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항아리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로 추운 아침, '바람이 쌀쌀하게도 부네'... 난데없이 '쌀쌀'이란 단어가 자꾸만
뇌리 속을 스치며 함께 놀자 한다. 쌀쌀, 쌩쌩 바람이 불 때마다 왜 쌀쌀하다는 표현을 했을까.
휭하니 휩쓸고 가는, 골목길의 바람 소리를, 들을 때도 역시 쌀쌀한 느낌 들어 그 바람 속에 빠지곤 한다.
다른 찬 바람 기운도 있을텐데 왜 '쌀쌀'하다고 표현 했을까.
베란다 항아리에서 쌀을 푸는데 당연 쌀쌀이란 단어가 떠올라 쌀을 만져보기도, 볼에 대어보기도 하는데
'으, 차가워라' (건물이 오래 된 우리집 베란다 바닥은 겨울에 맨발로 디뎠다가는 그대로 붙을만큼 온 몸이
쭈빗 그 자체^^) 쌀을 씻어 밥을 앉히고 잠시 그 궁금증 못 이겨 넓은 가을 들판으로 달려간다.
고개 숙인 벼 이삭들, 벼 수염인 까락(?)들을 생각해 본다. 까슬거리는 까락들, 한 번이라도 찔리면 손과 팔에
상처를 입는데 콕콕 아프게 찌르는 그런 당돌(?)한 느낌 때문에 쌀쌀이란 단어가 나왔을까. 아니면 어린시절,
방앗간에서 쏟아지는(퍼붓는 눈발), 쌀을 만져보면 어쩐지 차가운 느낌을 받곤 했는데 그런 찬 느낌이어서
'쌀'에서 '쌀쌀'이 나왔을까. 또 있다. 저수지나 논바닥에서 썰매를 타다가 톱밥처럼 쌓인 얼음 가루를 보면 어쩐지
쌀(쌀가루)이 생각 났던 기억.
쌀쌀은 다시 쓸쓸(쓸쓸하다)로 연결되는데, 쓸쓸하면 자동 고개가 옆으로 젖혀진다. 다시 쓸쓸은 겨울하늘
싸라기눈(응시)으로, 눈을 싸리비로 쓴다. 마당쓸기.... 쓸쓸하다?
가만히 있는 '쌀쌀'을 괜히 흔들어 보았나 보다. ^^
아직도 창문이 덜컹거린다.
언어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쌀은 벼를 도정한 입쌀-사람의 이(齒)를 닮았다 해서- 뿐 아니라
보리쌀, 좁쌀, 수수쌀, 기장쌀 뿐 아니라
금싸래기 등
비슷하게 소리나고 움직이는 형태는 모두 쌀이라고 하지요.
예컨대 귀라면 바늘귀나 귀퉁이도 귀고
눈이라면 눈금이나 쌔싹의 씨눈도 눈이고
코라면 버선코도 코,
그러므로 싸르르 쏟아지는 소리와 형태에서 나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