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절망적인 위기 보다도 더 나쁜 위기는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에 거짓 희망을 품는 것이다. - 추미애를 위한
격언 중에서 -
●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출된 당 대표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총체적인 과정에서 유권자를 어떻게 대접했는가를 보고 판단한다.(유교주의적인 예법의 관점에서 볼때..)
몇달 전 민주당이
조순형을 대표로 선출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조순형당선은 민주당이 문을 밖으로 열어서 손님을 맞아들인 예의있는 행동으로 비쳐졌다. 그래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다.
박근혜씨의 당선은 한나라당이 문을 안으로 닫아걸어서 문단속을 한 모양이 되었다. 밖에서 구경하던 손님
뻘쭘해졌다. 무례한 행동이 된다. 그러므로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다. 특히 부산, 경남이 완전히 돌아섰다.
박근혜 부산,
경남을 따시키다
본질을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참여시켜 주는것이 대접해주는 것이다.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미션’을 주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김문수를 선출했다면 이는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에게 김문수라는 인물을 키워주는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이거 약발 듣는다.
유권자들은 즐겁게 참여한다. 월드컵의 관객들이 자신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이 4강에 진출했다고 믿듯이 자신의 참여로 해서 김문수가 거물로
성장한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오해하기 없기, 한나라당 지지자 입장에서..)
그런 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임무’를 주어야 한다. 요는 김문수라는 사람은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그는 미완성이므로 유권자가 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임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조순형도 미완성이다. 조순형은 민주당 주류인 동교동과 척을 진 당내의 아웃사이더였다. 유권자들은
조순형에게 2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방법으로 참여한다.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부여한 미션이 된다.
박근혜는 완성되어 있다.
박정희의 딸로서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유권자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 즉 유권자의 힘으로 채워주어야 할 2프로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다.
왜 탄핵철회를
요구해야 하는가?
다수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미션을 주어야
한다.
박근혜가 결단을 내려 탄핵을 철회한다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 틀림없다. 고로 우리당 입장에서
볼 때, 한나라당이 탄핵을 철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 상황은 매우 좋다. 이 구도가 총선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총선의 유불리를 떠나 한나라당이 탄핵을 취소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적이 잘못을 저지르도록 방조하는 것도 잘못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독기를
품고 ‘오기정치’를 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참회한다면 용서해줄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한나라당은 ‘반성하면 용서해주겠다’는 그들의 속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얄밉기만
하다.
일부유권자 입장 : “철회하고 사과하면
용서해주겠어!”
한나라당의 입장 : “설마!? 유권자 니들을 믿을 수
없어.”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짝사랑하는 연인이 내 속마음을 몰라주는 거다. 내가 삐친 척 하고 전화 안하면 지도 전화 안하는 거.. 이건 정말 얄미운 거다.
체면이다. 지금 상황은
여전히 한나라당을 짝사랑하는 일부 유권자의 체면과 한나라당의 체면이 대결하는 국면이다. 이 상황에서 누구의 체면을 살려주어야 하는가? 당연히
한나라당이 쪽을 팔고 대신 유권자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우리는 그러한 일부
유권자의 심리를 역이용해야 한다. 여전히 한나라당에 미련을 못버린 유권자들에게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탄핵철회운동을 가열차게 벌여갈수록
그들과 한나라당의 틈은 벌어질 것이다.
일부유권자 : "내사랑 한나라당은 반드시 돌아올거야. 탄핵 철회하고 사과할거야"
우리당 : "거봐 내가 뭐랬어. 탄핵철회 안하잖아. 그건 한나라당이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야"
오해하고 삐쳐서 사랑싸움하는
연인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방책이 된다. 한나라당을 짝사랑하는 일부 유권자들에게 되지도 않을 거짓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속고 환멸을
느끼도록.
얼치기 좌파들의 하품소리
데프콘 쓰리와 데프콘 투의 준비태세가
같을 수 없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단계별 대응수칙이 사전에 정해져 있다. 왈 ‘조직의 생리’다. 탄핵은 데프콘 투에
해당하는 강도의 위기다.
얼치기 좌파들 중에 감정을 버리고 이성으로 돌아가자는둥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의 생명에 데프콘 투가 발령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통해
집단의 의사를 결정한다. 인간들은 감정의 공유를 통해 집단의 의사를 결정한다. 이는 인간이 진화과정 중에 얻은 환경적응의 산물이다.
감정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한다. 만사 제쳐놓고 뛰어가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위험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지? 아이는 과연 위험한 상태인가?
그 위험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냉철한 이성의 분별력이 아니라 엄마의 모성본능이다. 우물에 빠지고 난 다음에 달려가서는 늦다는 사실을 이성적 판단으로는 결코 알
수 없다.
인간이 감정을 가진 이유는 위험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적어도 데프콘 3와 데프콘 2의
준비태세는 구분하고 살자는 것이다.
위기는 반복된다. 탄핵은 30년에 한번 꼴로 나타나는 확률의 위기이다. 우리가 탄핵이라는 위기를 맞아
어떤 준비태세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이후 남북통일과정에서 반드시 한번은 겪어야 할 ‘데프콘 원’에 해당하는 위기에 대한 예비훈련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이성을 찾고, 냉정을 찾고, 안정만을 찾다가는 통일과정에 찾아올 그 위기에 바로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위기를 위기로 직시할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5월항쟁은 집단적
광기의 산물?
80년 5월 광주의 시민군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저항을 결정했을까? 아니면 공수부대가 임신부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집어 냈다는 소문에 홀려 집단의 광기를 표출한 것일까? 광주의 시민군들이
냉정하게 이성으로 판단하여 유언비어를 무시하고도 저항할 수 있었을까?
주윤발은 6발들이 탄창을
사용하는 리볼버로 보통 30발을 쏜다. 이때 감독이 냉철하게 이성으로 판단하여 리볼버는 6발들이 총이므로 6발만 쏘게 한다면 어떻까? 그 죽음의
현장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총격은 30초만에
끝난다. 영화에서는 10분쯤 길게 표현한다. 실제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면 10초가 1분처럼 느껴지고, 1분이 10분처럼 느껴진다.
30초라 해서 30초로 표현하면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그 상황이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될까?
사실주의가 오히려
비사실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라면 1분이라도 10분으로 묘사하는 것이 맞다.
관객은 극장에서
안전하다. 스크린의 총알이 관객의 얼굴로 날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전달되지 않는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그 전쟁의 생생한 느낌.. 전장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감독이 10배로 뻥튀기 해도 약과인 것이다.
냉정하게 이성으로
판단해서 5월의 그 현장이 얼마나 엄중한 상황인지 절대로 알 수 없다. 그건 말 그대로 당해봐야만 아는 것이다. 당해보지 않은.. 책상 앞의
먹물인 당신은 절대로 모른다.
혹자는 말한다.
“탄핵.. 별거 아니지. 어차피 헌재에서 부결될 건데 뭘 그리 호들갑이야.”
80년 5월.. 아무도
몰랐다. 광주의 그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만 알았다. 이성으로 말고 감정으로 알았다. 소문듣고 모르고 당해보고 알았다. 당신도 당해봐야 알
것이다.