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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19 vote 1 2023.10.03 (13:27:35)

    '인내천'이라고 한다. 인간이 하늘이다. 그런데 하늘도 하늘 나름이다. 무슨 하늘을 말하는 거지? sky? Space? Universe? cosmos? god? 요즘은 하늘값보다 땅값이 비싼데 웬 하늘타령?


    오늘 개천절이다. 하늘이 처음 열린 날이다. 그런데 하늘이 열린다는게 무슨 뜻이지? 권력의 탄생이다. 하늘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 비를 내리고 햇볕을 내리쬐고 계절의 운행을 감독한다.


    하늘은 권력이다. 권력은 질서다. 질서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그것은 집단의 의사결정이다. 인간이 하늘이라는 말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말이 된다. 하늘이라 했다고 허공을 쳐다보면 안 된다.


    인간에게는 집단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밸런스의 중심점이 필요하다. 지렛대의 받침점이 필요하다. 외력의 작용이 없이 집단 내부에서 자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힘을 쓰는 것은 뒤에 받쳐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허공에서는 힘을 쓸 수 없다. 그것이 있어야 하므로 일단 그것이 있다고 선언한 것이 천동설이다. 근거 따위 필요 없다. 일단 선언하고 반응을 지켜본다. 


    내가 선언하면 누군가 반발할 것이고 논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래서 반란군이 제압되면 내 주장이 맞는 것이고 실패하면 그쪽으로 말을 갈아타면 된다. 과학을 정치로 풀어가면 쉽잖아.


    부족민은 그냥 살면 된다. 천동설 필요 없다. 집단적 의사결정 필요 없다. 어느 시기에 대집단이 등장하고 분쟁이 생겼다. 이기지 않으면 지고 지면 밟힌다. 밟히지 않으려면 싸워야 한다. 싸우려면 권력이 필요하다.


    천동설은 지구가 의사결정의 중심이고, 지구가 밸런스의 중심점이고, 지구가 지렛대의 받침점이고, 지구가 받쳐주기 때문에 우리가 지상에서 힘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엥? 다 맞는 말이잖아.


    지구가 돌든, 태양이 돌든 무슨 상관이랴? 인간에게는 권력이 필요하다. 천동설은 교회와 군주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교회가 하늘이고 군주가 하늘이라는 말이다. 지동설로 뒤집혔다. 상관없다. 재빨리 말을 갈아탄다.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본질은 여전히 권력놀음이다.


    요즘 유행하는 탈근대 사상은 탈중앙 사상이다. 그들은 중앙을 벗어나 지방에서 권력을 장악한다. 마르크스, 레닌 시절의 세계혁명은 힘에 부쳐서 포기했고 이제는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풀뿌리 혁명을 해보세. 과학과 정치의 이상한 야합은 여전하다. 인류는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진실을 말하자. 권력은 중앙에 있는가, 지방에 있는가, 교회에 있는가, 군주에 있는가, 귀족에 있는가, 양반에 있는가 상놈에 있는가? 권력은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있다. 밸런스 중심점에 있다. 권력은 에너지의 입력부에 있다. 권력은 거기서 변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받아들이면 된다. 메커니즘을 메커니즘으로 보면 된다. 인간들이 수학과 물리학, 화학 빼고 심리학, 사회학에 와서는 정치논리로 과학을 한다. 응용과학으로 갈수록 정치게임으로 변질된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셋이다. 첫째, 우주의 진화다. 둘째, 생명의 진화다. 셋째, 문명의 진화다. 그 외에 어떤 변화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주의 진화는 137억 년 전에 빅뱅으로 격발되었다. 생명의 진화는 자연의 생태계가 결정한다. 생물은 진화하여 각자 걸맞는 생태적 지위를 찾아간다. 문명의 진화는 인간 자신이 결정한다. 인간은 진화하여 각자 걸맞는 문명적 지위를 찾아간다.


    우주의 진화는 우주 소관이다. 생명의 진화는 생태계 소관이다. 문명의 진화는 인류 소관이다. 인간이 하늘이라는 말은 인간이 문명의 진화를 결정하는 주체, 메커니즘의 조절자라는 말이다. 과연 그러한가? 그러하다. 그럼 외계인은? 외계인은 낄 자리가 없다. 우주의 진화는 138억 년간 할 만큼 했고 생명의 진화도 38억 년간 할 만큼 했다. 이제 인간이 우주에서 유일한 변화의 주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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