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필자의 어제 글을 오해하시는 분도 많더군요. 정동영을 두둔하자는 건 아닙니다. 사기진작 차원에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 뿐입니다.

전반전에 안정환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고 선수를 교체하는건 답이 아니죠. 지금은 사기가 중요합니다. 야유를 보낼 때가 아니고 응원을 할 때입니다. 우리편이 똥볼을 차도 응원을 해야하고 한골을 져도 응원을 해야합니다.

실수는 노무현도 많이 했습니다. 좌파들이 말하더군요. 한국팀이 헛발질을 하면 한국팀을 비판하는게 맞지 않느냐고요.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마음이 비뚤어진 인간입니다. 그런 식이라면 무슨 재미로 축구를 보겠습니까?

그런 인간과는 친구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여간 진 경기는 빨리 잊을 수록 좋고, 이긴 경기는 두고두고 음미하며 즐기는 것이 현명한 관객의 태도입니다. 우리는 관객입니다. 주제에 전문가라도 되는 양 깝죽대는건 안좋다는 말이죠.

언론이 5 : 0으로 패배한 히딩크를 맹비난했지요. 그 비난 덕분에 히딩크가 축구를 잘하게 되었습니까? 더욱 더 비난했다면 아주 결승까지 갔겠군요. 얼빠진 생각입니다. 경기는 즐기면 그만이죠. 히딩크를 코치하겠다는건 대단히 주제넘은 생각입니다.

지금은 대세론 밖에 없습니다. 사기진작이 중요한 때입니다. 바야흐로 밥이 지어지려고 하는데 김 빼는 소리 하고 앉았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 솥뚜껑 열었다 닫았다 하면 3층밥 됩니다. 문성근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심 때문에 무너진 16로 제후들
16로 제후들이 호로관에서 동탁과 맞섰을 때입니다. 다들 사심을 감추고 있었지요. 겉으로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공을 다투어 누가 자기보다 먼저 낙양으로 입성하지 않을까 서로 견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총대장은 원소였지요. 지금 정동영의 위치는 그 당시 원소의 위치와 같습니다. 16로 제후들이 겉으로는 원소를 맹주로 인정했지만 속으로는 다들 딴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당도 마찬가지에요. 약점 잡으려고 눈 벌겋게 뜬 인간들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전쟁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조조가 홀로 1만병을 이끌고 끝까지 동탁을 추격하다가 여포를 만나 대패했습니다. 조조가 잘못했나요? 아닙니다. 도와주지 않은 제후들이 잘못한 겁니다. 그 상황에서는 대세론 밖에 없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밀어붙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머뭇거리는 것은 사마의가 제갈량이 죽어서 후퇴하는 촉군을 추격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무슨 흉계가 숨어있을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망설인 거지요. 지금은 조심할 때가 아니고 무모하게 진격할 때입니다.

승기를 잡았는데 무엇을 망설인다 말입니까?

노무현은 말로 성공하지 않았다
정치는 구도가 중요합니다. 구도가 구도인 것은 삼각형의 밑변이 두개의 뿔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구도를 바꾸려면 한곳을 움직여서 안되고 양쪽을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지역주의를 해먹으려면 경상도만으로 안되고 호남도 호응해야 합니다.

역으로.. 한쪽만 참으면 됩니다. 호남만 참아도 지역주의는 깨집니다. 적들은 지역주의를 일으켜 보려고 시도하지만 호남이 적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면 영남만으로 별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도 잘 안깨집니다.

노무현과 정동영이 우리당 삼각형 밑변의 두 각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쪽을 쳐서는 꿈쩍도 안합니다. 둘을 동시에 붕괴시키는 방법은 현재로는 없습니다. 적들의 유일한 출구는 우리당이 여기서 공격을 멈추는 것입니다.

노무현은 말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옳음으로 성공한 것입니다. 말 실수로 표를 까먹지 않습니다. 실수를 인정 안해서 표를 까먹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탄핵을 거둬들이지 않는 뻗대기로 표를 까먹는 것입니다. 수습할 수 있습니다.

포지티브를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회창도 김대업의 네거티브에 죽었지요. 선거에는 네거티브가 먹힙니다. 호화빌라 거론도 네거티브지요. 우리가 포지티브를 하는 것은 포지티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네거티브를 하면 안되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는 왜 먹히지 않았는가? 첫째는 그것이 거짓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미 판이 짜여진 다음에 했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포지티브를 하자는 것은 뜸들이는데 솥뚜껑 열었다 닫았다 해서 3층밥 짓자는 거에요.

대세를 타고 승기를 잡았을 때는 그 흐름을 이어가야 합니다. 집중력의 승부지요.

네거티브고 포지티브고 간에 흐름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일단 신호탄을 쏘아보고 국민이 호응해주면 그 길로 가는 것이고 호응을 안해주면 버려야 합니다. 국민이 호응을 안해주는데 억지로 하면 포지티브건 네거티브건 안되는 거에요.

바보들은 네거티브만을 할 수 있고, 현명한 사람은 둘 다 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는 머리 좋은 쪽을 선택합니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가 먹히지 않는 것은 하는 짓이 머리 나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영리하지 않은 지도자에게 누가 나라를 맡기겠습니까?

논쟁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다
논리 좋아하는 사람 많지요. 논쟁을 거는 것은 ‘선수를 잡는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논쟁 그 자체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논리가 그럴 듯 하다고 해서 표가 나오는건 아닙니다. 일단 논쟁을 걸어 적이 걸려들면 홈링으로 유인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말 실수는 적이 수집한 논쟁거리에 불과합니다. 적들은 그걸로 논쟁을 걸어오겠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발을 빼면 그만입니다. 민노당이 늘 주장하는 자잘한 이슈들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여러 트집거리들도 논쟁거리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말려들지 않으면 됩니다. 발을 빼면 됩니다. 논쟁 잘해서 승리한 예는 역사에 없습니다.      

다들 사심을 감추고 있습니다. 사심이 없다면 뭣하러 자기돈 들여서 군대를 끌고 사수관 앞에 모였겠습니까? 원소를 대장으로 선출했다면 그때부터는 대장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원소부터 사심을 가졌다면 그 또한 전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어야 합니다. 논공행상은 전쟁이 끝나고 난 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하여간 마지막 뜸들이기 하는데 솥뚜껑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사람과는 큰 일을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진중권병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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