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90 vote 0 2023.09.20 (14:16:57)

    사슴이 죽어 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이 사슴은 죽은 사슴이야.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암 그렇고 말고. 그 사슴은 죽은 사슴이 맞아.' 그들은 만족해서 가던 길을 갔다.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이 사슴이 죽은 이유는 총에 맞았기 때문이야.'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법. 원인은 총에 맞은 것이고 결과는 사슴이 죽은 것이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그들은 만족해서 가던 길을 갔다. 아무도 사슴을 죽인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상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다음 페이지로 전진해 보자.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그래서 우리는 편안할 수 있다.


    천동설이 이상하다는 점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낀다. 왜냐하면 이상하기 때문이다. 불편함이 있다. 지동설로 바뀌고 편안해졌다. 지동설은 인류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직 주문한 요리가 덜 나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주방에서 조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다릴 수 있다.


    다시 한 번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천동설이든 지동설이든 보이는 것은 관측자 입장이다. 반대편 연출자 입장은? 스크린 반대편에 필름이 있어야 한다. 지동설의 충격은 스크린에 펼쳐진 이미지가 실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실물은 어디에 있는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288 김어준과 정청래 김동렬 2025-03-11 3204
7287 왜 천재는 삽질할까? 김동렬 2025-03-11 3050
7286 태산같이 의연하게 김동렬 2025-03-11 2878
7285 기능주의냐 계몽주의냐 김동렬 2025-03-10 3209
7284 기능주의 김동렬 2025-03-09 3283
7283 이재명 정치의 방정식 김동렬 2025-03-07 3621
7282 이재명 손자병법 김동렬 2025-03-06 3301
7281 인간들아. 역사를 공부해라. 김동렬 2025-03-06 3351
7280 지식의 탄생 김동렬 2025-03-05 2969
7279 이재명과 김문수, 왕과 거지 김동렬 2025-03-04 3072
7278 국힘당의 자멸정치 image 김동렬 2025-03-03 3292
7277 도구주의 김동렬 2025-03-02 2920
7276 이승만과 젤렌스키 3 김동렬 2025-03-02 2812
7275 구조론과 군주론 김동렬 2025-03-01 3432
7274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 시진핑 김동렬 2025-03-01 2878
7273 쉼없는 자유의 행진 1 김동렬 2025-02-27 3220
7272 이재명 조절의 정치 김동렬 2025-02-27 3019
7271 논리 심리 물리 3 김동렬 2025-02-26 2792
7270 지정학의 의미 김동렬 2025-02-25 2972
7269 구조의 생각 image 김동렬 2025-02-24 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