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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09 vote 0 2023.12.06 (19:18:45)

    존재는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은 저울이다. 존재와 인식이 저울에 올려져 계량된다. 공空과 색色이 계량된다. 도道와 명名이 계량된다. 성질과 물질이 계량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계량된다. 정신과 육체가 계량된다. 사건과 사물이 계량된다. 주체와 객체가 계량된다. 그것은 같은 것이다. 결정하는 것과 전달하는 것이다.


    결정하는 것이 전달하는 것에 앞선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는 전달된 색의 세계다. 결정하는 공의 세계를 볼 수 없다. 우리는 허공을 날아와 과녁에 박힌 화살을 볼 뿐 그 활을 쏘는 장면을 보지 못한다. 인간은 이미 결정된 것을 볼 뿐 결정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알 수 있다. 쏘지 않은 화살이 날아올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다. 도는 그 도가 아니고 명은 그 명이 아니다. 색은 그 색이 아니고 공은 그 공이 아니다. 나는 없다. 이곳에 없으므로 저곳에 있다. 더 높은 차원에서 모두 연결되어 하나로 있다. 천칭저울의 두 팔은 분리되지 않는다. 색이 없으므로 공이 있다. 내가 없으므로 신이 있다. 만유의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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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둥근 것은 그냥 보면 보인다.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다. 호숫가에서 수면을 바라보면 시야의 중간쯤 배가 볼록한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봤다는 사람이 없다. 억장이 무너진다. 나는 도무지 인간들의 분별력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 논리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것이 아닌가? 어딘가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는게 아닌가?


    존재는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의 작용은 그냥 느껴진다. 맹수가 포효하는 소리를 들으면 무섭다. 비명소리를 들으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메커니즘의 작용에는 몸이 물리적으로 반응한다. 문법 속에 메커니즘이 있다. 말하다 보면 느껴진다. 자연의 의사결정 메커니즘과 인간의 의사전달 메커니즘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색하지 않으려면 결맞음을 이루어야 한다.


    메커니즘의 밸런스는 이쪽과 저쪽이 동시에 움직인다. 이쪽이 움직이면 자동으로 저쪽에 반응이 있다. 인류 중에 메커니즘을 느꼈다는 사람이 없다. 답답한 일이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입력이 있으면 출력이 있다. 화살이 과녁에 맞았다면 보이지 않아도 어디선가 화살을 쏜 것이다. 이쪽을 눌렀는데 저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불편해진다. 직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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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커니즘은 각운동량 보존이다. 10과 5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밸런스를 맞추려면 5가 10보다 두 배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둘은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다. 이것이 공간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우리가 원자론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원자는 애초에 크기가 없는 것으로 제안되고 있지만, 메커니즘은 반대로 이쪽과 저쪽의 간격이 좁혀질 수 없다. 더 이상 가까워질 수는 없다.


    저울은 움직이지 않다가 50 대 50의 수평에 근접했을 때 갑자기 움직인다. 일정한 선을 넘으면 반대쪽으로 기울어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위쿼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일정한 간격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강력이 작용한다. 양성자 안에 저울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일상의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메커니즘의 작용은 일상의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말이 필요한가?


    우주 안의 모든 힘은 밀어내는 힘이다. 양성자의 위쿼크 둘은 서로 밀어낸다. 밀어내려면 접촉을 유지해야 하므로 멀어질 수 없다. 가까워질 수도 없고 멀어질 수도 없는 힘의 균형이 만들어진다. 그곳에서 존재의 최소단위가 탄생한다. 원자론의 기본단위 개념은 유효하다. 원자를 버리고 메커니즘을 존재의 기본단위로 설정하여 인류의 지식은 백지상태에서 새로 기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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