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코끼리를 부정하려면 코끼리의 존재를 긍정해야 한다. 존재를 긍정하되 위치를 부정한다. 동動을 거친 정靜이 진짜다. 의심을 거친 믿음이 진짜다. 대칭을 거친 코어가 진짜다. 좌우를 거친 중도가 진짜다. 처음부터 중도는 가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2763
6826 전략적 사유 김동렬 2024-05-12 1069
6825 소크라테스 김동렬 2024-05-11 1046
6824 방시혁 민희진 윤석열 이준석 김동렬 2024-05-10 1546
6823 프레임을 극복하라 김동렬 2024-05-10 978
6822 일본과 독일의 성공 이유 김동렬 2024-05-09 1467
6821 직관론 김동렬 2024-05-08 966
6820 이성과 감성 김동렬 2024-05-07 1087
6819 신임을 잃었으면 물러나야 한다 1 김동렬 2024-05-06 1477
6818 마동석의 성공 방정식 김동렬 2024-05-05 1388
6817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김동렬 2024-05-04 1139
6816 순진한 한국인들 김동렬 2024-05-03 1608
6815 인류의 차원 도약 김동렬 2024-05-03 965
6814 인간은 언제 죽는가? 1 김동렬 2024-05-02 1682
6813 근본문제 김동렬 2024-05-01 1138
6812 헤어질 결심 - 한국 지식인의 저급함 김동렬 2024-05-01 1743
6811 문화혁명의 진실 김동렬 2024-04-30 1320
6810 진리의 문 김동렬 2024-04-29 1063
6809 박찬욱과 헤어지기 김동렬 2024-04-29 1312
6808 대구와 광주의 차이 김동렬 2024-04-29 1190
6807 공자 외에 사람이 없다 김동렬 2024-04-27 1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