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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130 vote 0 2004.04.03 (22:47:36)

선거전은 상위 5프로의 여론주도층을 공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은 탄핵이 발의되었을 때 기자회견을 열어 무려 1시간 20분 동안 장황한 변명을 했습니다. 하라는 사과는 안하고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나쁘게 보는 사람 많았지요.

『 정치는 간 큰 사람이 먹는 게임입니다. 평소실력이 있는데 뭘 걱정입니까? 남들 벼락치기 하는데 흔들리지 말고 의연하게 갑시다. 』

그러나 여론주도층 5프로에게 주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소스가 되는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안됩니다. 이거 굉장히 중요합니다.

기자회견 직후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그 직후의 반응이 아주 안좋게 나왔습니다. 193인이 탄핵을 강행한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여론이 자기네편이라고 착각한 거죠. 정동영의 실언도 마찬가지에요. 사건 직후의 반응을 보고 오판해서 안됩니다.

근혜는 울고 미애는 절하고
한국의 정치판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버렸습니까?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표 달라고 울어대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박근혜의 108배를 뺨치는 3보 1배를 하고 있어요. 이거 구걸입니다. 구걸선거로 총선 이긴 예는 역사에 없습니다.  

따라쟁이 이미지쇼 안먹힙니다. 국민이 바보에요? 이미지는 고기를 낚되 마지막에 뜰채로 건지는 거죠. 98프로 완성시켜 놓고 2프로 부족할 때 그 2프로를 채워주는 것이 이미지에요.

그러게 평소에 잘해야죠. 평소에 잘해서 만점짜리 성적표 받아가서 부모님 앞에 딱 펼쳐놓고 이미지쇼를 해야지, 빵점짜리 성적표 펼쳐놓고 이미지쇼 한다며 춤추고 노래하면 엄마가 잘했다고 등 두드려 줍니까?

무슨 일이든지 그래요. 다 사전 작업을 해놓아야 합니다. 먼저 여론주도층 5프로를 설득해놓지 않으면 이미지쇼 백날 해도 효과 없습니다. 정동영의 쇼는 지난 1년간 노무현이 씨 뿌리고 가꾼 것을 수확만 하는 겁니다.

박근혜의 쇼는 상위 5프로의 여론주도층을 설득하는게 아니에요. 일반유권자들을 상대로 하는 겁니다. 이건 약효가 딱 3일 밖에 안갑니다. 물론 대구 경북에서는 좀 먹히겠죠. 거기는 여론주도층들이 다 그쪽에 붙었으니까요.

따라쟁이쇼는 성공 못한다
박근혜의 읍소작전과 추미애의 3보1배가 장기적으로 후유증이 남는 최악의 전략인 이유는 한나라당편 여론주도층 5프로의 자부심을 뺏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여론주도층들은 정치를 좀 안다 해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 슬프게 하면 안됩니다. 박근혜, 추미애는 너무 일찍 항복을 선언해버렸어요. 탄핵을 철회하더라도 항복은 하면 안됩니다. 실수는 인정하되 희망은 희망대로 가져가야 합니다. 자기편 들어주는 여론주도층의 긍지를 뺏으면 절대로 안됩니다.

정치는 곧 죽어도 희망을 보고 가는 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상위 5프로의 여론주도층 입장에서 볼때, 대장이 먼저 항복을 선언해버려서.. 패배가 확정된 싸움에 뛰어들어 패장을 두둔해야 하는 쪽팔리는 역할을 맡은 겁니다.

쪽팔리면 안나섭니다. 물론 동정심에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변덕도 많은 일반 유권자들입니다. 상위 5프로의 여론주도층은 아주 냉정해요. 그들 여론주도층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표가 따라옵니다.

유권자의 세이프티 존을 공략하라
'
세이프티 존'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접근해 오면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경계심을 발동하는 거리입니다. 그 세이프티 존 근처에서 머뭇거리다간 뺨 맞습니다. 과감하게 세이프티 존 안쪽으로 파고들어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맟선을 볼때 두 남녀의 거리는 1미터입니다. 친해지고 싶다면 마주앉지 말고 나란히 앉아야 합니다. 땀냄새와 숨소리와 전해지는 30센티 안쪽으로 과감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정동영 웃통 벗어제치고 한시간만 땀흘리면 100만표 나옵니다.

그러나 반드시 여론주도층 5프로를 설득해놓고 난 다음에 해야합니다. 그러한 사전절차 없이 백날 울어봤자 소용 없어요. 최병렬이 단식해서 표 얻었나요? 그러나 우리당은 이미 여론주도층을 설득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전략이 먹힙니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분별력을 믿고 과감하게 대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쥐를 봐준답니까? 고양이는 그래도 거침없이 쥐를 잡습니다. 이제는 맨투맨입니다.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말자
지난 대선 때도 그랬죠.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에 이회창의 상승세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한겨레가 한나라당의 상승세를 보도했는데 아주 잘된거죠. 적당한 위기의식 심어주어 지지층 단속하고 적들에게는 헛된 희망을 던져주고.

만약 정동영의 실언이 없고 우리당의 압도적인 우세로 보도된 상태에서 여론조사가 중단되었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든 이기든 젊은층 투표율은 낮았을 것입니다. 젊은층의 투표는 4년후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투표란 것이 해본 사람이 더잘하거든요.

저는 탄핵 전에 150석 봤습니다. 탄핵 후 180석 보는데.. 30석 밖에 안늘렸습니다. 왜? 여기서 한번 더 뛰면 바로 230석 가는데 그건 좀 지나치다 싶어서요. 선거는 한표만 이겨도 이깁니다. 180석 아니면 230석, 혹은 200석 아니면 250석이지 그 중간은 잘 없어요.(의석수를 말함이 아니라 그 간격을 말함)

마케터님 말대로 결국 5프로 싸움입니다. 판세는 의외로 견고하다는 말입니다. 지금 나타나는 한나라당의 상승세는 다자구도에서 양자대결로 전환할 때 나타나는 수렴효과입니다.

국민은 우리의 짐작보다 현명하다
민주당이 왜 망했습니까?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노무현 뒤꽁무니만 쳐다보다가 망한거 아닙니까? 실언이나 이미지 등 돌발변수에 얽매인다면 그 또한 국민을 바라보지 않는거에요. 국민은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현명합니다.

여론주도층 5프로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들의 이미지쇼는 여론주도층들에게 낭패감을 주고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치명적이죠. 눈물로 일반유권자에게 어필해봤자 그들은 3일만에 태도를 바꾸니 헛일입니다.

우리당은 결코 길 가다가 지갑 줏은 것이 아닙니다. 정동영의 실언으로 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 박근혜의 이미지가 먹힌다고 믿는 사람은 우리당이 지갑 줏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지난 1년간 해온 성적표가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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