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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00 vote 0 2009.02.17 (15: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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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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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서울신문 기사인용



철학적ㆍ개성 넘치는 병아리 조각가들 飛上은 시작됐다
새달 26일까지 신진조각가전
(전략)
김종영 미술관의 윤경만 학예연구사는 그들을 ‘병아리 작가’라고 부른다. 그는 전국 미술대학의 졸업작품전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살펴본 뒤 몇몇을 선정해 멍석을 깔아줬다. 지난 13일부터 3월26일까지 열리는 ‘2009
년 신진조각가전’은 그 결과물로 이달에 대학을 졸업하는 작가들의 전시회다. (중략)

이번에 발탁된 병아리 작가의 작품들은 범상치 않다. 작품의 표현방식은 참신하고 수준은 오랫동안 연마된
손맛이 느껴질 정도로 높을 뿐 아니라 작품을 설명해 내는 능력도 기성 작가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전시실 입구에 놓여 있는 김영민(울산대)의 작품명은 ‘순응 또는 적응’. 루이뷔통, 나이키, 펜디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풍뎅이의 몸통에 마치 도트처럼 새겨져 있다. 김영민은 언젠가 영국의 화학공장지대를 방문했
다가 색깔이 아주 다양한 풍뎅이를 보고 신기해했단다. 그 풍뎅이들은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적응하다
보니 자신들의 색깔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시장을 개방해 놓아 해외 유명 브랜드에
 몸을 맡겨 놓은 상황이다. 환경오염에 영국 풍뎅이들의 색깔이 변화하듯이 해외 브랜드에 소비생활을 맡긴 한국인
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중략)

김현아(서울대)의 ‘껌 온더 아스팔트’는 서울의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껌을 하루 서너 시간씩 무려 4~5개월을
모아서 이런 형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씹고 아무 곳에나 뱉는 하찮은 것이지만 그 하잖은 것도 밟고 억압하면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찐득찐득 귀찮게 한다. 김현아는 폐기되는 물질과 사람의 권력관계에 주목한다.(중략)

민지영(동아대)의 ‘My Mommy’s 리혁거’의 경우는 재활용 박스를 손수레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흘러내리기 쉬운 박스를 그렇게 높게 쌓으려면 무게중심을 정확하게 살피기 위해 물리학도
 동원해야 한다. 민지영은 어머니가 폐지를 팔아서 생계를 꾸렸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온전히 노동력만으로
 세상에 맞서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조진규(국민대)의 ‘미스 버블’은 획일화되고 있는 미의 기준을 돌아보라고 한다. 이스트로 한껏 부풀려진 밀가루
 반죽 같은 미스 버블은 괴물처럼 보이지만, 그 괴물 속에는 작은 인간이 몸을 조정하고 있다. 지구에 찾아온 나쁜
 외계인을 추적하는 영화 ‘맨 인 블랙’을 떠올리는 작업이다.

이 밖에도 김재원(경희대), 김시현(홍익대), 신현상(대구 가톨릭대), 정인종(성균관대), 장지영(한국예술종합대),
김준미(수원대), 도영우(서울대), 김소래(서울시립대) 등이 참여했다. (02)3217-645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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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그림을 뒤집어놓은 것은 저작권 논란을 피하려는 필자의 의도)

수준이하의 작품에 최악의 감상평이다. 쓰레기 중에서도 진정한 악의 축이라 하겠다. (이들 뿐 아니라 다 그렇지만) 우선 이 병아리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눈으로 보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그림을, 조형을, 형태를 혐오하는 썩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사물의 표면을 훑어볼 뿐 그 재료의 내면으로 뛰어들지 않는다. 위에 올려놓은 외국의 사진들.. ‘흙’과 ‘돌’과 ‘새’는 걸작은 아니지만 그 재료의 내면으로 파고들었다. 흙을 만졌고 나무를 깎았다.

그 내면의 기운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미적 긴장이 있다. 이는 진정한 예술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병아리들의 하는 짓거리들을 보라. 그림을, 조각을, 흙을, 나무를, 형태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내면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내면의 기운을 끌어내지 않는다. 흙을 만지지 않고 나무를 잘라보지 않고 재료에 손을 대지 않는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손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 평생 손에 물 한번 안묻혀본 자들이다. 그러니 물의 느낌을 흙의 느낌을, 나무의 느낌을 모르고 그 재료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깊은 응어리들을 끌어내지 못한다.

맨 위에 있는 풍뎅이(순응 또는 적응)들은 루이뷔통, 나이키 등 혐오하는 브랜드 로고들을 적어놓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예술에 대한 환멸감 때문이다. 예술을 사랑하게 되지 않는 한 이 양반이 진짜가 되기는 어렵다. 이 양반은 아마 태어나서 한번도 풍뎅이를 관찰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감상평도 그렇다 영국의 화학공장지대, 오염물질, 브랜드, 소비생활 운운.. 진짜라면 공장의 오염지대 속에서도 숨은 미를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작품이 아니라 무슨 저질 선전포스터 같은 것이다.

두번째 껌 온더 아스팔트 역시 하찮은 것에서 숨은 미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하찮은 것에 대해 권력관계 운운하며 침을 뱉고 있다. 껌을 손으로 만져본 적이 없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 껌 자신의 논리는 작품에서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다. 껌의 아우성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자는 기본적으로 자격이 없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리혁거’는 그래도 약간의 아이디어가 있으나 제목을 얄궂게 붙이면서 공연히 현학을 팔고‘약자의 고단함’운운하며 망가졌다. 박스를 쌓은 것은 좋다. 그 절묘한 균형에서 왜 숨은 미를 발견하지 못하나?

미스 버블은 최악이다. 아마 형태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리라. 이 자는 한번도 인체를 관찰한 적이 없다. 피부를 손으로 만져본 적도 없다. 나쁜 외계인 운운하며 역시 경찰과 도둑놈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유치원생의 치졸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품경제를 비판하고 싶으면 칼럼을 쓰든지. 이런 쓰레기에 예술의 이름을 붙이다니 암담할 뿐이다. 이 작가들은 평생 흙이나 물감이나 박스나 나무나 돌을 만져보지 않은 것이다. 그 내면의 숨결에 귀기울여보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애시당초 할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가 없으니 밖에서 이야기를 조달한다. 위 모든 작품들은 정치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 왜? 긴장이 없으면 예술이 되지 못한다. 문제는 그 긴장을 그 재료 내면의 기운에서 끌어내지 못한다는데 있다.

바깥사회의 정치적 긴장으로 덧칠한다. 최악이다. 권력관계니 환경오염이니 사회적 약자니 하면서.. 이건 그림이 아니라 텍스트다. 그림에 대한 모독. 그림에다 자신의 의도를 싣는 거지 의도에다 그림을 종속시키면 안 된다.

진짜라면 긴장은 바깥의 정치에서 조달할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 재료의 내면에서 불같은 기운을 끌어내야 한다. 리혁거의 아이디어 좋다. 그러나 지구의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긴장을 끌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필자가 일부러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이다. 약자의 고단함 운운하며 신문 사회면에서 긴장을 조달하려고 한다. 이런 수작이 사이비인 것이다.

왜 남의 것을 훔쳐서 덧씌워 팔아먹으려고 하는가? 왜 밖에서 조달하려 하는가? 순수하게 포장박스의 집적구조 안에서 자연의 긴장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사기다. 울림과 떨림은 그 안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다.만약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쌓여있는 포장박스 위에서 뒹굴뒹굴 할 때의 느낌을 끌어냈을 것이다. 포장박스를 만져본 적이 없으니 그러지 못한다.

유치원생들은 세상의 모든 가치를 ‘순경과 도둑놈’, ‘우리편과 나쁜편’으로 이분한다. ‘형 저거는 우리편이야? 나쁜편이야?’ 하고 묻는 격이다. 이 작품들은 그 수준에서 만들어졌다. 왜 여전히 초등으로 올라서지 못할까?

어른은 못되어도 제발 여덟살 수준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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