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65 vote 0 2023.11.22 (19:00:36)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간격을 좁히는 결정만 할 수 있다. 간격이 좁아지면 한 점에 이른다. 소실점이 있다. 모든 것은 최초의 한 점에서 비롯되었다. 한 점을 도출할 때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생명은 태양의 힘에 의지한다. 식물은 태양의 에너지를 당으로 바꿔서 저장한다. 그것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인간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삼국지는 도원결의로 시작한다. 그것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믿음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행위에 일관성을 주는 방법으로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사랑은 가족들 간의 간격을 좁히고 의리는 동료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권력은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간격을 좁힌다. 문명의 진보는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닫힌계 안에서 간격을 좁힌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으므로 좁혀진 만큼 다시 넓혀진다. 만나면 이별한다. 만나면 좁혀지고 헤어지면 넓어진다. 좁히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원인 측의 작용이고 넓히는 것은 그에 따른 이차적 효과다.


    우리는 작용과 반작용을 구분하지 않는다. 원인 측 의사결정과 결과 측 반대현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머리와 꼬리를 헷갈리게 된다. 인간의 신에 대한 관념은 원인 측의 보이지 않는 힘을 직관한 것이다. 의사결정의 일방향 수렴원리가 반영되어 있다.


    ###


    인생의 본질은 의사결정이다. 쉽지 않다.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능동적인 결정이라야 한다. 힘이 있어야 한다. 이전의 결정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전략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이익이 생겨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무언가 손해본다. 동가식 서가숙은 불가능하다. Decision은 뒤를 잘라내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의 카드를 버리는 것이다. 방해자를 제거하고 에너지원과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 사실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다보면 내게 선택지가 없다. 결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모든 결정은 손해다. 내가 덜 손해보고 상대가 더 손해보게 하는 결정은 가능하다. 그것은 이기는 결정이다. 인간은 단지 이기는 결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겨서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의 흐름을 유지하여 다음 게임으로 이어갈 뿐이다. 이익이 되는 좋은 결정은 내게 결정권이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팀에 이익이 가게 할 수는 있다. 그러려면 팀에 들어야 한다. 가족과 동료와 국가의 팀에 들어야 한다. 자기 안에도 팀이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의 일관성과 정체성과 연속성이 이겨야 한다. 변덕이 지고 계획이 이겨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내 인생을 전부 연결하면? 그것이 이겨야 한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어차피 지게 되어 있다. 엔트로피 증가다. 끝내 이기는 방법은 없다. 이겼다고 선언하는 방법은 있다. 신의 승리를 나의 승리로 삼는 것이다. 나의 일관성을 나의 승리로 삼는 것이다. 이기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본질이다. 이기면 연결되고 지면 단절된다. 연결하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7516
6639 비트코인 혁명의 시대 살아남기 image 5 김동렬 2017-12-10 17729
6638 [서프라이즈펌] 민새의 묘비명.. 놀램 2002-11-23 17723
6637 시험에 든 한국의 민주주의 image 김동렬 2002-10-21 17719
6636 수고하셨습니다 동렬박사님 폴라리스 2002-12-19 17697
6635 까마귀 날자 몽 돌아왔다. image 김동렬 2003-06-27 17690
6634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image 8 김동렬 2017-02-14 17683
6633 한화갑의 내각제 논의 문제있다. 김동렬 2003-01-14 17671
6632 [서프펌] 읽는 순간 소름이 -_-;; 왕소름 2002-12-06 17659
6631 정동영 대박이다 image 김동렬 2004-01-12 17644
6630 구조론의 출발점 image 김동렬 2014-04-05 17619
6629 사슬과 고리 image 김동렬 2013-06-18 17614
6628 구조의 모형 image 1 김동렬 2011-06-28 17605
6627 대구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image 김동렬 2003-08-20 17598
6626 Re..권영길때매 걱정이 태산이 됨 손&발 2002-12-04 17570
6625 몽골은 왜 몰락했는가? 김동렬 2005-11-07 17559
6624 미늘은 시퍼렇게 날을 세운채 기다리고 있는데 김동렬 2003-05-23 17555
6623 성 정체성이 조작될 수 있는가? 김동렬 2002-10-26 17550
6622 강금실의 황금시대는 오는가? image 김동렬 2003-07-20 17541
6621 이회창 후보도 건강'검증'을 받아야.. ^^ 시민K 2002-11-16 17520
6620 평상심이 도다 4 김동렬 2009-08-13 17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